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내수부문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경제전문가들이 내수경기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이에 대한 전망도 제각각이다.현재의 내수경기는 한마디로 매우 혼란스럽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소비부문의 경우 속보성 지표들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올 1월 전년 동월 대비 14.8% 증가한 데 이어 2월에 8.5%, 3월에는 17.3%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또 백화점 매출도 1월에 -2.8%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2월과 3월에 약 5~6%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 심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소비자기대지수도 2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인 100을 넘어서며 강하게 회복신호를 보내고 있다.그러나 실제상황은 지표상의 긍정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소비부문의 실물통계인 도소매판매액은 2005년 1~2월 중 전년 동기 대비 -2.3%의 감소세로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한편 설비투자도 소비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투자의 대표적 심리지표인 전경련에서 발표하는 종합경기전망 BSI의 경우 지난 3월 기준선인 100을 돌파한 데 이어 4월에 117.6을 기록하는 등 크게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실물지표인 설비투자 추계는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3.6%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국내기계수주 증가율은 -18.8%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투자 회복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이러한 지표들의 혼조세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긍정적으로도 또는 부정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우선 지표들 사이의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경기가 전환되는 시점에서 통상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경기가 곧 회복될 것이라는 증거가 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경기선행지수가 1월에 상승국면으로 반전되고 그 상승세가 2월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통상 경기선행지수가 실제의 경기 저점보다 약 3~5개월 정도 앞섰던 과거의 경험을 고려해 볼 때 경기 저점은 2분기 말을 전후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반면 부정적 관점에서는 지금의 경기회복 조짐이 2003년 하반기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 우리나라 경제는 2003년 하반기부터 2004년에 이르는 기간에 더블딥을 경험했다. 더블딥(Double Dip)이란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하다가 다시 경기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더블딥이 시작됐던 지난 2003년 하반기에도 심리지표가 호전됐으나 실물지표가 회복되지 못했다. 이후 고유가 등의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가 끝내 다시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도 선행지수가 상승해 마치 경기가 회복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앞서 제시한 논의들을 종합해 보면 한국경제는 아직까지 경기하강 국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진정한 경기저점을 형성하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조만간 경기가 턴을 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시점은 대략 2분기 정도로 예상된다. 그 다음의 문제는 경기저점을 지나고 난 이후 회복국면에서의 속도문제일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수부문이 이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소비의 자생력이 얼마나 강하게 발휘될 수 있는지가 의미 있는 경기회복이 가능한지를 결정지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소비의 자생력이란 소비여력이라는 말로 대체될 수도 있는데 크게 소득, 부채, 심리적 요인으로 나눌 수가 있다. 우선 소비심리는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이견이 별로 없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가계부채 문제의 경우에도 아직은 구조조정 과정에 있기는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으로 판단되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그러나 어찌 보면 가장 큰 소비여력이라 할 수 있는 소득 정체의 문제는 악순환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고 있어 가장 우려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이 소득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회복, 그것도 아주 빠른 회복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의 투자부진 현상이 경기침체만이 아닌 산업구조적 요인들이 복합돼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에 상황이 크게 호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건이 이러하다면 한국경제가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매우 완만한 U자형의 저성장 국면이 당분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그마저도 예상치 못한 대외 돌발악재가 나타날 경우에는 경기가 다시 침체로 빠지는 더블딥도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경제상황은 결코 낙관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