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잘 골라야 … 환매시점 선택도 ‘관건’

적립식펀드는 지난 한해 동안 가장 인기 있었던 금융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펀드 설정액은 185조9,070억원으로 2000년 이후 연말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는 적립식펀드 영업을 강화한 은행권의 펀드판매가 대폭 늘어났다. 은행권의 경우 적립식펀드를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등 펀드영업을 확대하면서 펀드판매 비율이 2003년 말 17%에서 2004년도 27%로 10%포인트 늘었다.이 같은 적립식펀드의 인기는 많은 투자자가 ‘펀드투자=정액투자’로만 생각했던 것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적립식펀드는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첫선을 보였지만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지난해부터 유독 관심을 모았다.적립식펀드는 펀드투자 방식에서 비롯된 말이다. 말 그대로 목돈을 맡겨두고 투자회사가 운용한 수익률을 받는 정액투자 개념에서 벗어나 은행 정기적금처럼 매달 얼마씩 적립하는 ‘변액투자’인 셈이다.그렇다면 이 같은 적립식펀드가 큰 인기를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첫 번째 답은 역시 초저금리다. 금리는 낮은데다 물가는 꾸준히 오름세여서 물가상승과 세금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되는 요즘이다. 따라서 정기적금 등 기존 금융상품에만 의존하는 것은 사실상 재테크를 안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적립식펀드에 몰린다는 이야기다.여기에 당장 목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2000년대 들어 한국사회는 부자 되기 열풍에 휩싸였다. 부자를 연구하는 사람도 늘었고 시중 서점에 나와 있는 관련 서적만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많은 이가 부자가 되는 첫 번째 단계로 동일한 사실을 주장한다. 바로 ‘종자돈 마련’이다.따라서 최저금액 10만원으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적립식펀드 투자는 단연 눈길을 끌 만하다.무엇보다 ‘수익형+안정형’이라는 상품 고유의 특성이 많은 투자자를 잡아끄는 유혹 요인이다.적립식펀드는 일정기간 돈을 나눠 투자하기 때문에 주가가 쌀 때 더 많이 사고 비쌀 때 더 적게 사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매월 100만원씩 적립한다고 하면 지수 1000일 때는 1,000원인 A주식을 1,000주 살 수 있다. 한달 후 지수가 500까지 내려가면 같은 주식을 2,000주 사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 A주식 평균가는 750원이지만 실제 이 투자자가 구입한 가격은 667원(200만원÷3,000주)으로 시장 평균보다 낮다. 결국 같은 가격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사는 효과가 생기는데 이 같은 평균단가의 하락평준화를 코스트 애버리징(Cost Averaging)이라고 한다. 따라서 적립식펀드는 어느 시점에 가입하는가의 문제보다는 주가가 얼마나 변동성이 큰가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특히 낮은 지수대에서 오래 머물수록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상품 특성상 3년 이상 장기투자가 가능한 경우 수익성과 안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상품이 된다는 얘기다.적립식펀드의 이런 특징은 각종 매체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지면서 이 상품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아예 적립식펀드를 연구하는 인터넷 카페 등 동호회가 생겨나기도 했다. 인터넷 동호회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테크동호회들이 세분화 경향을 띠면서 ‘적립식펀드-행복찾기’, ‘적립식펀드와 재테크’, ‘금융상품과 적립식펀드의 모든 것’ 등 적립식펀드를 키워드로 한 동호회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고 있는 것.이런 경향은 은행을 찾는 고객성향에서도 나타난다. 각 은행은 적립식펀드 마케팅에 적극 나서면서 이 상품의 유행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예 자발적으로 찾아와 적극적으로 적립식펀드에 대해 묻는 고객이 늘었다는 게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주로 정기적금을 이용하던 노년층 고객까지도 요즘은 적립식펀드를 찾는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펀드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을 감내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셈”이라고 설명했다.이처럼 적립식펀드는 여러가지 참신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기존 정액펀드와 마찬가지로 적립식펀드는 투자대상에 따라 주식형과 채권형, 주식과 채권을 같이 운용하는 혼합형 등으로 나뉜다. 또 적립식펀드가 투자의 새 트렌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해외투자펀드, 배당주펀드 등 최근 주목받는 상품 역시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추세다. 목적성 목돈마련에 적합한 펀드도 나와 있다. 교보증권 정기투자적금(펀드)이 대표적으로 이 상품에 가입할 경우 투자목적에 따라 어린이상해보험, 목적금액보험, 실버상해보험, 주택화재보험 등을 무료로 가입해준다. 가입금액에 따라 다양한 사은품도 제공된다.따라서 다른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투자성향에 따라 투자상품을 결정해야 한다. 안정성을 추구하는지, 위험부담은 있더라도 고수익을 원하는지에 따라 각각 다른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계속 지수가 오르기만 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일시납입식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적립식펀드는 지수 변동성이 크다는 전제하에 투자하는 것이다.운용사의 과거실적과 수수료체계, 펀드가입 권유자인 자산설계사ㆍ프라이빗뱅커(PB) 등을 잘 따져보는 것도 적립식펀드 가입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적립식펀드의 유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증시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시기인 만큼 지금이야말로 적립식펀드 가입 적기”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을 정도다.이 같은 적립식펀드의 유행에 대해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어떤 펀드도 완벽하지는 않다”고 전제한 뒤 “적립식펀드가 국민의 투자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적립식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선진적인 투자문화로 이어지도록 투자자와 운용사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돋보기 변액유니버설보험적립식펀드ㆍ보험 장점 짝짓기적립식펀드와 자주 비교되는 상품이 변액유니버설보험이다. 말 그대로 변액보험과 유니버설보험의 장점을 합친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 일부를 펀드로 조성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 그 실적에 따라 보험금을 더 얹어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유니버설보험은 매달 일정액을 내야 하는 일반보험과 달리 여유가 있으면 더 내고 어려울 때는 덜 내도 되는 상품이다. 따라서 중간에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결국 변액유니버설보험은 투자기능과 인출기능이 합쳐진 상품이라는 이야기다.2003년 7월 메트라이프생명에서 ‘마이 펀드(My Fund) 변액유니버셜보험’을 처음 내놓은 뒤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 생명보험회사들도 잇달아 변액유니버설보험 상품을 선보였다.이 상품이 적립식펀드와 비교ㆍ설명되는 이유는 한마디로 적립식펀드가 보험과 결합된 꼴이기 때문이다. 적립식펀드 개념으로 매달 꾸준히 일정금액을 납입하다가 자녀 교육자금이나 결혼자금 등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는 상품이 변액유니버설보험이다.다만 적립식펀드와의 차이점이라면 적립식펀드가 가입시 한 번 정한 펀드는 환매 전에 변경할 수 없는 반면,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주식형, 채권형, 해외성장형 등 주식과 채권시장 변화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펀드를 변경할 수 있다. 또 예상치 못한 긴급자금을 필요로 할 때 적립식펀드는 환매를 해야 한다. 하지만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중도인출이 가능해 환매하지 않고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