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연례행사 아닌 연중행사… GE 강점은 주인의식 가진 직원들

“존경받고, 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과 조직문화, 핵심역량사업의 개발이 요구되는데 이 가운데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66)은 이익을 많이 내더라도 도덕성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사회공헌이나 인재양성에 기여하지 않는 기업은 장수할 수 없다며,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회장은 1974년 GE극동구매 사무소장을 거쳐 81년 한국GE 사장, 2001년 한국GE 회장을 맡으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되는 GE의 경영현장을 20년 넘게 지켰던 인물이다.“사람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또 모든 사람들의 두뇌와 지식, 아이디어를 활용하며 모든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열린 조직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훌륭한 아이디어와 열정, 노력이 창조한 가치와 성과에 대해서는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따라야죠.”강회장은 GE가 강한 이유는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두뇌와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가고 있지만, GE와 비교해 보면 아직 개선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GE의 경우 생산라인 개선에는 현장직원의 아이디어가 반영되고, 노조위원장은 생산성 개선 아이디어를 내놓는 등 말단사원부터 전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열정을 쏟아붓는 체제가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CEO는 인적자원 개발과 핵심인재 양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CEO가 혼자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겁니다. 여기에 분권적인 조직경영, 사고의 유연성과 창의성,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보유하며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CEO의 역할입니다.”강회장은 “리더의 능력을 따질 때 육체적인 나이보다 창의성, 열정과 같은 정신적인 나이가 더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GE를 비롯한 선진기업들은 대부분 인사카드나 이력서에 생년월일을 기록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강회장은 “핵심인재를 발굴, 양성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GE의 경우 젊은 인재를 위한 FMP(Fi-nancial Management Program), 중간관리자를 위한 BD(Business Development), CAS(Corporate Audit Staff), HiPot(High Pot-ential) 등 4개의 공식적인 인재양성 통로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FMP는 단순한 재무교육이 아니라 실제로는 6개월 단위로 여러 부서를 순환근무하면서 모든 경영기법을 경험하는 실무교육 과정이며 BD는 신규사업 개발과 전략계획을 담당하는 핵심인재 육성 통로다.가장 눈길을 끄는 제도는 CAS와 Hipot이다. 회계감사 기능이던 CAS는 잭 웰치 회장 재임 중에 인재양성과 경영혁신 전도사로 역할이 바뀌었다. 여기서는 회계 외에 기술부서 등 다양한 직원이 참여해 각 사업부의 경영혁신 수준을 평가하고, 최우수 사례를 분석해 다른 부서에 전수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감사팀을 멀리하려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GE에서는 CAS를 초청하려고 하며 이 과정에 있는 사람을 최고의 인재로 여긴다. HiPot는 각 사업부의 경영자가 성장 가능성 있는 인재를 선발해 본인도 모르게 계속 어렵고 힘든 부서로 순환 근무시킴으로써 경영자로 성장하게 만드는 장기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다.또 GE에서 최고경영자가 되려면 모두 4단계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최종 단계인 EDC(Executive Development Course)의 경우 GE 전직원 30만명 가운데 1년에 오직 30명이 선발된다. 강회장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EDC에 선발됐으며,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재용씨가 특별배려로 이 과정을 이수했다. 강회장은 핵심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과학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국에서는 기업들이 인사나 조직개편을 연말이나 연초에 한번 하곤 1년을 그냥 보내고 맙니다. GE는 이를 연례행사로 여기지 않고 연중행사로 합니다. 모든 사업부의 경영자는 인적자원 개발과 조직관리를 1년 내내 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약력: 1964년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78년 연세대 대학원 공업경영학과 졸업. 84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 74년 GE 극동구매 사무소장. 78년 한국GE 전략계획 담당 상무. 81년 한국GE 사장. 2001년 한국GE 회장. 2002년 CEO컨설팅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