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일본관광객 27배 증가… <겨울연가> 치중 벗어나야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늘고 있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사상 최대인 582만명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무려 22.4%나 증가한 수치다. 2003년 사스파동으로 한국행 관광객이 주춤했던 것을 감안해도 놀랄 만한 증가세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 방문 비율도 11.2% 불어났다.지난해 외국인 방문객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에 이미 중국, 대만, 일본 관광객은 전년도의 기록을 넘어섰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관광객 증가의 요인이 오로지 한류 때문인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한류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겨울연가>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과 또 다른 한류의 핵인 대만의 관광객이 전년 대비 각 35.5%, 56.7% 증가하며 관광객 증가를 주도한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한류 관광의 파급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은 남이섬이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 대부분의 목적이 <겨울연가>의 촬영지를 ‘답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이섬을 관리, 운영하는 주식회사 남이섬에 따르면 남이섬을 방문한 외국인은 2003년 11만1,000명에서 지난해 26만8,000명으로 2.4배 증가했다. 특히 대만과 일본 관광객의 증가세는 ‘드라마틱’하다. 대만 관광객은 7만3,000명에서 12만4,000명으로 64% 증가했고 일본 관광객은 4,000명에서 10만 8,000명으로 27배나 불어난 것이다.<겨울연가>의 또 다른 주 촬영지인 용평스키장에도 일본인 관광객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용평스키장측은 지난해에 비해 일본인 관광객이 30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류의 파급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지자체, 한류관광 앞장한류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노력도 지방자치단체, 여행사, 항공사, 호텔 등 각계각층에서 타오르고 있다.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한류 관광의 최대 수혜지역인 강원도와 경기도를 꼽을 수 있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 아시아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드라마의 상당수가 이 지역에서 촬영됐기 때문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겨울연가> 방영 전에 비해 방영 후 촬영지 관광객수는 무려 884% 증가했다.강원도청의 한 관계자는 “한류 관광객 유치를 확대해 지역 소득으로 연결시킬 마케팅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며 “<겨울연가> 촬영지와 연계, 강원도 관광의 진면목을 적극 홍보해 <겨울연가> 마니아를 강원도 마니아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원도는 ‘한일 청소년 교류 페스타’ ‘요사코이 인 코리아’ 등 일본인 초청행사, 인터넷 홍보, 춘천시내 ‘한류 전시관’ 설립, 심포지엄 등 다양한 마케팅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경기도는 최근 대만 등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내놓았다. <대장금>의 주 촬영장소인 MBC 양주 오픈세트장에 2,000평 규모의 ‘대장금 테마파크’를 조성한 것. 단순히 인기 드라마의 촬영장을 보여주는 차원을 넘어 이벤트와 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했다고 경기도측은 밝혔다.관광객 방문을 수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관광인프라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고양관광문화단지’가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고양시 대화동, 장항동 일대에 30만평 규모의 한국국제전시장을 오는 4월께 개장하고 2010년까지 이 지역에 2,000실의 숙박시설을 우선 조성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간 1조7,000억원의 경제효과와 3만8,000명의 고용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경기도측은 기대한다.숙박업계도 한류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전국 특급호텔과 관광호텔의 매출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9.1% 증가했다. 2003년 관광업계를 얼어붙게 한 사스파동이 지나간데다 한류 열풍으로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등 동남아 관광객이 대거 늘어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특히 일본인 투숙객이 많은 롯데호텔은 투숙률이 100%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배용준의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 투숙률 향상에 기여했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한다.이와 관련, 롯데호텔의 한 관계자는 “특급호텔의 투숙객은 90%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특별히 외국인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배용준을 기용해 CF를 제작하고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포함한 패키지여행 개발, 업계 최초로 면세점에 ‘배용준 숍’을 유치한 것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롯데호텔 잠실점 면세점의 토산품 부문은 ‘배용준 숍’을 개장한 후 매출이 2배 정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대한항공도 한류 열풍에 탑승했다. 일본의 대형여행사인 JTB와 제휴해 일명 ‘겨울연가 전세기’를 운항하고 있는 것. 149석 규모의 B737 항공기로 일본의 팬들을 <겨울연가> 촬영지로 직송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오사카~강원도 양양을 잇는 이 노선은 1월3일부터 3월25일까지 3개월간 매주 1회 운행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탑승객 추이에 따라 기간 연장, 증편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이에 앞서 대한항공은 자사의 기내지인 <모닝캄>에 배용준 특집기사를 실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비매품임에도 인터넷을 통해 3,300엔에 유통됐을 정도다.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당초 1,000부를 발행했지만 1만부를 더 찍어 각 지역의 예약센터와 지사에 비치할 계획이다.스타 사랑을 한국 사랑으로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이다. 한류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의 여행서비스 수입이 6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속이 없다.지난해 정기국회에서 한국관광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한 명이 쓰는 돈은 평균 1,500달러 수준이다. 이 가운데 항공비, 숙박료 등 1,300달러의 기본비용을 제외하면 가외로 쓰는 돈은 불과 200달러에 불과하다. 모처럼 해외여행을 와서 쓴 돈이 겨우 20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한류 관광의 핵 가운데 하나인 춘천시의 경우는 더욱 참담하다. 도내에서 쓰는 돈이 1인당 겨우 10만원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외국인 관광객이 지갑을 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쓸 만한 곳도 살 물건도 없기 때문이란 게 관광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조악한 기념품 일색인 현 상태에선 그들의 지갑을 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춘천시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정품은 예쁘지만 너무 비싼데다 가짓수가 적고 신상품 출시도 더디다”며 “초기에는 비품을 무더기로 구입하는 관광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찾는 이가 드물다”고 전했다.관광인프라가 취약한 점도 문제다. 인기 촬영지를 한번 둘러보고 난 후에 할일이 없어 서울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가이드들의 전언이다. 춘천시의 관광수입이 기대 이하인 것도 이 때문이다.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오사카~양양간 특별전세기와 관련해 “강원도의 여행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겨울연가>에 치중한 면이 있다”며 “쇼핑, 숙박, 뷰티숍 등 가외로 즐길 수 있는 관광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류 관광을 대한민국 관광으로 확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전략이 부재한 점도 아쉽다. 스타에 대한 관심을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유적, 공연, 자연환경 등으로 연결해야 한류 관광이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광산업 성장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 사랑을 한국 사랑으로 이을 수 있는 묘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