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화 환율의 기조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변동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원화 환율이 경쟁국인 일본 엔화, 대만 달러화, 싱가포르 달러화보다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 수출기업들에는 3중고(三重苦)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그렇다면 앞으로 원화 환율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번에 대내외 외환시장 변화를 촉발시킨 가장 큰 주범인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해소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달러 약세폭 논쟁을 살펴봐야 한다. 또 달러가치가 약세라고 해도 무역적자 개선을 위한 이론적인 토대를 점검해야 한다.무엇보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하더라도 달러약세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견해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6,0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해 통상적으로 용인 가능한 선인 3%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이 같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큰 폭의 달러 약세폭을 용인할 경우 미국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이탈과 미국경기를 둔화시키는 역(逆)자산 효과가 우려된다. 이런 부작용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번에 달러약세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폭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다른 하나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상당폭의 달러약세를 용인한다 하더라도 자본이탈과 역자산 효과가 생각했던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즉 큰 폭의 달러약세는 기존의 달러표시자산에 투자한 자금은 환차손에 따라 이탈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인수ㆍ합병(M&A) 등 미국 내 달러표시자산에 신규로 투자를 계획하는 외국투자가들에게는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외국자본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미 달러약세에 따라 자본이탈과 미국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는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수단은 달러약세를 상당 폭 용인하는 대신 금리는 가능한 인상을 자제해 자산효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만약 후자의 견해대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달러약세를 용인할 경우 설령 미국 입장에서 자본이탈과 경기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로부터 반발이 예상된다. 이 경우 다른 국가들의 경쟁적인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초래해 세계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이론적으로도 특정 국가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단행하는 통화가치 평가절하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른바 ‘마샬-러너 조건’(Marshall-Lerner Condition)을 충족해야 한다. 이 조건은 수출입 공급에 있어서 문제가 없을 경우 외화표시 수출수요의 가격탄력성과 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을 합한 값이 ‘1’을 넘어야 평가절하가 무역수지를 개선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문제는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미국의 수출상품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수출가격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다. 미국의 수입구조도 지금처럼 소득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 ‘있는 계층’은 수입품 가격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안 받고, ‘하위계층’의 수입품은 대체할 미국제품이 적기 때문에 설사 가격이 변한다 하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다.오히려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할 경우 초기단계에서 나타나는 ‘J’ 커브 효과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J’ 커브 효과란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평가절하될 경우 수출입가격 변화는 즉시 일어나지만 이에 따른 수출입 물량이 변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정시점까지는 무역수지가 더 악화된다는 이론이다. 이를 종합하면 앞으로 미국은 당면한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큰 폭의 달러약세를 유도하기보다 자체적으로는 금리를 계속 인상해 저축률을 제고시키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무역불균형이 큰 국가를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큰 폭의 달러약세가 수용될 수 있도록 압력과 설득을 병행해나가는 이중전략(Two-Track Strategy)을 구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결국 미국의 무역적자를 달러 약세만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미국의 무역적자 해결 차원에서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대부분 국내기관들의 원화 환율 예상치는 안 맞을 가능성이 높다. 평균기준으로 볼 때 올해 원화 환율은 1,000원선으로 가정해 경영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