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과연 갈길을 잃었을까.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열 중 아홉이 경기 기상도에 ‘먹구름’을 그렸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어떤 전망을 하고 있을까.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한경비즈니스>가 지난해 말 펴낸 경기전망 보고서 <대전망 2005>의 필진 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거시경제와 국내 주요 산업 및 금융 등 각 분야의 전문가 입장에서 지난 연말과 비교해 경제전망에 대한 의견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봤다.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제전망에 대한 기본 입장은 지난해 말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한국경제 사정이 크게 호전된 내용이 없다는 방증이다. 또 한국경제가 대략 저점은 통과하고 있지만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신중한 예상이 대세를 이뤘다.먼저 지난해 말 전망했던 수치와 현 상황을 비교하는 질문을 던졌다. 2004년 말 당시에 이들 전문가가 내다봤던 2005년도 전망을 100으로 봤을 경우, 현 상황이 어떤지를 수치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의 평균치는 99.08로 전문가들이 지난해 말 예상했던 2005년 전망치와 현 상황이 들어맞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말의 전망치를 100으로 봤을 때 현 상황에 80~89점을 준 사람은 1명으로 4%를 차지했다. 반면 90~99의 점수를 준 전문가는 10명으로 40%, 100점을 주며 전망치와 정확히 적중했다고 답한 사람은 5명으로 20%였다. 101~110점을 준 전문가는 9명(36%)으로 이들은 지난해 말에 전망했던 것보다 오히려 올해 경제상황이 더 좋다고 응답했다.두 번째 질문은 전문가들이 지난해 말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올해 말까지의 전체적인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물었다. 즉 2004년 연말 당시 내다봤던 2005년 전망치를 100으로 봤을 경우 올해 전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수치로 표현해 달라는 설문이었다. 이 설문에 대한 평균은 101.08로 나왔다.지난해 말 전망치와 비교해 현 상황을 99.08로 표현했던 것과 비교하면 적잖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시점은 99.08이지만 하반기에는 현재보다 긍정적 요소가 많아 101.08로 다소 오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지난해 전망치보다 미미하게나마 좋아진다는 의미다.두 번째 질문에 80~89라고 답한 전문가는 1명으로 4%, 90~99는 5명으로 20%를 차지했다. 반면 100이라고 답한 사람은 9명(36%)으로 이들은 지난해 말 자신들이 예상했던 전망치와 같다고 봤다. 101~110은 8명(32%), 111~120은 2명(8%)이었다.세 번째로는 지난해 말 이들이 전망했던 수치와는 관계없는 질문을 했다. 지난해 국민 모두가 겪었던 전체 경제상황을 100으로 봤을 경우 올해 경제전망치는 얼마가 될지 수치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2004년과 2005년의 경제를 단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대목이다. 25명이 답변한 평균치는 102.54였다. 지난해보다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전문가들은 경기상황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를 무엇이라고 봤을까. 이들에게 현재 경기상황과 앞으로의 경기상황에 가장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꼽아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환율, 유가, 금리, 해외경기, 소비심리 위축,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 북핵문제, 한ㆍ미 한ㆍ일 등 국제관계, 노사문제, 국내 정치불안, 기타를 예시로 제시하며 이 가운데 2개를 선택하라고 부탁했다.먼저 현재 경기상황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 1위는 14표가 나온 유가가 차지했다. 이어 환율(12), 해외경기(8), 소비심리 위축(7),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4)가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금리와 노사문제가 각각 1명씩, 기타 의견은 3명이 언급했다.향후 경기상황의 독버섯으로는 해외경기(16)를 가장 많이 꼽았다. 공동 2위는 환율(9)과 유가(9)가 차지했다. 이어서 노사문제(4), 금리, 소비심리 위축, 북핵문제(각 3)순이었다.앞으로의 경기전망도 주관식으로 들어봤다. 먼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전반적으로 올해 경기가 아주 소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김영익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에는 3.5%의 저성장을 하지만 하반기에는 수출과 내수가 함께 증가하며 4.7%의 안정성장을 보여 연간으로는 4.1%로 본다”고 답했다. 이는 정부 예상치 5%를 밑도는 수치다. 경기회복 시점도 하반기 이후로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이창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건설)는 “건설경기는 2004년 4분기, 2005년 1분기에 저점을 통과해 올 3분기부터 L자형의 완만한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유통)는 “약한 가계의 구매력으로 강한 소비시장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4분기가 되면 가계 실질적 소비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경제연구원들의 다양한 의견도 쏟아졌다. 성명기 한국개발연구원 계량경제 전문연구원은 “소비심리지표가 개선되며, 실물경기는 저점 통과 중”이라며 “실물경기 상황은 하반기 중에 개선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 내수회복이 가능하고 중하위소득 계층의 소비를 위해 물가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봤다.부동산 전망도 눈길을 끈다. 양해근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실장(주택)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가 급등하고 있고 판교신도시의 영향권 아래의 분당, 용인 등이 강세를 보인다”면서 “10ㆍ29대책의 약발이 다한 느낌이며 새로운 집값 안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한번 불붙은 아파트 값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양실장은 “현 시장은 국지적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오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주택시장의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올해는 지난해 말 예상했던 것보다는 다소 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진명기 JMK플래닝 대표(토지)는 “지난해 말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과 각종 규제로 토지시장은 한동안 위축돼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행정도시법이 통과, 행정복합도시가 추진되고 기업도시 시범도시 선정이 임박해 있는 등 굵직한 개발재료의 가시화로 토지시장이 다시 달아오른다”고 했다. 진대표는 이어 “투자층이 넓어지면서 토지시장은 올해도 활발히 움직일 것”이라며 “기업도시가 유치될 지역, 공기업 이전지, 행정복합도시 추진 지역이 우선 유망 투자지”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은 화성, 평택 등이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혜택을 보고 강원도 원주, 횡성, 평창, 홍천 등은 동서고속도로, 제2영동고속도로, 서울~원주~강릉간 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교통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면서 레저 수요의 메카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진대표의 예상이다. 전남 해남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건설과 경남 부산, 진해 등은 경제자유도시 추진으로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설문응답자 : 대신증권 김영익 이코노미스트, 대우증권 박윤수 전무ㆍ백운목ㆍ이창근 애널리스트, 동원증권 송계선 애널리스트, 부동산뱅크 양해근 리서치센터 실장, 삼성증권 김경중ㆍ김기안ㆍ김학주 애널리스트, 우리투자증권 박종현ㆍ서정광ㆍ구희진ㆍ이승혁ㆍ박진ㆍ송재학ㆍ조병문ㆍ황호성ㆍ이을수 애널리스트, 한국개발연구원 성명기 전문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위원, 한국무역협회 김극수 동향분석팀장, 한국산업은행 김석균 산업통계팀장,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기분석팀장, JMK플래닝 진명기 대표,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기관명은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