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서 싸워 이기는 재목 키워… e러닝 적극 활용

글로벌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업의 인재양성 트렌드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신입사원 중심의 기업교육이 핵심인재 위주로 돌아선 지 오래다. 회계, 전산 등 직무교육이 강조되는 시대는 저물고 리더십, 마케팅 등 글로벌경쟁력을 기르는 교육이 중심으로 떠올랐다. ‘공채 몇 기’식의 순혈주의가 깨지면서 경쟁적으로 외부수혈에 나서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사이버연수원이 세워지고 국내외 명문대학과 연계하는 등 맞춤교육과 아웃소싱이 많아지는 점도 빠뜨릴 수가 없다.인재상이 달라진다기업의 인재상이 180도 달라지고 있다. 학벌이 좋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성실, 인화 등의 고전적인 덕목도 이제 고루한 옛이야기로 들린다. ‘연공서열주의’는 성과주의와 연봉제에 밀려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는다.삼성, LG, SK 등 대기업은 글로벌 경영환경을 리드할 수 있는 21세기형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21세기형 인재’란 글로벌 시장에서 기죽지 않고 실력으로 붙어 이기는 것이다. 전체 매출액 중 수출이 내수보다 많아지면서 세계시장에서 일전을 겨뤄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핵심인재 육성이야말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인 셈이다.이러다 보니 기업에서 제시하는 인재상이 과거의 ‘인화’, ‘성실’ 등에서 ‘혁신’, ‘창의성’ 등으로 개념이 확 달라졌다. LG그룹은 ‘강한 혁신의지와 승부근성을 가진 인재’를 찾고 있다. SK그룹은 ‘글로벌 상황 속에서 국제적인 안목과 능력의 지식수준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패기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두산그룹은 기존의 ‘인화’에서 한걸음 나아가 ‘도전과 혁신으로 비전을 성취하는 글로벌 두산인’을 지향한다. 한화그룹은 ‘전문능력과 열정ㆍ에너지, 조직의 가치를 공유하는 인성’을 강조한다.글로벌 ‘인재양성’에 주력한다인재상이 달라지면서 인재육성의 포인트도 바뀌었다. 국내 대기업들의 인재육성 전략의 키워드는 ‘글로벌’과 ‘핵심인재’일 것이다.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기업에는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글로벌 핵심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감마저 감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글로벌 인재육성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지역전문가 과정, 해외대학 MBA 등 갖가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알아보면 우선 삼성은 지역전문가 제도를 통해 지난 10년간 2,500여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 이들이야말로 세계로 향하는 삼성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LG는 199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e-MBA 프로그램을 통해 연세대, 워싱턴대 등과 손잡고 LG그룹의 해외사업을 담당할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각 계열사에서 과장, 차장, 부장 등 관리자급 핵심인재들 가운데 1차 계열사별 자체 심사 뒤 2차로 LG인화원의 어학테스트를 거쳐 3차로 선발위원회 면접 등 엄격한 심사를 거쳐 해마다 30명씩 선발하고 있다.현대ㆍ기아차그룹도 국내외 명문대학과 연계한 MBA과정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있다. 연간 180명씩 5년간 900명의 인재를 육성 중인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기존의 ‘해외 유학 및 연수제도’를 ‘해외 직무연수제도’로 바꾸고 대상자도 늘렸다.SK는 미국 카딘대학과 제휴해 선진경영기법을 습득하고 어학능력 향상을 꾀하기 위해 별도의 온라인 교육과정을 운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MBA과정(법률ㆍ회계ㆍ인사ㆍ전략ㆍ기술 등의 분야)을, SK케미칼은 7주 과정의 사내 MBA과정을 두고 있다.외부수혈에 돈 아끼지 않는다기업들은 내부직원의 글로벌화 못지않게 해외에서 직접 핵심인재를 유치하는 외부수혈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인 임원을 보는 것도 이제 흔한 일이다. 일부기업은 핵심인재 유치 실적을 인사담당자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연말평가에도 상당한 비중으로 적용하는 등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었다.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S(Super)급, A(알파벳의 첫 글자)급, H(High Potential)급 등 3계층으로 이뤄진 ‘인재 풀’을 구성하고 인도ㆍ러시아 등 ‘신흥 정보기술(IT)ㆍ기초소재 강국’을 대상으로 ‘천재’ 찾기에 돌입했다.LG그룹도 구본무 회장이 연초부터 글로벌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LG전자를 중심으로 계열사별로 해외 핵심인재 유치전략을 잇달아 수립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기초과학이 우수한 러시아에서 20여명을 선발해 모스크바연구소(LGTCM)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근무하게 할 방침이다.현대ㆍ기아차그룹은 2002년부터 하버드 미시간 스탠퍼드 컬럼비아 등 미국 내 분야별 최우수 대학 15곳 정도를 순회 방문해 채용상담을 벌이고 있다. 두산그룹은 올해부터 기존 MBA 졸업예정자 이외의 해외 이공계 핵심인력 스카우트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인재양성의 내용이 바뀌면서 형식의 변화도 뒤따랐다. 우선 신입사원 연수 중심에서 간부사원 교육으로 중심이 바뀌었다. 조병학 현대인재개발원 팀장은 “기업이 채용방식이 신입사원 공채에서 경력직 공채로 달라지면서 신입사원 교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또 e러닝이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대기업 가운데 무려 35%가 e러닝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사이버교육학회에 따르면 올해 e러닝 관련 기업교육시장은 지난해(1,000억원)보다 100% 가량 늘어난 2,028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제는 블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도 강화되는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블랜디드 러닝은 온ㆍ오프라인을 병행해 교육효과를 높이는 것이다.맞춤교육이 늘어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회사마다 핵심인재의 필요한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의 비전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더군다나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과거처럼 도제식 인재양성 시스템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맞춤형 인재양성은 주로 산학협력을 통해 이뤄진다. 배성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학에서 기업에 맞는 MBA 프로그램을 별도로 만드는 등 맞춤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이밖에도 아웃소싱이 크게 늘어나고 전체적인 교육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도 주요한 현상이다. 기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업체가 100여개에 달하고 머리가 하얀 경영진도 집체교육을 받는 경우가 허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