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쓰리엠은 지난해 16위에서 올해 9위로 뛰어올라 ‘톱10’ 진입에 성공한 다국적 기업이다.한국쓰리엠이 10위권에 들어선 것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2003년 자산과 매출, 순이익 등 경영실적이 모두 좋아졌기 때문이다. 매출은 2002년 5,409억원에서 2003년 7,784억원으로, 순이익은 같은 기간 732억원에서 1,160억으로 428억원이 늘어나며 사상 최대의 경영 실적을 거뒀다. 올해는 회사설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을 거뜬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한국쓰리엠은 매출의 50% 이상이 주로 휘도강화필름(LCD용)과 열전도성 테이프(PDP TV용), 기능성 양면테이프(TV 모니터와 휴대전화용), 자동차 외장용 필름과 문짝용 흡음제 등 산업용품이 차지한다.따라서 삼성전자 등 전자업체와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지면서 이들 기업에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의 매출액도 덩달아 급증한 것이다.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본부를 둔 쓰리엠(3M)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77년이다. 당시 두산그룹과 합작으로 한국쓰리엠을 설립했다. 이후 IMF 직전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미국 3M이 지분 40%를 인수해 100% 외국인 투자회사가 됐다.한국쓰리엠은 포스트잇, 수세미 등 일반 소비재부터 리트먼 청진기, 첨단 프로젝터, 휘도강화필름 등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무려 9,000여종의 제품들을 선보였다.이 회사의 다양한 제품들이 국내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성공요인으로는 3M 특유의 기업문화와 현지화 전략의 성공을 들 수 있다. 우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통해 기존 제품들과 확연히 다른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 히트를 쳤다.액정화면(LCD)창을 통해 환자들의 맥박이나 혈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의료용 청진기와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의 LCD창에 부착하면 화면을 더욱 밝게 만들어주는 휘도강화필름 등이 그것이다.이렇듯 기발한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이어진 것은 아이디어를 상식이라는 ‘흉기’로 죽이지 않도록 여러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기에 가능했다.접착테이프를 만들다가 실패작으로 탄생한 것이 포스트잇이라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그렇다고 포스트잇이 우연히 탄생한 것으로 간주하면 곤란하다. 포스트잇은 이 회사가 가진 ‘15% 규칙’이라는 독특한 제도에 의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 제도는 기술연구원들이 업무시간의 15%를 회사 업무와 상관없이 본인이 원하는 연구나 작업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책임이나 이유를 묻지 않는다.또 하나 주목할 것은 여느 국내기업 못지않게 토착화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올해 27주년을 맞은 한국쓰리엠은 설립 초기부터 국내 제조시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92년 기저귀용 테이프와 산업용 테이프 생산공장으로 설립된 나주공장은 이후 LCD 휘도강화필름, 사무용 제품, 광고용 필름 등을 추가, 현재 2,500여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호아킨 델가도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2003년 매출의 20% 이상은 과거 1년 이내 소개된 신제품이었고 그 가운데 37%는 한국에서 개발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도 ‘한국기업’으로서 책임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나주지역 주민을 위한 마을 표지판 설치, 농민들을 위한 농약살포용 마스크 기증, 소년소녀가장 생활보조금 지급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2002년부터 ‘한국의 과학영재 발굴’과 ‘한국 과학발전에 기여’를 모토로 해마다 ‘3M 사이언스 캠프’를 개최한다.회사 관계자는 2005년 사업계획을 묻는 질문에 “신제품 개발역량을 강화해 시장지배력을 더욱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