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이 끝났을 때만 해도 그처럼 폭발적인 반응은 기대하지 못했다.그러나 프랑스 ‘국민뮤지컬’로 불리는 <노트르담 드 파리>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익숙해 있는 한국 뮤지컬팬에게 분명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작품은 대사 없이 54곡의 노래와 춤으로만 짜여져 있다. 일종의 변사 역할인 음유시인 그랭그와르가 ‘대성당의 시대’를 부르며 노트르담 성당을 배경으로 한 슬픈 사랑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하자 ‘지루할지 모른다’는 편견은 이내 사라졌다. 프랑스 음악차트에서 44주간 1위를 차지한 ‘벨’(belleㆍ아름답도다)을 직접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극이 절정으로 치닫는 2막의 감동은 기대 이상이었다. 결국 <노트르담 드 파리> 첫날 공연은 근래 보기 드물게 관객의 기립박수로 마무리됐다.줄거리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 그대로다. 같은 소설을 바탕으로 한 디즈니뮤지컬 <노틀담의 꼽추>가 이야기를 단순화해 성당 종치기 ‘콰지모도’의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을 주요 내용으로 삼은 반면, 이 작품은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콰지모도와 프롤로 주교, 근위대장 페뷔스 이외에 페뷔스의 약혼녀 플뢰르를 부활시켰다.이 작품의 특별함은 우선 노래와 춤, 무대 등 뮤지컬의 외적요소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 있다가 프랑스 영화를 처음 접한 느낌’이랄까. 설명이 대폭 생략된 채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각 장면은 오히려 큰 감동과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50곡이 넘는 뮤지컬 넘버는 이미 알려진 바대로 아름다웠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 음악처럼 귀에 착 감기는 맛은 없어도 들을수록 좋아지는 중독성 있는 노래들로 구성돼 있다. 춤과 노래를 담당하는 배우가 나뉘어 있는 까닭에 높은 수준의 현대무용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여기에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조명기술 덕분에 별다른 무대장치 없이도 극의 배경이 다양하게 표현된다. 넓은 무대에는 노트르담 성당을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 하나만 놓여 있지만 이것은 조명을 통해 감옥이 되기도 하고 카바레가 되기도 한다.프랑스인의 예술감각은 단순히 외적인 데서만 비롯된 것은 물론 아니다. 모든 노래가사는 철학적 의미를 담은 한편의 시구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아름다운 선율에 실린 각 노랫말의 뜻은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다. 인간을 향한 근본적인 사랑이야기다.생소한 프랑스어 공연인 까닭에 자막을 읽느라 배우들의 빠른 동작변화를 놓치는 일이 잦았던 점은 아쉽다. 자막 한 줄 한 줄에 지나치게 신경 쓰기보다는 무대의 전체적인 흐름에 주목하는 게 더 좋은 감상법이 될 듯하다. 공식 홈페이지(www.ndpk.co.kr)에서 미리 대본을 내려받아 숙지하고 공연장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3월20일까지/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501-1377공연&전시▶연극 <클로저>소설가를 꿈꾸는 부음 기고가 성일이 타고 가던 택시에 스트리퍼 수정이 치여 교통사고를 당한다. 서로에게 첫눈에 반한 성일과 수정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성일이 그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 표지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영지에게 성일이 다시 끌리게 되면서 엇갈린 사랑이야기가 시작된다.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등이 열연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가 최근 국내에서도 개봉된 바 있다. 남성진, 김여진, 윤지혜 등 출연.3월13일까지/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16-1501▶오페라 2002년 한ㆍ일월드컵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야외오페라로 공연됐던 ‘2003투란도트’가 업그레이드됐다. 공연장을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세종문화회관으로 옮기면서 야외공연의 문제점인 음향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기획사측의 설명이다.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성악가를 포함해 전세계 오디션을 통한 캐스팅으로 세계 최정상급 성악가가 무대에 서며 역시 세계 정상급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초청했다. 5월14~28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587-7771▶본 트랩 칠드런의 <사운드오브뮤직 콘서트>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실제 주인공 조지 본 트랩 대령의 자손인 본 트랩 칠드런(The Von Trapp Children)과 뮤지컬 <사운드오브뮤직> 한국공연에서 마리아 역을 맡았던 뮤지컬배우 이혜경이 함께 꾸미는 무대. 소피아, 멜라니, 아만다, 저스틴 등 본 트랩 대령의 증손자ㆍ손녀들이 <사운드오브뮤직>의 감동을 색다르게 전할 예정이다. 3월30~31일ㆍ4월2일/한전아트센터 외/02-3472-4480뮤지컬 - <오페라의 유령>브로드웨이 팬텀 만나는 기회많은 뮤지컬 관계자들이 2001년 한국배우들로 구성된 <오페라의 유령>이 무대에 오른 것을 계기로 한국 뮤지컬 산업이 급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바로 그 작품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이 올해 한국을 찾는다. <오페라의 유령>은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는 <캐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중 투어 프로덕션이 존재하는 않는 유일한 작품이다. 거대한 장비와 무대세트, 전문 스태프를 비롯한 대규모의 인원과 자본으로 투어 프로덕션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면이 많았기 때문. 최소 5개월 이상 공연돼야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도 투어 공연이 형성되지 못한 이유다. 이번 내한공연은 2002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해 한국,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3개국이 함께 참여해 가능해졌다는 기획사측의 설명이다. 6월10일~8월 말/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01-7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