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주식형펀드 ‘톱10’은 5개 운용사가 나눠 가졌다.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이하 자산운용 생략)과 PCA가 1ㆍ2위 펀드를 보유한 가운데 미래에셋과 푸르덴셜이 각각 3개씩을 톱10 순위에 올려놓았다. 1위는 ‘세이고배당주식형’이 월등한 격차로 선정됐다. ‘PCA업종일등주식D-1’은 2위에 안착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미래에셋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이 3위를 차지해 순위가 가장 높았고, ‘퍼펙트U성장주식1’은 푸르덴셜의 효자펀드로 8위에 올랐다.조사결과는 ‘전통적인 대형사 부진 속 알짜배기 중견사 부각’으로 요약된다. 투신권의 양대 간판선수였던 대투ㆍ한투운용과 신흥강자로 떠올랐던 삼성투신의 펀드는 톱10에 이름을 넣지 못했다. 특히 2003년 베스트 주식형펀드 1~3위를 휩쓸었던 삼성투신이 2004년에는 부진했다. 푸르덴셜에 인수된 현투가 그나마 체면을 지켰다. 반면 세이에셋과 PCA 등 업계 허리를 맡았던 중견 운용사의 약진이 돋보였다. 운용업계의 기린아 미래에셋은 예년에 비해 다소 밀리긴 했지만 명성을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다. 특히 장기ㆍ대형펀드의 수익률이 좋아 ‘반짝스타’가 아닌 롱런 펀드의 자질을 갖췄다는 분석이다.1위 - SEI에셋자산운용 ‘세이고배당주식형’2004년 최고의 주식형펀드로 선정된 ‘세이고배당주식형’은 2002년 4월 설정됐다. 426억원의 중형펀드로 52주(2004년) 단순수익률 32.69%를 기록했다. 위험조정 후 수익률 지표인 샤프지수와 RRAR 합계에서도 최고수익률을 거뒀다. 이 펀드는 저금리 정착과 배당수익 부각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찬바람 불 때(배당시즌) 잠깐 반짝했다 가라앉는 무늬만 배당주펀드와는 차원이 달랐다. 물론 주식보유를 길게 가져간다는 원칙 때문에 설정 초기에는 판매사를 잡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2004년 9월에는 판매중지를 선언할 만큼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고배당주의 특성상 유통주식수가 적은데, 이는 환매 때 부담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아쉽지만 행복한 선택이었던 셈이다.편입종목은 얼추 40~50개 안팎이다. 발탁되려면 일단 배당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대략 5%가 하한선이다. 여기에 내재가치가 우수해야 한다는 게 교집합 조건으로 또 붙는다. 배당수익률이 좋아도 기업가치가 석연치 않으면 제외된다. ‘배당투자 = 장기투자’인 까닭에 중장기적으로 합리ㆍ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이익 중 배당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이 25~50%는 돼야 영속성이 보장된다. 그러자면 잉여 현금흐름이 플러스인 기업만 해당된다. 시가총액이 크다고 편입되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는 단 한주도 없다. 배당수익률이 5%는 돼야 하는데, 삼성전자는 여기에 미달된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수익률이 1~2% 높은 우선주와 신형우선주도 관찰대상이다.‘세이고배당주식형’에 편입된 종목군의 흐름은 대개 안정적이다. 등락 때의 진폭(표준편차)이 종합주가지수와 비교해 상당히 낮다. 이는 수익률의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이다. 가령 베타계수는 0.52(시장이 1% 움직일 때 0.52% 움직인다는 의미)에 머무른다. 결국 성숙기의 ‘캐시카우’(Cash Cow) 기업이 많아 얼핏 보면 촌스러운 종목이 적잖다. 하지만 성과는 좋다. 설정 후 지금까지 종합주가지수가 0.25% 오른 반면, ‘세이고배당주식형’은 무려 46.41%나 올랐다. 요약하면 ‘저위험ㆍ중수익’ 정도다. 주식 최고 편입비중을 항상 꽉 채워나가는 스타일의 집중투자를 지향한다.2위 - PCA투신운용 ‘PCA업종일등주식D-1’‘PCA업종일등주식D-1’의 랭킹 2위 부상은 펀드업계의 부침을 단적으로 보여준 케이스다. PCA투신처럼 개업(2001년 2월)한 지 4년도 안돼 정상권에 우뚝 선 회사가 있는 반면, 절대강자로 불리던 거물급의 몰락도 잦은 게 운용업계다. ‘가치투자를 통한 중장기 고수익 확보’라는 운용철학을 내세운 PCA의 화려한 성적은 수익률 21.06%, 샤프지수 0.117, RRAR 0.290으로 요약된다. 특히 4위에 오른 ‘PCA베스트그로쓰주식A-1’도 20.47%의 고수익으로 기염을 토했다. 세계적인 금융그룹 소속으로 선진 노하우와 리스크 관리 기법을 공유한다는 게 강점이다.‘PCA업종일등주식D-1’은 2002년 4월 설정됐다.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 등으로부터 별 다섯 개의 최고등급을 받는 등 승승장구를 해왔다. 역시 핵심파워는 운용조직에 있다.PCA 운용팀은 강신우라는 걸쭉한 간판선수가 이끈다. 16년간 정상급 펀드매니저로 명성이 자자한 거물이다. 이들은 숨겨진 가치를 찾아 시장의 공감대에 도전한다. 즉 숨겨진(왜곡된) 본질가치를 파악한 후 이게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스타일이다. 그러자면 리서치 강화가 필수다. PCA 운용조직은 철저한 분업화와 이를 통한 팀운영을 지향한다. 활발한 아이디어 교환은 트레이드마크다. 단순히 좋은 기업보다 적정가격과 괴리가 있는 주식을 선호한다. 매수는 주가의 이상 급락 때를 노린다.주력 편입종목은 펀드명처럼 ‘업종일등주’다. 불황기 때는 강력한 시장지배력으로 하락을 저지하는 한편 호황 때는 주가상승에 따른 혜택을 최대한 보도록 설계됐다. 결국 기관ㆍ외국인투자가의 높은 선호도가 호ㆍ불황에 무관한 누적수익률을 보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인기몰이는 펀드의 주고객인 개인투자자 그룹이 이끈다. 원래 업종일등주는 소액투자에 한계가 많기 마련이다. 단위가 커 직접투자는커녕 분산투자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게 되레 고객접근성을 높였다. ‘펀드’라는 유용한 접근수단이 개인투자자의 일등주 보유가 가능하도록 길을 터줬다. 특히 2004년 12월에는 저축 개념을 도입해 화제상품으로 떠오른 적립식펀드로도 출시됐다. 황성호 사장은 “개인투자자의 적지만 소중한 돈을 굴리는 데는 적립식이 제격이다”며 “현재 기대 이상으로 고객이 많다”고 밝혔다.3위 -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운용의 명가 미래에셋은 3개 펀드가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각각 3ㆍ5ㆍ7위에 랭크됐다. 비록 톱 자리는 놓쳤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지존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우수한 장기수익률을 냈다. 특히 수익률 관리가 어려운 1,000억~2,000억원대의 대형펀드라는 한계를 딛고 거둔 값진 성과다. 가령 7위의 ‘미래인디펜던스주식형1’은 설정액만 2,623억원의 초대형펀드다. 게다가 대부분 3~4년 이상 된 장수펀드다. 길어야 1년을 넘기기 힘든 현실에서 펀드의 미래를 이끄는 셈이다. 결국 모멘텀보다 가치투자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은 19.06%의 수익률로 3위에 안착했다. RRAR는 0.3으로 톱을 기록했다. 설정(2001년 7월) 후 지금껏(2004년 12월27일) 누적수익률만 164.94%에 이른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48.46% 상승에 머물렀다.미래에셋의 고수익 배경은 ‘시스템’에 있다. 공동 운용방식을 채택해 체계ㆍ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한다. 내재가치를 중시하며 길게 내다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전문ㆍ특화 파이낸셜그룹답게 각 자회사의 정보교류도 강점이다. 특이한 건 자체 운용 리서치센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종목발굴을 전담하는 리서치가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발굴과 매매를 함께하는 업계 관행과는 달리 발굴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만 10여명에 달한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은 수익과 위험을 동시에 고려하는 고객 입맛에 맞췄다. 성장주 중심으로 편입해 주가상승 때 고수익을 추구하도록 했다. 반면 하락 때는 파생상품 거래로 헤지해 수익률을 방어한다. 선취형(환매수수료)펀드로 투자기간이 길수록 수수료가 저렴해지도록 만들었다. 연기금투자풀 경쟁펀드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박건영 주식운용1본부장 등이 팀제로 운용한다.운용 기본전략은 바텀업(Bottom-up)이다. 사전에 재무분석, 기업탐방을 통해 편입대상종목을 압축한다. 여기에 거시ㆍ해외동향은 톱다운(Top-down)으로 접근해 미세한 장세변화보다 중장기 시장흐름에 순응하도록 했다. 편입종목은 자산배분 비율에 따라 세 집단으로 나뉜다. 50% 이상은 주도산업ㆍ업종 중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배분된다(핵심종목군). 성장ㆍ수익성을 겸비한 업종대표주로 업황ㆍ실적개선이 예상될 때 40% 이하를 배치한다(전략종목군). 나머지 10% 안팎은 단기수급ㆍ외부요인에 의한 낙폭과대종목의 기술적 반등을 노려 매매한다(트레이딩종목군). 이는 수익과 안정을 도모하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