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릅니다.”<한경비즈니스>와 함께 올해로 5년째 ‘올해의 CEO’를 발표해 온 타워스페린 박광서 사장(52)의 자부심은 대단하다.박사장은 “(올해의 CEO와) 비슷한 행사가 여럿 있지만 대부분 인기투표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올해의 CEO의 경우 세계적인 인사컨설팅업체인 타워스페린이 개발한 글로벌 리더십 평가 툴을 적용해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평가결과를 내놓고 있다”며 선정방식의 차별성을 강조했다.타워스페린은 전세계 인사·조직컨설팅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경영컨설팅회사다. 인사·조직컨설팅만으로 연간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의 거대 기업이다.박사장은 96년 타워스페린이 한국시장에 진출할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지금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다. 국내 대다수 대기업 CEO들을 만날 정도로 업계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특히 경영자평가보상제도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대접받는다.박사장은 ‘올해의 CEO’를 5년간 진행하면서 주로 장수 CEO가 뽑힌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전문경영인이 장수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리나라 CEO의 수명이 평균 4년 정도(LG경제연구원 조사)로 세계 평균(8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이는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자평가보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그렇다고 해서 전문경영인이 단기성과만을 노리고 경영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고개를 내젓는다. 자칫하면 급격한 경영환경의 변화에 미처 대처하지 못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을뿐더러 덩달아 자신의 임기도 짧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따라서 그는 “현실에 60%, 미래에 40%의 비중을 둬라”고 강력히 주문한다.“업종과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반도체는 5대5, 제조업은 7대3 정도 비중을 나누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는 현실을 인정하되 미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해도 곤란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올해의 CEO’에 선정된 CEO들의 면면을 보면 단기에 경영성과를 크게 내면서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끊임없이 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CEO들과 비교해서 한국 CEO들의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그는 “우리나라 CEO들이 미국이나 일본기업 CEO들과 비교해 열악한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훨씬 잘하고 있다”고 정색을 하며 잘라 말했다.특히 “강한 열정을 갖고 있어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익을 많이 내고 자기희생이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스템을 중시하는 선진국 기업 CEO들의 자세는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인사 분야만 하더라도 그래요. 그들은 시스템 안에서 모든 예측이 가능합니다. CEO가 바뀌더라도 기업문화와 색깔을 그대로 갖고 가면서 ‘지속적인 향상’을 꾀하려면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그는 훌륭한 CEO가 되기 위해서는 4가지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오너십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단순히 월급쟁이 사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 일’이라고 여기면 모든 것이 달라져 보인다는 것.프로정신도 강조했다. 근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일을 즐기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설명이다.리더십은 꼭 필요한 자질에 속한다. 리더십은 상황이론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그럼 어떻게 리더십을 키울 것인가. 그는 말과 행동을 같이하는 것이 그 비결이라고 조언했다.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모든 것을 총괄하는 것이 희생정신으로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로 꼽았다. “CEO로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아마도 감원 같은 인력 구조조정이 아닐까요. 하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필요하면 과감하게 감원도 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넓은 의미에서 자기희생입니다.”그는 기업가들을 폄하하는 분위기도 이제는 없어져야 할 때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야 인재들이 기업에 몰리고, 세계적인 CEO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