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어학실력 향상 ‘따봉’… 반짝유행 아니라 오래갈 전망

사교육시장에 부는 복고바람이 거세다. 주산, 바둑, 한문 등 80년대에 유행했던 과목들이 어린이의 집중력과 두뇌계발에 효과적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주산은 지난해부터 조기영재 수학법으로 각광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산ㆍ암산 전문학원인 예스셈은 2003년 첫 학원을 낸 지 1년여 만에 전국에 2,500개의 가맹학원을 열며 뜨겁게 달궈진 주산 붐의 실체를 보여줬다.주산은 8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초등학생은 물론 회사 경리까지 모두 주판으로 셈을 했다. 하지만 88년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주산이 빠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여기다가 컴퓨터와 전자계산기의 위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이렇듯 사라졌던 주산이 부활한 것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셈의 원리를 깨치고 암산능력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주산에 수학교육을 가미한 교육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컬러 주판알을 사용하는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갖도록 유도한 것이 주효했다.정용우 예스셈 기획홍보실 부장은 “2년 전부터 주산을 배운 학생들이 셈 능력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주산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바둑도 수리계산력, 집중력, 침착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기몰이에 나섰다. 최근에는 전국의 초등학교와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 바둑강좌가 생겨날 정도로 바둑 붐이 일고 있다. 바둑에 동화와 스티커 붙이기, 길찾기 놀이 등을 접목해 지난해 3월 방문학습지시장에 뛰어든 에듀마스터는 1년 만에 2,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바둑에 흥미를 갖도록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 효과적이었다.올해 들어서는 그룹 형태의 수업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하고 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했다. 최흥산 에듀마스터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학부모 및 학원장들의 단체수업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바둑 붐이 방문학습시장에서 학원시장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2~3년 전부터 불고 있는 한자 열풍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교육전문 출판사인 아울북에서 펴낸 <마법 천자문>의 성공은 한자 열풍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2003년 11월 1권이 나온 이후 7권까지 출간됐으며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팔아치운 부수가 모두 250만부다. 김창욱 아울북 마케팅팀 대리는 “한자는 고리타분하다는 시각이 사라지고 국어와 일본어 등 어학능력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마법 천자문>의 성공비결을 들려줬다.한자 열풍은 한자학습지시장에서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업계는 대교, 장원 등 한자학습지 회원수를 130만명, 시장규모를 3,0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대교에서 한자학습지 마케팅을 담당하는 조은숙 과장은 “한자 열풍이 유아와 고등학생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한자는 94년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문’ 과목이 제외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경제의 핵으로 부상하고, 2000년 교육인적자원부가 한자능력검정을 국가공인자격으로 인정하면서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사교육시장에 복고 바람이 부는 것은 과거의 교육방식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바꾼 기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학습효과를 높이면서도 신세대 아이들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개발, 성공을 일궈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