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김석준·김선동 회장 등 첫 진입, 무서운 잠재력 발휘

올해 ‘주목받는 CEO’의 면면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강덕수 STX조선 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김선동 에쓰오일 회장, 신헌철 SK 사장, 양덕준 레인콤 사장, 이상윤 농심 사장 등 6명이 2000년 이래 매년 선정 발표된 ‘올해의 CEO’ 리스트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뉴페이스’인 셈. 이들은 저마다 불황의 높은 파도를 넘으며 기업을 이끌어낸 ‘파워맨’이기도 하다.지난해 ‘주목받는 CEO’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이도 있다. 박정인 현대모비스 사장은 올해 ‘베스트 CEO’로 자리를 옮겨 잠재력을 증명했다. 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날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같은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우리금융지주 CEO로 자리를 옮긴 황영기 회장도 올해 주목받는 CEO로 ‘컴백’했다.‘올해의 CEO’나 ‘베스트 CEO’에 선정된 인물들이 경영입지를 굳힌 스타 CEO라면, ‘주목받는 CEO’는 이들을 지근거리에서 위협하는 무서운 라이벌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은 재무성과, 리더십, 글로벌 역량 등 각 평가항목에서 근소한 점수 차이로 뒷자리로 밀려났을 뿐이다. 타워스페린의 종합 결과 상에서도 ‘주목받는 CEO’는 ‘올해의 CEO’나 ‘베스트 CEO’ 후보와 더불어 치열한 접전을 벌였음이 그대로 나타난다.이들은 내년 ‘올해의 CEO’ 상좌에 앉을 가장 강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하나같이 무서운 잠재력을 지닌 최고경영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새로 진입한 새 얼굴들은 불황 속에서 괄목할 실적을 일궈낸 경영의 달인들이다. 이들이 주목받게 된 이유와 올해 이뤄낸 위대한 성과들을 살펴보자.강덕수 STX조선 회장범양상선 인수, 재계 뉴스메이커 떠올라근래 보기 드문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며 올해 재계에 가장 많이 회자된 화제의 인물로 꼽힌다. 평범한 신입사원(쌍용양회)에서 임원 및 사장(쌍용중공업)으로, 다시 매출 5조원 그룹의 리더(오너)로 극적인 변신을 한 그는 지난해만 해도 그리 잘 알려진 CEO가 아니었다.STX조선의 전신은 쌍용중공업. IMF 위기에 부도가 났던 바로 그 회사다. 강회장은 2000년 10월 사장에 취임한 후 채권단 설득 등을 통해 부도에서 회사를 살려냈다. 2001년 5월에는 사명을 변경하고 대동조선,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를 잇달아 인수했다.또 지난 9월에는 2조원 매출의 범양상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그룹 산하에 공식적으로 포함시키면서 해운ㆍ조선 전문 STX그룹의 전체 매출은 4조7,000억원(예상)으로 늘어났다. 퇴출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매출 2,600억원대 중견기업이 4년 만에 18배나 성장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있었던 강회장에게 2004년은 잊을 수 없는 ‘도약의 해’다.지난 11월8일 STX는 ‘2010년 매출 1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다짐하는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이날은 범양상선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계약을 완결한 날. 특히 조선, 엔진 및 조선 기자재로 구축된 조선사업부문을 2010년에 ‘세계 5대 조선소’로 키운다는 큰 포부를 세우고 있다.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워크아웃 졸업, 실적호전 이끌어지난 99년 쌍용건설은 쌍용자동차 매각으로 떠안은 부채 탓에 부채비율 3만1,435%, 경상적자 499억원의 최악의 상태였다. 또 워크아웃 시절에는 2년 연속 50% 이상 자본잠식으로 코스닥시장에서 아예 퇴출될 뻔한 위기도 맞았다. 직원수가 절반으로 줄고 너나없이 봉급이 크게 깎였다.하지만 쌍용건설은 지난 10월, 5년 7개월 동안 발목을 죄고 있던 워크아웃 굴레를 벗어던졌다. 수익성 위주 사업구조 재편과 보유자산 매각 등의 내실경영으로 올해 부채비율은 160%대까지 떨어졌다. 또 수주규모 1조3,800억원, 경상이익 620억원대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기사회생에 이어 승승장구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쌍용그룹 회장으로 있다 98년 채권단의 요청으로 쌍용건설에 돌아온 김회장은 그동안 대외활동을 극도로 자제했었다. 대신 해외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업을 챙기고 분양 일선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0월 워크아웃 졸업을 자축하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워크아웃 졸업 일등공신은 직원들”이라며 공을 종업원에게 돌렸다. 특히 이 자리에서 종업원 지주회사 전환의 가능성을 시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김선동 에쓰오일 회장15년 CEO, 입지 탄탄김선동 회장은 에쓰오일의 전신인 쌍용정유 시절부터 24년째 임원 및 CEO로 재직 중이다. 재계에서는 15년의 CEO 경험을 통해 오너 못지않은 파워를 기른 전문경영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탁월한 ‘중동인맥’이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아람코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 탄탄한 입지를 닦게 했다는 게 정설이다.올해 에쓰오일은 주가를 통해 실적 호황을 여실히 증명했다. 지난 11월 이후 주가가 6만원대에 진입하면서 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것. 원화강세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데다 수출 정제마진 확대로 실적호조 기대가 대단해 단숨에 ‘스타주’에 올랐다.여기에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계절적 수요까지 겹쳐 4분기 이후 실적은 더 좋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UBS의 경우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가 기대된다며 목표가를 7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올해와 내년 순이익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각각 24%, 16%씩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하지만 최근 아람코가 보유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오면서 김선동 회장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람코가 지분을 매각한다면 경영진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라회장 없으면 신한도 없다”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는 ‘근세 유일한 고졸 은행장’ ‘최초의 3연임 은행장’ 등의 수식이 뒤따라 다닌다. 그만큼 입지전적인 인물이며 세인의 주목을 받는다는 뜻. 선린상고 졸업 후 농업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라회장은 14년간 행장 3연임에 지주사 회장 연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특히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신한금융지주를 최고우량기업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라회장이 없었으면 오늘날의 신한지주도 없다’는 말까지 낳게 했다. 강력한 리더십과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성향은 이미 유명하다.올해 신한금융지주는 뚜렷한 실적호조를 보였다. 특히 3분기 누적순이익이 7,964억원에 달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7.7% 증가한 것. 지주사 체제 이후 수익 측면에서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업계 안팎이 크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라회장은 올 초 주총에서 경영진 연임 결정으로 2007년 2월까지 임기를 연장한 상태다.송문섭 팬택앤큐리텔 사장엔지니어 출신, 기술개발 앞장송문섭 팬택앤큐리텔 사장은 지난해 ‘베스트 CEO’에 선정된 데 이어 대학생들에 의해 ‘한국의 톱 CEO’로 뽑히기도 한 전문경영인이다. 무엇보다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 미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에 이어 미국 통신표준 제정위원으로 활동한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에서 진작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직접 제품개발에 참여하고 해외시장 곳곳을 조사 개척하는 부지런함 또한 잘 알려져 있다.최근 송사장은 한국 휴대전화가 전세계 시장의 40%까지 차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더불어 지난 11월 MP3 디카폰에 이어 12월 들어서는 세계 최초로 근거리통신기술을 적용한 지그비(Zigbee) 휴대전화를 선보였다. 지그비 휴대전화의 경우 지그비 칩과 솔루션을 탑재해 휴대전화로 홈네트워킹이 가능한 미래형 유비쿼터스 폰. 잇단 신제품 발표는 송사장의 끊임없는 기술개발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신헌철 SK(주) 사장사상 최고치 실적 견인 ‘주역’지난 3월 취임한 SK 신헌철 사장은 취임 9개월째 짧은 시간동안 많은 화제를 뿌렸다. 최태원 회장과 더불어 SK경영협의회 멤버로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쉬지 않는 현장 챙기기로 임직원간 결속 다지기에도 열심이다. 무엇보다 올해 사상 최고치 실적을 낼 전망이다. 또 마라톤 완주를 통해 후원금을 적립, 불우이웃을 돕는 선행까지 더해 여러모로 뉴스 주인공이 돼왔다.신사장이 주목받는 데는 SK와 소버린의 힘겨루기 구도의 중심에 있다는 점, 그리고 하반기 들어 뚜렷해진 주가 상승세가 한몫 하고 있다. 특히 11월 들어 SK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 150% 수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SK로서는 주가가 오를수록 우호세력 확보가 쉽지 않아 마냥 희색일수는 없는 입장. 앞으로 석유개발사업과 중국사업 강화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신사장이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양덕준 레인콤 사장삼성 출신 스타 CEO 대열 올라지난해 12월 코스닥에 등록한 후 곧장 ‘주목받는 CEO’에 오른 양덕준 사장은 IT업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스타급 CEO다. 78년 삼성전자(반도체부문)에 입사, 미국법인 주재원과 홍콩법인 지점장을 거친 후 95년부터 3년여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비메모리 마케팅 및 수출담당 이사를 역임했다.MP3플레이어로 시장을 석권한 레인콤을 설립한 것은 99년의 일. 불과 5년 만인 올해 레인콤은 4,650억원의 매출과 553억원선의 순이익을 기대할 정도로 탄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최근 레인콤은 공시를 통해 5GB HDD를 탑재한 신제품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로 내년에 매출 8,080억원, 순익 799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실적과 비교하면 각각 73%, 44% 늘어난 수치다.특히 주력제품인 MP3플레이어와 함께 휴대형 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전자사전 출시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또 내년 3월 중국 자체 생산공장 가동에 따라 매출이 급상승 곡선을 그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해외마케팅 및 시장확대 전략이 어떤 효과를 거둘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이상윤 농심 사장‘라면 지존’ 이끈 장수 최고경영자지난 71년 농심에 입사, 영업본부장 등을 거친 뒤 92년 10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12년째 농심을 이끌고 있는 이상윤 사장은 올해 처음으로 ‘올해의 CEO’ 리스트에 올라 이목을 끈다. ‘직업이 사장’이라 할 만큼 장수 CEO로 명망이 높은 이사장은 경쟁이 치열했던 라면시장에서 농심을 ‘라면 지존’으로 만든 야전사령관이기도 하다.특히 라면은 불황일수록 지명도가 올라가는 상품이라 농심은 올해가 ‘호기’나 다름 없었다. 라면의 대명사 신라면의 경우 연간 3,000억원어치가 팔리고 우리나라 라면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국민 1명이 1년에 소비하는 라면 80여개 가운데 4분의 1인 20개 정도가 신라면인 셈.최근에는 해외시장 개척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편의점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세계바둑대회 등 문화, 스포츠, 이벤트도 해외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있다. 특히 첨단설비 등에 집중투자, 생산성을 높이고 마케팅 혁신을 통한 영업력 강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는 평이다.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상사 부활 플랜’ 주인공오랜 침체에 빠져 있던 상사들이 저마다 재기 전략을 짜는 가운데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의 앞선 행보는 여러모로 관심거리다.지난해 실적호조에 힘입어 CEO로 재추천받은 데 이어 업계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CEO로 입지를 단단히 구축했다는 평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방문시 재계 대표사절단 명단에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지명도가 높아졌다.특히 올해 초 한국신용평가에서 BBB- 등급을 받은 이후 9개월 만인 지난 12월 초 등급이 한 단계 상향돼 신용등급 BBB°(투자적격 등급)를 획득했다. 이는 해외투자법인의 실적이 개선되고 자산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환으로 재무안정성의 지속 가능성이 입증된 데 따른 것이다.이사장은 이와 함께 내년 경영전략으로 ‘수익모델 다변화 및 경영역량 강화’를 핵심으로 설정하고 해외 에너지, 광물자원 사업을 확대해 수출 1위의 종합상사 위상을 확립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또 2010년에 자산 6조원,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3,500억원을 달성해 세계 500대 기업에 진입하는 글로벌 초우량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기대 속 ‘새 도전’ 감행황영기 회장은 삼성투신운용, 삼성증권 사장을 역임하면서 대표적인 금융전문 CEO로 명성을 누려왔다. ‘올해의 CEO’ 리스트에도 2001~2002년 연이어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올해 다시 등장하는 저력을 보여줬다.황회장은 지난 3월 금융업계 안팎의 기대 속에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민영화 일정과 DR(주식예탁증서) 발행 지연 등 장기 비전이 차질을 빚으면서 순탄하지만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해 취임 당시 기대감이 반영된 9,120원보다 다소 내린 8,000원 초중반대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하지만 우리금융을 은행, 증권, 보험을 아우르는 한국의 대표 금융그룹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 특히 IB(투자은행)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LG투자증권을 인수,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섰다. 보험사 편입도 서두르고 있어 조만간 금융그룹의 면모가 드러날 전망이다.우리금융 민영화와 함께 외국자본에 맞설 수 있는 토종 금융회사 육성의 무거운 짐을 진 황회장의 행보는 여전히 대단한 주목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