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8일(화) 오후 1시30분. 명동의 S증권 객장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점심식사 후 모여든 고객들끼리의 자리 실랑이였다. 소파는 20석 안팎인데 고객수가 두세 배니 어쩔 수 없는 자리경쟁이었다. 직원중재로 말다툼은 가라앉았지만, 자리 지키기ㆍ뺐기는 그후에도 계속됐다. 증권사 객장이 붐비기 시작했다. 여전히 대부분의 지점 객장은 한산하지만, 몇몇 인기점포는 몰려든 고객으로 빈자리가 없다. 이날 종가가 920일 만큼 최근 몇 달 사이에 랠리가 화끈했던 결과다. 실제로 장롱계좌를 점검하거나 신규계좌를 트는 사람이 늘어났다. 중년의 한 개인투자자는 “어, 어 하는 새 벌써 900까지 넘겼는데, 이제는 더 못참겠다”며 “지금 매수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주식투자가 화두로 떠올랐다. 반짝 관심으로 치부하기에는 투자 열기가 눈에 띄게 달아올랐다. 그도 그럴 게 지수 움직임만 보면 단기간에 급등세를 반복했다. 종합주가지수는 모처럼 900에 올라선 후 지지선 구축에 성공한 모습이다. 코스닥지수는 더 극적이다. 버블붕괴와 함께 존재감조차 희미해진 코스닥은 불과 보름 만에 20% 이상 오르는 숨가쁜 상승곡선을 그렸다. 심리적 저항선이던 450선까지 가뿐히 넘어섰다. 고무적인 건 전력투구 후의 숨고르기다. 이렇다 할 뒷심부족 없이 한번 올라선 고지를 지켜낼 만큼 에너지가 탄탄하다. 시중 부동자금의 ‘여의도행’도 가시적이다.주식메리트 부각은 재테크환경의 변화로부터 비롯된다. 조용백 대신증권 이사의 분석처럼 재테크시장의 자산순환 사이클이 본격화됐다는 얘기다. 최근까지 칙사대접을 받던 부동산ㆍ채권수익률은 떨어지고 그 바통을 주식이 넘겨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부동산 → 채권 → 주식’으로 매기(買氣)와 수익률이 옮아간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동산 열기는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보인다. 최후에 뜬다던 땅(토지)에까지 광풍이 지나갔다. 정부의 고강도 투기억제책에 따른 결과다. 채권도 저금리 정착으로 추가 수익률을 노릴 만한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여유자금은 넘쳐난다. 딜레마는 여기서 출발한다. 고민의 끝은 주식만한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다. 과거의 우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어서다. 실제로 철저한 준비운동을 전제로 주식레이스에 합류하길 권하는 전문가가 많다. 재테크 고수들은 일찌감치 도전장을 던졌다.전문가들에 따르면 향후 주식투자는 대세다.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바람직한 투자문화 조성에 일조할 수 있어서다. 올해가 장기ㆍ분산투자 문화를 정착시킬 절호의 기회라는 시각도 많다. 적립식펀드처럼 간접투자 환경도 ‘베스트’다. 이는 전에 없던 변화다. 실제로 증권가 투자환경은 많이 변했다. 우선 저금리 정착이다. 저축만으로는 부족한데다 부동산은 세제강화를 비롯한 제약요건까지 많다. 이 와중에 노후설계 해법을 풀 키는 주식투자가 거의 유일하다. 게다가 주식메리트까지 대폭 개선됐다. 대표적인 게 배당을 위시한 기업가치 향상이다. 한국증시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불구, 저평가된 우량주가 많다. 지속성장이 가능한 유망아이템을 보유한 기업도 수두룩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외국인투자가가 ‘Buy Korea’를 유지하는 건 이 때문이다. 기업연금 등 주식 수요기반이 확충된 것도 고무적인 변화 중 하나다.이에 <한경비즈니스>는 리서치센터장 10인에게 장세전망과 투자전략을 물었다. 설문조사 결과 이들 최고전략가는 연내 1000 돌파를 기정사실화했다. 타이밍은 하반기가 보다 유력하다. 응답자들은 상반기 918.5(812~1025)와 하반기 1006.5(898~1115)를 추정했다. 고점으로 적게는 980에서 많게는 1200까지 내다봤다. 호재로는 단연 ‘경기회복’이 꼽혔다. 내수부양책과 수출지속으로 투자심리가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저금리와 외국인 순매수도 호재로 언급됐다. 악재는 해외변수로 요약된다. 환율쇼크를 야기할 수 있는 달러약세와 유가ㆍ원자재가 상승이 걸림돌로 분류됐다. 투자전략은 ‘저가ㆍ분할매수’가 태반이었다. 상반기 중 선취매해 하반기를 노리라는 뜻이다.어디에 얼마나 넣을지 포트폴리오를 물었더니 응답자들은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에 무게를 뒀다. 5,000만원의 여윳돈 중 2,600만원이 펀드 등 간접상품에 배정됐다. 간접투자 중에서는 주식(70%)과 기타(30%)로 나눠졌다. 수단으로는 적립식펀드가 권유됐다. 추천주로는 6표를 얻은 삼성전자가 1위에 올랐다. 테마주는 이슈로 세분화됐다. 리서치센터장들은 경기부양책과 PEF(사모투자펀드), 구조조정, 유비쿼터스 등의 수혜종목에 우선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