우연히 지하철에서 발견된 예쁜 분홍신은 소유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유혹’이다. 그것은 유부남이 아내를 두고 정부(情婦)를 원하거나 처녀가 다른 여자의 애인을 채가려는 욕망과도 유사하다. 모두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는 공통점이 있다.김용균 감독의 공포영화 <분홍신>은 물건에 대한 소유욕과 애정에 관한 독점욕을 병치시키는 방식으로 인간 탐욕이 부른 저주를 담아낸다. 분홍신이란 소재는 인간 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탐욕에 관한 이야기로 범위를 좁혀놓는다.극중의 분홍신은 여성들의 다툼을 야기한다. 도입부 지하철역에서 두 여고생의 싸움은 중반부에서 여의사 선재(김혜수)와 어린 딸(박연아)의 다툼으로 이어진다. 어린 딸과 선재 친구와의 싸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일제시대 두 무용수간의 쟁투도 동일한 궤적에 놓여 있다.분홍신을 둘러싼 여인들의 갈등구조의 이면에는 남편의 불륜을 바라보는 선재, 남의 애인을 가로채려는 옛 무용수의 이야기가 병치돼 있다. 이 같은 구성은 물건의 소유욕과 애정의 독점욕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말하는 듯하다.이 작품의 모티프는 분홍신을 신고 싶은 욕심에 스스로 발목을 자르는 소녀의 비극을 그린 안데르센의 잔혹 동화 <빨간 구두>에서 가져왔다.이 영화는 끔찍한 장면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전통적인 방식에 기대고 있다. 소녀의 양 발목이 잘리고 천장에서 핏물이 쏟아진다. 군데군데 갑자기 등장하는 피의 이미지들은 상당부분 등장인물들의 꿈과 연계돼 있다. 그것은 현실성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낡은 표현양식이다.편집보다 카메라로 긴장감을 표현하려는 시도는 평가할 만하다. 주인공의 행동은 핸드헬드촬영(들고 찍기)으로 포착돼 격한 감정이 표현되고 있다. 식탁 위의 살코기를 흉측하게 잡아낸 솜씨는 뛰어나다.그러나 원혼의 정체가 드러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과거사가 현재의 이야기에 갑자기 군데군데 끼어드는 방식은 매끄럽지 않다. 차라리 특정한 계기를 통해 드러났더라면 관객들의 공감대가 커졌을 것이다.‘건강미인’ 김혜수는 상처 입은 연약한 여성상을 체현했다. 그녀는 김지운의 <쓰리>, 김인식 감독의 <얼굴 없는 미녀>에 이어 이 작품까지 세 차례나 연속해 극단적인 정서를 표출했다. <분홍신>에서는 안면과 눈을 거의 덮을 듯이 치렁치렁한 헤어스타일, 눈물이 그렁그렁한 슬픈 눈망울, 공포와 전율로 안면근육이 가늘게 떨리는 모습 등은 고립무원의 세상에 갇힌 비극적인 캐릭터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6월30일 개봉, 15세 이상.개봉영화▶씬시티프랭크 밀러의 원작만화를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액션스릴러 영화로 옮겼다. 절망적인 도시의 풍경이 만화화면처럼 그려진다. 브루스 윌리스가 소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형사로 등장하고 90년대 초 섹스심벌로 부상했던 미키 루크가 둔중한 파이터로 변신했다.▶사하라보물찾기 모험을 그린 <내셔널트레져>의 아프리카버전. 남북전쟁 당시 금화를 싣고 아프리카로 떠난 미국 전함의 행방을 찾는 보물사냥꾼들이 질병퇴치를 목적으로 온 여의사를 만나 모험을 벌인다. 주연 매슈 매커너히, 페넬로페 크루즈, 스티브 잔, 감독 브렉 아이스너▶배트맨 비긴즈배트맨의 탄생과정을 담은 이 시리즈의 5번째 영화. 사실적인 액션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했다. <아메리칸사이코>의 크리스천 베일이 배트맨 역을 맡았고 게리 올드먼, 리암 니슨, 마이클 케인, 와타나베 겐 등이 출연한다.▶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섹스심벌인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킬러부부’로 출연해 총과 칼로 부부싸움을 벌이는 액션코미디. 피트와 졸리 부부가 주방에서 벌이는 부부싸움과 외부 킬러들과의 자동차추격전 등이 볼 만하다. 감독 덕 라이먼▶연애의 목적고교선생이 여자교생에게 호시탐탐 수작을 걸면서 전개되는 멜로. 전형적인 로맨스영화의 주인공에서 벗어난 캐릭터들이 밀고 당기는 연애행각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박해일과 강혜정이 주연했다. 감독 한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