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원로자문단이 간친회 모임을 가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남덕우 전 총리,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 경제원로들이 참석한 이날 저녁의 화두는 ‘박정희’였다.재계는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고 있다”며 “지금은 정부와 정당, 기업이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며, 특히 대처 전 영국 수상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이날의 이야기는 ‘박정희식 개발독재’가 지금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주장이 아니다. 다만 과거와 같은 확고한 정책제시와 경제발전을 위한 국민적인 컨센서스가 아쉽다는 탄식과 불만의 목소리였을 뿐이다.이로부터 8개월 뒤 탄핵위기를 넘긴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섰다.“경제의 위기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같은 걱정을 가지고 각별히 경각심을 가지고 상황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우려하는 목소리 중에는 순수한 우려도 있습니다만 의도적인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서, 자기에게 불리한 정책을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기를 확대해서 주장하고 그렇게 해서 국민들의 불안을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경제현실에 대한 양측의 진단과 시각이 크게 어긋나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해가 바뀌도록 ‘경제’에 대한 명쾌한 대답은 제시되지 않은 채 광복 60주년을 맞았다. 새해 경제전망은 밝지 않다.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기업 체감경기 조사’에 따르면 연간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8.7로 기준치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소매유통업체 85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5년 1/4분기 경기전망’ 조사에서도 소매유통업경기전망지수(RBSI)가 64로 2002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주요기업 CEO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전망 조사에서는 81%가 ‘2006년 이후’에나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해 경기침체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3분의 1 이상이 향후 3년 이상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해 한국경제의 앞날에 우려를 표시했다.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분명히 한국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한국경제 60년사에 위기가 아닌 때는 별로 없었다. 해방 직후에는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산업기반이 완전히 파괴됐고, 70년대 고도성장기에도 오일쇼크와 기업도산 사태는 있었다. 80년대 초반에는 중화학공업 중복투자로 몸살을 앓았고 80년대 후반부터는 노동쟁의가 끊이지 않았다. 90년대 들어서는 중국, 동남아국가 등의 저임금 공세로 당대의 수출효자 기업들이 줄도산에 휘말렸다. 30대 그룹의 절반을 삼켜버린 97년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는 ‘이대로 남미국가들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이 같은 위기를 이겨낸 비결로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 △도전정신에 충만했던 기업가 정신 △근로자들의 희생과 노력 △지식과 능력을 갖춘 테크노크라트의 존재 등을 꼽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한 과거 방식의 답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요소들은 지금도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를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인 셈이다.때마침 노대통령의 의중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04년 9월 러시아 방문길에 “외국에 나와 보니 ‘기업이 바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대표는 대통령이 아니라 기업의 상품인 것 같다”고 했다. 전국민이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다시 뛰는 광복 60주년, 한국경제 60주년의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한국경제 60년 연표1945. 8.15 해방1948. 8.15 대한민국 정부 수립 선포1948. 12.20 한·미 경제원조협정 조인1950. 6.12 한국은행 설립1950. 6.25 한국전쟁 발발1952. 5.24 한·미합동 경제위원회 설치1953. 3.8 노동기본법 제정1953. 7. 27 휴전협정 조인1955. 8.8 증권거래소 개설1955. 8.26 IMF, IBRD 가입1959. 3.3 증권시장 개장1960. 4.19 4·19 혁명1961. 5.16 5·16 군사혁명1961. 7.22 경제기획원 설립1962. 1.5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1962. 2.3 울산공업지구 선정1964. 11.30 수출 1억달러 달성1965. 1.26 베트남전쟁 파병1967. 4.15 GATT 가입1967. 7 컴퓨터 도입(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1969. 10.23 마산 수출자유지역 설치1970. 1.4 농촌근대화 10개년 계획1970. 4.1 포항제철 기공1970. 7.7 경부고속도로 개통1971. 3.31 서울-부산간 자동전화 개통1971. 9.8 국토종합개발 10개년 계획1972. 4.11 새마을운동 시작1973. 1.12 중화학공업 육성계획1973. 7.3 포항제철 준공1973. 10.16 1차 오일쇼크1973. 12.31 주요 도시 그린벨트 공포1974. 8.15 서울지하철 개통1975. 12.5 중동건설 촉진방안1975. 12.31 물가안정 및 공정거래법 공포1977. 6.19 원자력발전 고리1호기 점화1977. 7.1 부가가치세 도입1977. 12.31 수출 100억달러 달성1979. 6.28 2차 오일쇼크1980. 5.18 광주민주화운동1980. 8.20 국보위 중화학공업 투자조정 단행1981. 5.6 공정거래위원회 발족1982. 7.3 금융실명거래와 금융자산소득 종합과세 발표1984. 5.14 해운업 통폐합1985. 6.27 66개 업종 외국인 투자 자유화1986. 9.1 의료보험 확대실시1987. 6.29 6·29 민주화선언1988. 9.17 서울올림픽 개최1988. 12.1 단계적 금리자유화계획 발표1989. 1.19 해외 부동산 투자 자유화1989. 4.3 분당 일산 신도시 계획 발표1989. 12.30 토지 공개념 도입1991. 9.17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1991. 12.8 국제노동기구 가입1992. 1.3 증시 외국인 개방1993. 8.13 금융실명제 시행1993. 8.20 고속철 차종 TGV 결정1993. 10.27 업종전문화시책 확정1994. 2.18 75개 공기업 민영화 계획 확정1994. 11.8 종합주가지수 1138.751995. 1.31 WTO 창립총회1996. 12.26 노동법 파동1997. 16 노동계 총파업 돌입1997. 1.23 한보철강 부도1997. 3.19 삼미특수강 법정관리 신청1997. 5.13 진로그룹 화의신청1997. 9.22 기아자동차 화의신청1997. 11.22 IMF에 300억달러 구제요청1997. 12.23 원화환율 1,760원1997. 12.24 IMF 100억달러 자금지원 결정1998. 1.15 노사정 위원회 출범1998. 2.14 정리해고법안 통과1998. 2.17 10개종금사 인가 취소1998. 6.13 종합주가 300선 붕괴1998. 6.18 55개 퇴출기업 발표1998. 6.29 5개 퇴출은행 발표1998. 9.3 전경련 5대그룹 업종 구조조정안 발표1998.10.16 은행권 117 워크아웃 대상 선정1999.7.30 산업자원부 수입선 다변화품목 폐지1999.9.30 사상 최초 순채권국으로 전환2000. 3.24 외국기업 국내 직상장 허용2000. 5.24 재경부 적대적 M&A 허용2000. 6.13 김대중 대통령 방북2000. 6.30 북한 금강산 경제특구지정2000. 10.23 주5일 근무제 노사정 합의2000. 10.31 현대건설 1차부도2000. 11.8 대우자동차 부도2001. 3.29 인천국제공항 개항2001. 5.11 동아건설 파산 선고2001. 12.21 대우자동차 GM에 매각2001. 9.28 판교신도시 개발안 확정2002. 5.31 한ㆍ일월드컵 개막2002. 10.24 한ㆍ칠레 FTA 타결2002. 10.30 국산 첫 초음속기 공식 비행2002. 11.3 부실 신협 115개 퇴출2002. 11.4 공무원 사상 첫 파업2003. 6.22 신한금융지주의 조흥은행 매입2003. 7.1 청계천 복원공사 기공2003. 6.25 신용불량자 65만명 구제대책 발표2003. 9.1 종부세 신설 등 세법개정 추진계획 발표2003. 11.11 농촌지원 사업 119조원 지원 발표2004. 3.10 배드뱅크 등 신용불량자 대책 발표2004. 4.1 고속철도 개통, 한ㆍ칠레 FTA 발효2004. 7.11 동해가스전 시험생산 성공2004. 9.23 개인회생제도 시행2004. 9.30 복지부 출산장려 대책 발표2004. 10.21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2004. 11.4 부동산 보유세개편안 확정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