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회사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1977년 국내에 반도체 영업사무소를 열며 한국시장 문을 두드렸다.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DSP(Digital Signal Processingㆍ디지털 신호처리 집적회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글로벌 기업이다. DSP는 디지털 휴대전화의 부품으로 사용되는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집약적 생산품이다. 이밖에도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센서와 제어부품, DLP(디지털 광프로세서) 등을 생산하며 전자산업의 눈부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또한 광역케이블, 무선랜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한다.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25개국 이상에 생산 및 판매조직을 갖춘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지난해 98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58년 집적회로(IC)를 개발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던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방위산업과 프린터, 통신, 소프트웨어, 노트북 등 종합 전자회사로서 14개 분야에 걸친 사업을 전개했다. 지난 95년 사업영역을 4개 분야로 대폭 축소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비메모리 전문 반도체와 부품 전문회사로 변신했다.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국내 반도체 영업사무소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88년 100% 출자법인으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를 설립했다. 이어 89년에는 충북 진천에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 전자제어부품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국내생산체제를 갖췄다.설립 당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의 주력사업은 D램이었다. 이후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D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경영전략을 바꿨다.당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는 삼성과 현대 등 국내업체들의 대대적인 D램 공세를 분석한 후 회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D램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DSP와 아날로그 집적회로(IC) 사업에 집중하며 승부수를 던진 결과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선견지명을 갖고 펼친 현지화 전략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지난 86년에는 반도체 응용기술연구소를 설립해 DSP와 아날로그 반도체 연구개발비 투자를 대폭 늘렸다. 발빠른 변신을 위해 연간매출의 10% 이상을 국내 전자제품에 적합한 DSP와 아날로그 반도체 개발비로 투자했다.이 같은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끝에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가 자체개발한 DSP 응용제품은 휴대전화 기지국과 전화기, 오디오, 자동차, 모뎀의 필수제품으로 자리잡게 됐다.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는 동부아남반도체와 기술제휴를 맺으며 DSP 제조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동부아남반도체 외에도 앰코코리아, 칩팩코리아, 네패스, KEC 등 업체에 웨이퍼 가공과 반도체 패키징을 아웃소싱하며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는 DSP 분야에 국내 기술인력의 관심이 몰리도록 DSP 교육센터와 대학 프로그램, 디자인하우스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또 현재 한양대와 한국과학기술원, 연세대, 서울대 등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료 엘리트랩을 두고 있다.엘리트랩은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1억원 상당의 DSP장비를 무료로 설치, 국내 대학이 연구할 수 있는 연구실이다. 또한 국내 기술인력의 DSP 저변 확대를 위해 95년부터 DSP 콘테스트를 개최해 왔다.설립 당시 63명 시작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는 현재 반도체사업부를 비롯해 센서ㆍ제어부품 등에서 총 455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폭발적인 매출액 성장세를 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2002년 6,843억원이던 매출액은 1년 사이에 54% 증가해 2003년 1조512억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해 외국계 100대 기업 13위에서 올해는 8위로 5계단 뛰어올랐다.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는 이미 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연속 100억원대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04년에는 무역의 날 ‘5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며 국내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외국계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