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설에는 시부모님께 20만원이 넘는 한우갈비세트를 선물했어요. 하지만 올해는 10만원대 홍옥돔세트를 드릴 계획입니다.”주부 한미애씨(48)는 불황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지난해부터 남편의 사업규모가 서서히 줄어들자 지갑 열기가 두렵다.경기침체를 맞아 설 선물시장도 여느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초저가ㆍ가격파괴 제품이 대거 등장, 인기 몰이에 나섰다.할인점이나 인터넷쇼핑몰은 2만~3만원대의 중저가 선물세트를 앞다퉈 선보였다. 심지어 1만원도 안되는 초저가 상품세트를 공격적으로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할인점의 저ㆍ중ㆍ고가 선물 판매비율은 급격히 변했다. 2002년 추석에 ‘17대60대23’이었던 것이 지난해 설에는 ‘31대45대24’의 비율로 나타났다. 올 설에는 저가 제품의 판매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표적인 저가 선물은 식용유와 햄, 참치, 비누ㆍ치약, 샴푸, 타월세트 등이다.예약과 공동구매를 통한 할인도 올해의 트렌드다. 겨울 정기세일 중인 백화점들은 세일기간 중 설 선물 예약판매를 진행하며 업체별로 5~30% 할인 혜택을 준다. 갤러리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삼성플라자 분당점,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그랜드마트, 현대백화점 등이 예약할인행사를 펼치는 곳들이다. 인터넷쇼핑몰에서 널리 퍼진 공동구매도 오프라인으로 뻗어나왔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설 선물 구매 희망 인원수에 따라 최대 40%까지 차등 할인율을 적용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설 선물을 판매하는 유통망이 확대됐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먼저 영업망이 급팽창한 편의점의 활약이 돋보인다. LG25와 보광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은 설 선물준비를 미처 못한 고객들을 유혹한다.유통구조를 다변화한 데는 호텔도 한몫 했다. 5년여 전 한두 개의 호텔이 설 상품을 내놓기 시작해 올해는 대다수의 호텔이 설 상품을 준비했다. 이는 불황과 관계없이 지갑이 늘 두둑한 고객을 잡으려는 VIP마케팅의 일환이다. 호텔 주방장과 소믈리에의 노하우를 20만~100만원대의 갈비와 굴비, 와인 등에 접목시키며 고급화를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경기가 안 좋아 선물구입비를 낮춘다 해도 선물을 준비하는 정성까지 줄일 수는 없는 법이다. 연령별로 선호하는 선물을 미리 파악, 선물을 준다면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50대 이상의 부모님이나 친지, 은사에게는 전통차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홍삼세트, 유기농 녹차세트와 같은 건강보조식품이 의미 있을 것이다. 또 손쉽게 작동할 수 있는 옥매트나 안마기, 혈압 및 혈당계, 족탕기 등의 건강관련 가전제품도 50대들이 선호한다. 40대 친지, 직장상사에게는 직장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풀고 기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식품도 적당하다. 10만원대에서는 ‘한우 꼬리 반골세트’를, 10만원 이하의 예산으로는 ‘수삼더덕 세트’ 등을 살 수 있다. 40대 여성은 피부관리를 위한 기초화장품 세트에 반가워한다.사회활동이 왕성한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는 술 선물을 좋아하기도 한다. 양주 대신 와인선물도 세련돼 보인다. 프랑스산 와인을 준비할 여력이 안된다면 지난해 프랑스산과 이탈리아산 다음으로 많이 팔린 칠레산 와인도 괜찮다. 3만원대면 칠레산 와인 세트를 살 수 있다. 20대 초중반의 대학생은 성별 구분 없이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등을 좋아한다. 디지털카메라는 보급형도 30만~50만원을 줘야 하지만 MP3플레이어는 10만~20만원이면 최신제품을 살 수 있다. 10대 학생에게는 어학기능이 있는 카세트나 책가방, 패션시계 등이 의미 있는 선물이 된다. 이들 선물은 10만원 이하에서 고를 수 있다.돋보기 설문조사 통해 본 선물 고르기‘선물구입비 20만원 미만’ 60%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유통업계는 빠짐없이 설문조사를 실시 한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올해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불황’을 맞은 소비자의 심리가 확연히 드러났다.롯데백화점의 경우 1월10일부터 5일간 홈페이지 방문자 4,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받고 싶은 설 선물로 상품권(46.1%)을 꼽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뒤을 이어 현금(11.5%), 잡화(10.1%), 화장품(5.1%)의 순이었다. 달갑지 않은 선물로는 주류 선물세트가 29.4%를 차지하며 1위를 나타냈고 그 뒤를 수산물세트(9.3%), 생활용품(7.5%)이 이었다. 설 선물 구입비용을 묻는 질문에는 5만∼10만원 미만과 10만∼20만원 미만이 각각 31%를 차지, 10명 가운데 6명은 20만원 미만을 쓸 것이라고 답했다. 설 선물로 계획 중인 상품은 한우세트(27%), 생활용품(24%), 청과 및 건식품(20%), 한과 및 떡류(14%), 주류(8%), 생선류(5%) 순으로 조사됐다.신세계는 설을 한달여 앞두고 3,556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배포했다. 그 결과 설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상품권ㆍ현금(81.0%)이 우세했다. 또한 응답자 대다수는 설 예산을 지난해보다 줄이거나(50.7%)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44.7%)하겠다고 답했다. 선물예산은 10만~20만원으로 잡은 사람이 38.2%, 10만원 이하로 잡은 사람이 32.4%로 롯데백화점의 설문조사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에는 10만~20만원대를 사겠다는 응답자가 42%였던 반면, 올해는 이보다도 더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이종묵 신세계 백화점 식품팀 부장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 명절영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고객층을 세분화해 고소득층을 겨냥한 희귀 명품은 물론 가격부담을 최소화한 실속선물세트의 종류를 전년보다 2배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1월10∼15일 백화점카드 회원 9,3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 선물로 계획한 상품으로는 한우세트(27%), 생활용품(24%), 청과 및 건식품(20%), 한과 및 떡류(14%), 주류(8%), 생선류(5%)의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설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으로는 ‘자신의 부모’가 45%로 가장 많았고 이어 ‘직장 상사나 자녀의 선생님 등 이해관계자’가 29%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