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메모·화술 등 ‘직장인 생존기술’ 몸에 익혀야

사회 도처에서 ‘달인’이라 불릴 만한 사람들이 늘고 있는 데는 능동적인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가 한몫 했다. 특히 이런 분위기 조성의 일등공신은 바로 최근 쏟아져 나오는 경제ㆍ경영 실용서적이다. 로 대표되는 최근 실용서적은 자기계발 트렌드를 좀더 세분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서적 중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의 저자를 만나 책을 쓴 동기와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 사는 기술’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발표의 기술> 하우석지난해 말 발간 직후부터 각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경제ㆍ경영서 베스트셀러가 된 <발표의 기술>은 광고회사 AE출신의 대학교수가 쓴 책이다. 하우석 공주영상정보대학 이벤트기획연출과 교수(37)는 기업 안팎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떠한 경영요소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우량기업일수록 ‘물 흐르듯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그에 따르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주체는 인적자원이다. 따라서 직원이 발표능력이 있을 때 회사의 대외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향상된다. 최근 많은 회사에서 인재선발 기준으로 발표력을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나 기존 직원들에 대한 인사고과를 매길 때도 발표력의 비중을 불과 4~5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보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하지만 그에 비해 많은 이가 발표력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하교수는 발표가 중요시되는 추세에 대한 대비 방안을 널리 알려야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하교수는 발표력이 일반적으로 대학생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여러가지 능력 중 가장 기대 이하의 수준을 보이는 부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유치원 교육의 가장 큰 목표가 ‘자신의 뜻을 남에게 자신 있게 말하기’”라며 “그러한 목표는 고등학교까지 그대로 이어져 대학생이 되면 거의 ‘발표의 달인’이 된다”고 말했다.그는 “주입식 교육이 지배하는 초ㆍ중ㆍ고등학교 시절 내내 발표의 기회를 박탈당해 왔던 우리나라 학생의 경우 마지막 기회는 대학생 때라서 이때를 놓치면 너무 늦다”고 주장했다. 많은 직장인이 발표력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마지막 시기를 놓친 때문이라는 것. 역시 베스트셀러인 <기획천재가 된 홍대리>의 저자이기도 한 하교수는 발표와 기획에 대한 남다른 입장을 밝혔다.“발표와 기획은 연결되는 개념입니다. 발표가 자신감을 갖는 게 우선이라면 그 자신감은 충실한 기획서에서 나오는 겁니다.<메모의 기술> 최효찬<메모의 기술Ⅱ> 저자 최효찬 경향신문 기자(43)는 책을 쓰기 위해 20여명의 ‘메모광’들을 만났다. 이들에게서 얻은 결론은 ‘메모는 자기경영’이라는 것이다. 메모 습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 결점을 보완해 자신감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일어나, 결국 성공의 디딤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특히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원장이나 서일황 SK 동력팀 대리, 박정일 제일은행 상품개발팀장은 어려운 상황을 메모를 통해 돌파하고 끝내 성공시대를 연 대표적인 인물로 꼽는다. 최기자는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들의 자기경영 사례에서 본받을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실제로 정샘물 원장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변변한 인맥도 없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나서 메모를 ‘무기’로 짧은 시간에 큰 성공을 일굴 수 있었다. 20가지가 넘는 자신의 결점을 꼼꼼하게 적어두고 개선될 때마다 지우는 방법을 썼더니 그에 따라 사업도 윤기를 더해갔다는 것이다. 서일황 SK 동력팀 대리도 노조활동으로 회사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지만 메모를 바탕으로 숱한 아이디어를 제안해 인생을 역전시켰다. 그야말로 ‘직장인 서바이벌’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최기자는 “메모의 달인들은 자신만의 메모 노하우가 있기 마련”이라며 “일정기간 메모를 모아 종류대로 분류하고 통계를 내 그 결과를 다시 메모를 하는가 하면, 30년 동안의 메모를 한권의 노트로 요약 정리하는 이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메모에는 사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메모 하나만 잘해도 직장에서 퇴출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최기자는 메모의 달인을 혈액형, 스타일별로 분류해 B형이 가장 많고 AB형이 가장 적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또 PDA나 노트북보다 수첩이나 다이어리에 직접 적는 ‘아날로그형’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하지만 ‘메모를 통해 자기경영의 경지에 올랐다’는 점만은 예외가 없었다는 설명이다.<돌아서서 후회하지 않는 유쾌한 대화법78> 이정숙‘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예부터 대화는 중요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천냥 빚을 갚는 경우보다 빚을 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이정숙씨(52)는 지적한다. 잘못된 대화방식 탓이다. 상사에게 무심코 던진 한마디로 진급에서 누락되기도 하고 중요한 협상이 결렬되는가 하면 신뢰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미국에서 리서치 연구원으로 활동할 때 우리나라 협상자들이 잘못된 대화 탓에 나쁜 조건으로 계약하는 사례를 여러차례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인식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라도 나서 올바른 대화법을 알려야겠다는 결심이 서더군요.”상대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대화는 대표적인 나쁜 대화법이라고 이씨는 강조한다. 또 지나치게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것도 좋지 않다. 대화란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것인데 대화를 독점하면 상대가 피하기 마련이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조직에서 고립되기에 이른다.직장상사 가운데 자주 발견되는 나쁜 유형은 ‘정답’을 미리 정해놓고 질문을 하는 경우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하지 않으면 화부터 내는 상사가 부하의 존경을 받을 수는 없다.“대화는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므로 상대에 대한 이해와 상대의 말을 들으려는 자세를 먼저 갖춰야 합니다.”대화를 잘하기 위한 비법은 멀리 있지 않다. 간단한 연습이라도 꾸준히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이씨는 강조한다.먼저 발성연습을 하라고 이씨는 권한다. 말의 내용과 상관없이 거슬리는 ‘말투’는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 발성연습을 하면 말의 속도와 톤을 듣기 좋게 바꿀 수 있다. 이를 위해 입을 크게 벌리고 큰소리로 문장을 읽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하루 30분씩 6개월이면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실제 대화 모습을 캠코더로 촬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대화 습관을 모르는데 촬영을 해서 보면 자신의 나쁜 습관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짧은 인사말에 인색한 사람은 거울을 보고 인사하는 연습을 하라고 이씨는 권한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등의 말을 하루에 50번 정도 연습하면 자기 모르는 사이에 인사성 바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