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적립식에만 3조원 이상 추가로 몰릴 듯 … 아직 기회 충분

올해는 본격적인 ‘펀드 원년’일 확률이 높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경험했던 90년대 말과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그간 대폭적인 체질개선ㆍ환경변화가 이뤄진 결과다. 변화몰이의 주역은 ‘미래에셋’이다. 뚜렷한 장기성과를 배경으로 펀드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다. 명실공히 펀드업계의 거물급 ‘운용명가’로 손색이 없다. 펀드 열풍에 불을 댕긴 적립식펀드도 미래에셋이 주도 중이다. ‘적립식 3억 만들기’는 현재 36만계좌ㆍ7,000억원대로 업계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명품펀드는 또 있다. 가령 인디펜던스(주식형)는 수익률이 216.35%(2월1일 기준)에 달한다.펀드운용은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이 총괄한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ㆍ투신운용과 맵스자산운용 등 3개 운용사가 포진해 있다. 90여명의 펀드매니저가 11조원의 수탁고를 운용 중이다. 구사장은 빼어난 승부사다. 미래에셋이 자랑하는 200% 이상의 지속ㆍ안정적 수익률을 낸 데는 그의 공이 컸다. 이런 그에게 올해는 적잖이 감개무량하다. “최근의 열기는 단발적인 붐이 아닌 장기추세의 첫출발”이라고 표현할 만큼 자신ㆍ기대감이 높다. 할일도 많아졌다. 그는 “해외펀드를 비롯해 어린이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생각”이라며 “그만큼 시장 움직임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투자자들도 한국경제에 대한 믿음을 가질 것”을 권했다.펀드 부상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가계자산의 투자비율을 보자. 한국 가계는 예금ㆍ보험 등 안전자산 비중이 80%를 웃도는 반면, 주식은 6%에 불과하다. 그런데 선진국은 정반대다. 미국(41%), 유럽(33%)은 주식자산의 투자비중이 월등히 높다. 그는 “가계자산의 포트폴리오가 편향ㆍ왜곡돼 있다”며 “펀드투자 증가로 이 불균형이 바로잡힐 것”이라고 전했다. ‘저축 → 투자‘로 여윳돈의 운용방향을 튼다는 얘기다. GDP 규모와 비교했을 때도 한국의 펀드(주식)시장은 밸런스가 깨졌다. 경제규모에 비해 주식규모가 적어서다. 구사장은 주식비중이 지금의 두 배인 12%까지는 무난하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적립식의 경우 연내 3조원의 추가유입을 전망했다.펀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는데, 어떻습니까.마케팅부서나 일선지점에 펀드가입에 대한 문의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적잖은 규모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적립식펀드 판매가 많이 늘었어요.펀드투자 메리트가 정말 좋아졌습니까.펀드투자 환경이 과거보다 월등히 개선됐죠. 사실 목돈마련도 쉽지 않거니와 이걸 한꺼번에 펀드에 넣는다는 건 꽤 위험한 결정이었어요. 그래서 주저하게 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지금은 월 10만원으로도 펀드투자가 가능해졌죠. 투자시점도 분산가능하고요. 때문에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상품종류가 다양해졌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직접투자가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는데요.글쎄요. 4~5년 전에 삼성전자나 신세계를 샀다면 좋은 성과를 냈듯 이런 저평가 우량주를 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결국 우량주 발굴과 매매타이밍이 관건인데, 이건 아마추어가 하기에 무리인 거 같습니다. 가령 80~90년대라면 업종중심으로 움직여 종목선택이 쉬웠겠지만 지금은 동일업종 내에서도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어요. 이 차별화는 직접투자의 가장 큰 한계로 작용하죠. 연말연시 주가가 많이 뛰었지만 적잖은 개인투자자가 되레 손실을 봤다는 얘기도 들었어요.적립식 붐이 과열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적립식펀드가 히트상품에 선정되는 등 최근 화제의 초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때문에 과열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반대로 이런 시각에서 한번 바라보죠. 은행 저축계좌가 급증하면 과열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적립식펀드는 주식에 저축하는 일종의 저축계좌예요. 단기에 수십, 수백%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몰빵하던 상황과는 아주 다릅니다. 현 상황을 보면 대략 계좌당 한달에 약 20만원이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연간 240만원 투자한다는 얘기인데요. 이런 계좌수 급증만으로 과열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죠.업계의 도덕적 해이는 많이 개선됐습니까.과거 몇몇 펀드매니저의 모럴해저드가 문제가 됐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더는 아닙니다. 외부감독기관의 감시체계와 회사 내부의 컴플라이언스시스템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질적ㆍ양적으로 치밀해졌습니다. 업계 전반의 운용시스템은 외국사에 못지않아요. 실수ㆍ사고를 줄이고 검증과정을 늘린 결과죠. 앞으로는 더 정교해질 겁니다. 이제는 펀드를 이용한 부정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요.펀드는 정작 가입 후가 중요하다는데요.매일 수익률을 체크할 만큼 신경 쓰면 안되겠죠. 일단 믿고 맡긴 것이니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체크는 필수예요. 다른 펀드에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지 펀드운용보고서를 꼼꼼히 챙겨 읽기를 권합니다. 궁금증이 있으면 언제든 판매ㆍ운용사에 문의하세요. 이런 습관이 향후 펀드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펀드수익률을 결정짓는 관건은 뭔가요.역시 정확한 분석력과 치밀한 위험관리능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우선 글로벌 경쟁력 확보로 고수익을 창출하면서 시장지배력을 갖춘 기업을 선별하는 게 중요합니다. 향후의 성장ㆍ수익성과 글로벌 경쟁력, 저평가 여부 등을 판단하려면 정확한 분석과 전망이 무엇보다 결정적이에요. 결국 정확한 기업분석이 장기성과의 기반이 되죠. 또 하나 중요한 건 위험관리능력인데요. 시장 분석한 대로만 항상 움직여주지 않죠. 경기변화나 시장상황ㆍ수급구조 등을 감안해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적절히 위험관리를 해나가는 게 필수예요.선진국 시장은 어떻습니까.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선진국은 대개 펀드투자가 발달해 있습니다. 미국은 2003년 기준으로 GDP 대비 펀드투자 규모가 67%에 이릅니다. 프랑스, 캐나다, 독일 등도 30%를 웃돌고 있죠. 그런데 한국은 20% 수준에 불과해요. 미국은 기업연금제도 등이 펀드투자 비중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죠. 최근 적립식펀드로의 자금유입이나 2006년 본격 도입될 기업연금제도 등을 감안하면 한국도 펀드투자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걸로 생각합니다.좋은 펀드란 어떤 겁니까.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높은 펀드가 당연히 좋은 펀드겠죠. 하지만 한해는 굉장히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가 그 이듬해 큰 손실을 본 펀드는 결코 좋은 펀드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꾸준하게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가 가장 좋아요. 물론 과거의 좋은 성적이 미래성과를 보장하지 않지만, 3년 이상의 장기 운용성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펀드라면 그만큼 신뢰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이런 펀드가 별로 없지 않습니까.맞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익률 비교 때 일주일이나 한달 수익률만 봤죠. 하지만 지금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성과를 주요 비교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펀드평가사나 판매사에서 우수펀드를 추천하는 기준은 이보다 더 길고요. 이 추세는 점점 강해질 걸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단기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장기 운용성과를 갖지 못한 펀드ㆍ운용사는 비교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죠. 결국 운용사들이 장기펀드를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 겁니다.펀드선택 비법을 소개해주십시오.좋은 펀드를 고르기에 앞서 투자자 본인성향ㆍ투자환경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여유자금 상황이나 위험감수 정도, 그리고 투자기간 등을 감안해 적정한 스타일의 펀드를 사야겠죠. 그 다음에는 해당 유형에서 장기성과가 우수한 운용사ㆍ펀드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성과가 우수하다는 건 어디까지나 안정성이 고려된 수익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윳돈이 있다면 자금의 쓰임새와 계획에 맞게 2~3개 정도의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펀드시장 전망을 부탁합니다.적립식펀드가 불을 지피긴 했지만 펀드투자는 단순한 붐이 아닌 추세란 점을 강조하고 싶네요. 주식형만 본다면 대세상승일 확률이 높습니다. 한국시장ㆍ기업이 저평가된데다 기업연금 등 국내수급도 꽤 좋아질 겁니다. 그간 내수가 안 좋았지만, 이것도 회복조짐이 뚜렷해요. 500~1000 박스권의 연내 돌파에 무게중심을 둡니다. 상황이 불안하지만 채권형도 여전히 시중금리+α의 수익은 가능할 거고요. 아직 기회가 많다고 봅니다.약력: 1964년 전남 화순 출생. 88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87년 동원증권 입사. 92년 동원증권 주식부. 96년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장. 97년 한남투신 이사. 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2000년 미래에셋투신운용 대표. 2002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