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50% 혁신에 투입 … 문제 감추지 않아야 성공

요즘 김쌍수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60)만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CEO도 없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 언론들도 앞다퉈 ‘2005년에는 LG전자와 김쌍수 부회장을 주목하라’<뉴스위크>, ‘김쌍수 리더십이 LG전자 성장을 이끈다’<비즈니스위크> 등의 제목으로 LG전자와 김쌍수 부회장의 약진을 소개하고 있다.심지어 젊은 네티즌이 많이 찾는 인터넷 매체에 김쌍수 부회장의 빡빡한 하루 일과표가 소개돼 화제를 모을 정도다.사실 김부회장이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2000년 이후 지식경영, 6시그마 관련 상훈을 휩쓸었고 지난해 <비즈니스위크>는 그를 ‘아시아 스타’로 선정했다. 최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제정한 투명경영대상에서 LG전자가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일구기도 했다. 모범적인 노경관계를 바탕으로 전임직원이 합심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도경영 실천, 사회공헌, 친환경경영을 지속 추진해 온 점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다.지난 2월18일 오전 7시30분, 김부회장은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4회 경총 경영자 조찬 세미나에 강사로 나서 부쩍 주목받고 있는 ‘김쌍수식 경영’의 노하우와 6시그마를 통한 혁신방법에 대해 강연해 눈길을 끌었다.투명경영대상 수상을 기념해 열린 이 세미나에서 그는 ‘혁신 전도사’라는 별명답게 “투명경영은 혁신에서 시작된다”는 키워드를 제시했다.특히 LG전자 혁신의 실행 조직인 ‘TDR팀’ 운용에 대한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부회장은 “‘완전히 풀어헤쳐 다시 만드는’ TDR(Tear Down & Redesign)에 혁신 실행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며 “LG전자의 경우 전체 인력의 40%가 TDR에 매달리고 있으며 향후 5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투명경영은 혁신에서 시작’그는 또 혁신의 의미에 대해 “5%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30% 성장을 이루는 게 혁신”이라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CEO가 혁신과정에 능동적으로 나서고 조직을 ‘혁신을 즐기는 문화’로 바꾸며 과감한 투자와 적절한 성과보상 또한 필수라는 코멘트도 덧붙였다.김부회장의 이 같은 지론은 96년부터 GE 등을 벤치마킹해 도입한 6시그마에 기반을 두고 있다.그는 이날 참석한 100여명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혁신의 세부 전략 없이 실행만 앞서다 실패하는 기업이 많다”며 6시그마를 기반으로 한 기업 혁신의 요령을 자세히 설명했다. 또 “21세기 경영혁신의 도구로 6시그마만큼 좋은 게 없다”며 “혁신의 실행에 앞서 6시그마의 네 가지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고 소개했다.김부회장이 제시한 네가지 원칙은 △‘무조건 열심히’가 아닌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일처리 △인력, 제품 등 경영에 마이너스 되는 불량요인의 확실한 근절 △CEO부터 문제를 인식해 임직원이 함께 문제를 푸는 현장중심의 톱 다운(Top Down) 경영 △계수중심의 의사소통 등이다.이를 기반으로 하면 투명경영과 높은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이야기다. 특히 “100PPM이 잡초의 줄기를 자르는 것이라면, 6시그마는 잡초의 뿌리는 뽑는 것”이라며 6시그마의 탁월한 개념과 효과를 비유하기도 했다.한편 김부회장은 한국 기업 임원, CEO의 안이한 자세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임원이 되면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하는 행태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사업하는 사람은 머리를 식힐 틈이 없다”고 단언했다. 중책을 맡을수록 일에 더 매진하는 선진기업 경영진의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김부회장은 또 “경영혁신을 통해 회사가 투명해지면 종업원들이 마치 자기 회사를 경영하듯 열정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생기고 당연히 경영실적이 좋아진다”면서 “작은 문제 하나도 덮지 않고 해결에 나서는 ‘실행’이 바로 투명경영의 시발”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문제가 가려져 있지 않고 수면 위에서 ‘끓는’ 기업이 오히려 성공하는 기업이라는 독특한 해석도 덧붙였다.김부회장이 늘 강조하는 ‘아는 게 힘이 아니라 실행이 힘’이라는 말은 자신의 좌우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