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거안정과 입주자 권리를 보장하라.’지난해 10월17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전국임대아파트입주자연합회 주최의 임대아파트 입주자 궐기대회가 열렸다. 의정부 송산지구, 남양주 청학지구 등 전국 50여개 단지에서 온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임대료 인상철회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주공 등 임대사업자들이 1년마다 5%씩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은 불법적으로 변형한 표준약관에 따른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주장은 지난 1월19일과 2월2일에 잇달아 열린 민주노동당 주최 민생포럼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한 주공아파트 입주자는 “임대료ㆍ보증금 불법인상 때문에 생업을 위해 일해야 할 시간을 바쳐 싸우고 있다”면서 “주공의 설립취지가 폭리 취득이냐”고 성토했다. 인천의 한 민간건설 임대아파트 입주민도 “시공사가 98년에 부도가 나면서 아파트가 채권단에 대물변제로 넘어갔지만 채권단이 또 다른 임대사업자한테 매각을 해버려 수십가구가 거리로 내쫓기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입주자는 “보증금을 다 날릴 판인데도 주채권자인 은행은 불평하는 주민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밝혔다.전국의 임대아파트 중 상당수 단지가 임대료 인상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공공임대, 영구임대를 막론하고 잡음 없는 단지가 거의 없다”고 할 만큼 해묵은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입주민과 시공사, 정책당국의 입장이 판이하게 달라 해결 접점을 찾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특히 주공 임대아파트의 임대료ㆍ보증금 인상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주공 등 임대사업자들이 “애초에 임대료ㆍ보증금이 낮게 책정된 만큼 연 5%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전세값 하락이 뚜렷한데도 무조건 인상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임대아파트 입주자 문제 공론화에 나선 민주노동당과 전국임대아파트입주자연합회는 “매년 5% 인상을 명문화한 주공 등의 표준임대계약서는 2003년 공정위에서 불공정 약관 판정과 함께 시정권고를 받았다”며 기존 임대차 약관의 폐기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또 민간업체가 건설한 임대아파트에서는 임대료ㆍ보증금 인상 문제와 함께 분양전환시 산정되는 분양가 수위와 시공사 부도로 인한 주거권 박탈 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입주 2년 6개월 후에 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는 민간건설 임대아파트의 경우 한푼이라도 분양가를 깎으려는 입주민측과 건설사 사이의 의견충돌이 다반사다.그나마 지방에서는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가 드물어 기한이 지나도 임대아파트로 남아 있는 단지가 적잖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전환 수요가 있는 수도권에선 가격조정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지방에선 분양받기도, 이사 가기도 싫다는 ‘무조건 버티기 세입자’ 때문에 자금회수 및 관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건설사 부도로 단지 전체가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된 상태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경매에 들어간 아파트 단지는 총 1만5,000여가구에 이른다. 전국임대아파트입주자연합회는 부도난 임대아파트가 전체의 40%선인 40만가구에 달한다는 추계를 내놓기도 했다.한편 민주노동당은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보장 △전월세 인상률 제한 △임대차분쟁조정위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사위에 상정했다. 전세값 불안정에 따른 역전세 대란 해소, 세입자 주거권 보장, 신속한 분쟁 해결이 개정안의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