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웃도는 ‘거대시장’으로 성장, 신규수요 개발 ‘숙제’

유아부터 고등학생용에 이르기까지 학습지 브랜드와 종류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종다양하다. 정확한 시장통계를 내기 불가능할 정도로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혼전하고 있는 전장이 바로 학습지시장. 몇몇 붙박이 브랜드가 아성을 구축한 가운데 수시로 새 브랜드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형국이다.수많은 도전자가 들고나는 이유는 물론, 밝은 시장성 때문이다. 학습지업계에 따르면, 국내 학습지시장은 연간 3조원을 웃도는 규모에서 매년 점진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여기에 교육 관련 업체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홈스쿨(브랜드 공부방), 온라인 교육시장까지 합하면 1조8,000억원 정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학습지시장을 중심으로 연간 5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교육시장이 형성된 셈이다.수백개 업체가 경쟁 중인 이 시장에서 톱클래스는 대교, 웅진닷컴, 재능교육, 구몬학습(교원) 등 4개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전체 학습지시장의 67%를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특히 연초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생 대상 시험을 부활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가 들썩였다.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대교, 웅진닷컴 등 상장사가 교육방침 변경에 힘입어 수익성이 단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입을 모았다.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초등생 대상 학습지시장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는 기막힌 호재라는 이야기다.이에 맞춰 각 업체들은 더욱 다양한 학습지 및 교육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에 주간ㆍ월간의 차별화, 방문지도와 자습형태의 구분 등 다각도 상품 개발이 한창이다. 일부 업체는 포화상태인 국내를 벗어나 학습지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학습지시장 현황=단과목 학습지시장은 크게 유아, 초등, 중고등학교 시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사교육은 학원이 주류를 이루고 학습지가 보조적 수단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학습지시장의 주요 대상은 유아와 초등학생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초등학교 영역에서는 대교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학습지 대명사로 통하는 ‘눈높이 교육’을 기반으로 회원수 240만명, 연매출 1조2,000억원의 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 유아용 학습지 ‘소빅스’, 포럼식 공부방 ‘솔루니’ 등 자체 보유 브랜드만 7개에 달한다. 주력사업인 학습지 분야를 강화하고 유아교육사업, 온라인교육사업, 학원사업 등 새 분야 투자도 가속화해 2009년까지 3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반면 유아 학습지 영역에서는 웅진닷컴의 한글 학습지 ‘씽크빅한글깨치기’ 등이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이정주 웅진닷컴 과장은 “학습지 시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한글에서 영어, 한자 등으로 과목이 확대ㆍ세분화되는 트렌드를 감안할 때 시장확대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시장선점의 의의를 설명했다.‘웅진씽크빅’은 지난해 12월 100만 회원을 달성했다. 여세를 몰아 웅진닷컴은 올 4월부터 사명을 ‘웅진씽크빅’으로 바꿔 한층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구몬학습’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원도 학습지시장 강자로 꼽힌다. 프로그램 학습지 ‘구목학습’은 160만 회원을 자랑하며 신개념 전과목 학습지 ‘빨간펜’은 50만 회원을 확보했다. 영유아 학습지 ‘교원아이’도 전문교사들의 지도를 바탕으로 세몰이 중이다. 특히 ‘빨간펜’은 지도교사 대신 온라인과 전국의 학원망을 활용해 학생들을 지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스스로 어린이’라는 카피로 잘 알려진 재능교육은 유아부터 고등학생을 아우르는 단과목 학습지를 내놓아 차별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개인별, 능력별 프로그램식 원리이해학습인 ‘재능수학’을 비롯해 국어, 한자, 영어, 과학, 미술 분야에서 학습지를 내놓고 있다.이밖에도 윤선생영어, 한솔, 푸른영어, 튼튼영어, 시사영어 등이 대표적인 학습지업체로 꼽힌다.◇종류ㆍ교수법 변화 뚜렷=최근 학습지업체들은 신규회원 창출에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학습지 회원이 상당수에 이르렀기 때문에 대상 연령 확대나 신규 과목 출시, 교수방법의 변화 등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계속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다.학습지 컨셉도 학교 공부를 도와주는 보조용에서부터 창의력을 길러주는 학습지,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학습지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학부모가 직접 지도하거나 학생 스스로 공부를 하게끔 유도하는 이른바 ‘서점용 학습지’도 크게 늘고 있다. 유아용 학습지의 경우 유아교육 전공교사를 따로 배치하는 등 전문화 시도도 뚜렷하다.이에 따라 학습지 교수방법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교사가 일주일에 1~2번 가정을 방문해 10~20분 머물며 공부 진행과정을 체크해 주던 방식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학생들이 교사를 방문하는 홈스쿨, 지역별 학원을 활용하는 방식, 온라인 수업 등으로 세분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학생 개인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내놓아 선택의 폭을 넓히고 필요에 따라 과목을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대교는 올 들어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데 주안점을 둔 ‘퓨처키즈’를 출시했다. 학습자 중심의 테마형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각 지역에 있는 학원에서 특정한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대교는 올해 말까지 서울지역에 학원 20개를 개설, 가입자 확대에 가속도를 붙일 예정이다.중견업체 중심으로 확산된 홈스쿨은 최근 대형업체가 합세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교사의 공부방에 학생이 직접 방문하도록 해 교사의 노동력을 줄이고 교육효과를 높인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다.금성출판사 푸르넷공부방의 경우 주4회 교사의 집에 학생이 방문, 전과목 학습지인 초등푸르넷을 교재로 삼아 매일 40분 이상 직접 지도를 받을 수 있다. 학생 수준과 적성에 맞춰 집중지도가 가능해 주1회, 10분씩 ‘점검’ 수준에 머물렀던 교사방문식 지도보다 효과가 훨씬 낫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온ㆍ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도 가능해 여러모로 편의성을 높였다.교원 ‘빨간펜’도 학습지도교사를 없애고 온라인과 전국 학원망을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해 인기몰이 중이다. 교사가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면 회원은 수강 후 매월 모의고사를 치러 자신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할 수 있다. 전국 석차와 성적 통계치가 제공돼 보다 객관적인 성취도 분석이 가능하다.한편 지난해 학습지시장에선 웅진닷컴과 교원의 회원이 상승하고, 대교와 재능교육의 회원이 다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한자의 입사시험 반영 등에 힘입어 한자 학습지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전체 학습지 회원 성장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난다. 학습지 4사의 한자 회원은 총 100만명이 넘은 상태다.돋보기 학습지교사전국에 10만명…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학습지업체는 청년실업 해소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대교는 2003년 6,853명의 눈높이교사를 채용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435명을 채용했다. 웅진도 매월 전국에서 200~300명 정도를 신규채용해 8,500여명의 교사를 확보하고 있다. 구몬, 재능교육까지 합하면 연간 2만명 안팎이 학습지교사로 채용돼 국내 산업계에서 가장 큰 채용규모로 꼽힐 정도다. 학습지업체 모임인 교육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군소업체까지 포함한 학습지 교사수는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학습지교사는 90%가 대졸 여성이다. 출퇴근 시간 등 근무형태가 자유로운 편이어서 기혼여성도 상당수다. 또 능력에 따라 고수익도 가능하다. 보통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전공에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으며 서류심사-필기시험-면담을 거쳐 선발된다.하지만 대부분의 학습지교사가 비정규직, 특수고용직이어서 노사문제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또 업무내용이 교육과 영업이 혼재된 형태라 정체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이 때문에 이직률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이런 가운데 재능교육은 지난해 팀장급 학습지교사 가운데 270명을 선발, 정규직 중간관리자로 전환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