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종목 사서 기다리는 게 상책… 연간 1~2회 포트폴리오 점검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에 관한 어려운 내용을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투자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개인투자자들은 중국 위안화의 환율 전망, 선물ㆍ옵션시장 전망 등 전문가도 깜짝 놀랄 만한 내용에까지 관심이 많다.그런데 문제는 이들 투자자가 단기에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방법에만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왜 투자를 해야 하는가,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장기ㆍ분산투자가 왜 필요한지 등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짧은 우리나라 증시의 역사를 보거나 미ㆍ일 선진국의 경험을 봐도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시황전망을 근거로 주식 개별종목에 투자해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미국의 1929년 대공황시기, 황금의 60년대 후반, 일본의 80년대 버블호황 말기와 99~2000년의 IT주 상승시기가 그 사례에 속한다. 당시 미ㆍ일의 개인투자자들은 단기 시황전망을 믿고 대량의 자금을 주식에 넣었다가 주가 급락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선진국 투자자들은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시황전망을 근거로 주식을 빈번히 사고파는 것보다 확실한 투자목표와 장기계획을 세워 장기ㆍ분산투자하는 게 성공하는 길임을 깨달았다.확실한 목표와 장기계획 세워야수년 전 일본의 증권 관련 단체가 미ㆍ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었다. ‘당신은 왜 투자를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20개의 답변항목을 열거하고, 그중에서 두 가지만 고르라는 것이었다. 미국 투자자들의 답변 중 가장 많은 것은 ‘노후 대비’(92%)였고 다음이 ‘자녀 학자금 마련’(43%)이었다. 특히 여성투자자들 대부분은 ‘남편 없이 혼자 살아야 하는 기간(10여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미국의 투자자들에게는 지금과 같은 고령화 시대에 ‘오래 사는 위험’에 대비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투자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인 셈이다.반면 일본 투자자들은 34%가 ‘노후 대비를 위해 투자한다’고 답했으며 이에 못지않게 많은 비중(33%)을 차지한 게 ‘돈이 생겼으니까’, ‘여유자금을 늘려 보려고’ 등과 같은 막연한 대답이었다. 일본의 증권 관련 단체가 많은 돈을 들여 이런 조사를 실시한 이유는 ‘일본의 투자자들은 무목적, 충동투자를 하기 때문에 실패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투자자들을 계몽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 우리나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한다면 무목적, 충동투자자의 비율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은 투자에 성공하는 데 복잡한 내용의 지식보다도 확실한 목표와 장기계획을 갖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 전체의 리스크’와 ‘개별종목 고유의 리스크’가 그것이다. ‘시장 전체의 리스크’란 예를 들어 서울 주식시장 전체가 하락하는 리스크를 말한다. 어느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회사가 경영을 잘해 영업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9ㆍ11테러나 이라크전쟁과 같은 돌발적인 사태로 인해 주식시장 전체가 하락하는 경우다.그렇다면 ‘시장 전체의 리스크’는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단기로 투자할 경우에는 피할 수 없다. 다음주 또는 다음달의 시황전망만 잘하면 시장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그런 전제하에서 좋은 회사의 주식을 사놓고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게 투자다. 많은 선진운용사들이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사서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투자철학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주식투자에 따르는 또 하나의 리스크는 ‘개별종목 고유의 리스크’다. 어느 기업의 주식을 샀을 경우 그 기업의 고유요인으로 인해 주가가 변동하는 리스크인 것이다. 개별종목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좋은 기업의 주식을 고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열심히 기업방문을 하고 경영진의 능력을 포함한 해당기업의 내용과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을 냉정하게 분석해 자산가치, 수익성 등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기업을 골라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우수한 애널리스트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개별종목 리스크를 100% 피할 수는 없다. 주가를 움직이는 복잡한 변수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해 개별종목 리스크를 줄여갈 수밖에 없다.그런데 본업을 가진 일반투자자들이 주식 개별종목에 직접 투자해 성공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때문에 투자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의 가정이 투자신탁펀드로 투자하고 있다. 전세대의 52%, 즉 두 집에 한 집꼴로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투자 리스크는 장기ㆍ분산투자로 피해야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신탁펀드가 그동안 많은 투자자들에게 불신을 받아왔다. 여기에는 투자자, 투신운용사, 판매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 투자자는 확실한 투자목표를 세워 펀드에 장기ㆍ분산투자하기보다 2~3개월 후의 시황전망을 근거로 단기매입ㆍ해약을 일삼아왔다.따라서 시황이 과열됐을 때 샀다가 몇 개월 견디지 못해 손해를 보고 해약해버린 경험이 대부분이다. 투신운용사, 판매사 또한 일반투자자들에게 장기ㆍ분산투자를 교육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이런 투자자들과 영합해 특별한 운용철학도 없이 단기운용을 계속해 왔다. 상황이 이러니 좋은 운용성적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 투신시장도 급속하게 질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우선 투자자들에게 장기ㆍ분산투자방법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적립식펀드가 크게 붐을 이루고 있는 것도 그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해외 유력운용사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국내 투신운용사, 판매사들도 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처럼 노후 대비 자산 형성 주머니를 투자신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수많은 펀드 중에서 어떤 펀드를 골라 언제 투자해야 할까. 그 대답은 펀드도 주식이나 채권 개별종목 투자처럼 자신의 형편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거의 질 수 없는 투자자라면 주식처럼 위험도가 높은 상품의 비율을 극단적으로 낮추고, 그 대신 위험도가 낮은 상품의 비율을 높인다. 반대로 상당히 큰 리스크도 부담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위험도가 높은 상품의 비율을 높이는 한편 위험도가 낮은 상품의 비율은 낮게 하는 포트폴리오가 유효할 것이다.리스크 허용 정도는 나이, 재산상태, 가족구성 등의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라면 원본 중시형을, 중년층은 절충형을, 20~30대의 젊은층이라면 시세차익 추구형의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기형편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한 후에는 6~12개월에 한 번씩 포트폴리오를 점검한다. 주가가 많이 올라서 위험도가 높은 주식형펀드의 비중이 크게 늘었거나 주가가 떨어져 크게 준 경우에는 편입된 펀드를 팔거나 다시 사서 원래의 비율로 다시 바꾸어놓는다. 이것을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이라고 한다.몇 년이 지나 나이, 재산상태, 가족상황 등 자신의 형편이 크게 바뀌었을 때는 펀드의 배분비율 자체를 정책적으로 바꾼다. 이것을 포트폴리오의 재배분이라고 한다. 주가가 오를 것 같으니까 주식형펀드를 사고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니까 팔아버리는 식의 투자가 아니라 자신의 생애설계(Life Planning)에 맞는 펀드 포트폴리오를 짠 후 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 재배분하는 투자전략이 가장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