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규(2000년)·서경배(2002년)·배중호(2003년) 등 젊은 경영자 배출

김정태(전 국민은행장), 변대규(휴맥스 사장), 서두칠(전 한국전기초자 사장), 유상부(전 포스코 회장). 2000년 ‘올해의 CEO’로 뽑힌 이들이다.윤종용(삼성전자 부회장), 김쌍수(LG전자 부회장), 김동진(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승유(하나은행장), 이구택(포스코 회장). 2004년 ‘올해의 CEO’로 뽑힌 이들이다.보다시피 5년 만에 ‘올해의 CEO’가 전원 교체됐다. 5년은 짧은 시간이지만 변화는 거셌다. 기업에서 CEO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기업의 성쇠와 CEO가 가는 길은 늘 동일하다. 따라서 지난 5년간의 선정 내역을 분석해 보면 ‘뜨는 기업, 지는 기업’이 한눈에 보인다. 물론 당시의 경제상황 및 이슈도 유추해 볼 수 있다.2000년. 군웅할거의 시대였다. ‘스타CEO’들이 대거 출현했다. 그 배경은 두 가지다.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이 있듯이 IMF를 거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CEO들이 영웅으로 탄생했다. 아울러 벤처 열풍이 불면서 벤처업계의 일부 CEO들이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서두칠 당시 한국전기초자 사장(현 이스텔시스템즈)사장과 변대규 휴맥스 사장이 대표인물이다. 두 사람은 기업규모가 비교적 작은데도 불구하고 유상부 포스코 회장, 김정태 국민은행장 등 굴지의 대기업 CEO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올해의 CEO’에 뽑혔다.서두칠 사장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구조조정의 전도사’ ‘경영혁신의 기수’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 97년 12월 말. 서사장이 대표로 취임할 당시 한국전기조차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부채비율은 1,114%. 게다가 노조파업도 5개월간 이어졌다. 그로부터 불과 3년 뒤 2000년. 한국전기초자는 매출 7,104억원에 1,717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알짜기업으로 변신했다.변대규 휴맥스 사장의 성공도 ‘신화’에 가깝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자본금 5,000만원을 들고 시작한 사업. 시작은 미약했으나 승승가도를 달렸다. 2000년 상반기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 가운데 매출액(572억원) 상위 5위, 순이익(142억원) 1위를 기록했다. 밑바닥에서 일군 성공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안겨줬다.2001년 우리나라 대표기업 CEO들이 전면에 등장한 해다. 손길승(전 SK텔레콤 회장), 유상부(전 포스코 회장), 윤종용(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 등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올해의 CEO’로 선정됐다.특이한 점은 당시 이병규 현대백화점 사장이 이들과 함께 ‘올해의 CEO’에 올랐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보면 다소 의외일 수도 있지만 당시 이사장은 현대가가 배출한 스타경영인 중 한명이었다.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99년 4월 현대백화점을 맡으면서 ‘고급화’로 방향을 정하고, 새로운 CI선포 및 상호변경을 하는 등 주요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이끈 점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2003년 초 오너의 아들인 정지선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오면서 상근고문으로 물러났다.‘베스트 CEO’ 중에도 다소 의외의 인사가 선정됐는데 ‘백세주 돌풍’을 몰고 온 배중호 국순당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배사장은 2001년 ‘베스트 CEO’에 진입하더니 2003년에는 ‘올해의 CEO’로 점프하는 등 지난 5년간 가장 화제를 몰고 온 인물로 꼽힌다. 실제로 국순당이 최근 10년 사이에 일군 성공은 ‘전설’에 가깝다. 94년 10억원에 머물던 매출은 2002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2001년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장이다. 윤부회장은 이후 2004년까지 4년 연속 ‘올해의 CEO’에 포함될 정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CEO로 자리매김했다.2002년은 금융권 CEO의 급상승이 눈에 띈다. 총 21명의 최종 선정 CEO 중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 CEO가 7명으로 33%를 차지했다. 이는 은행간 통합을 비롯해 금융권 구조조정이 이슈로 떠올랐던 당시 경제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올해의 CEO’로 급부상했다. 또 은행권 최초로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베스트 CEO’로 선정됐다. 이밖에 ‘주목받는 CEO’에도 김승유 하나은행장,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현 우리금융지주 사장), 이수창 삼성화재 사장 등이 얼굴을 내밀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이후 서울은행 등을 합병하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온 공적을 인정받아 2003년, 2004년 연속 ‘올해의 CEO’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구학서 신세계 사장의 등장도 빠트릴 수 없다. 구사장은 유통업계의 일대 변혁을 일으키며 ‘베스트 CEO’에 얼굴을 내밀었다. 98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3년 만에 회사규모를 3배 이상 불려놓았다. 게다가 국내기업 최초로 윤리전담부서를 설치할 정도로 윤리경영에 앞서나갔다. 구사장의 등장으로 유통의 제왕은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바뀌었고,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롯데의 아성도 허물어졌다.구사장과 더불어 단골 ‘베스트 CEO’인 김순택 삼성SDI 사장도 이때부터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다. 김사장은 삼성SDI를 브라운관 기업에서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이 과정에서 4년 연속 최고실적을 올렸다.2003년은 카드 대란의 여파로 금융권 CEO들이 대거 탈락하고 20명 중 3명만 남았다. 10위권 안쪽에는 김승유 하나은행장 한 명에 불과했다. 대신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의 CEO와 IT벤처기업 CEO들이 2001년에 이어 대거 진입하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중 세계 휴대전화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팬택의 송문섭 사장과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을 제패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의 두각이 눈에 띈다.송사장은 당시 33만화소 카메라폰을 출시하는 등 국내 휴대전화시장에 카메라폰 돌풍을 일으키며 삼성, LG 등과 함께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김사장은 온라인게임 ‘리니지1, 2’로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진출하며 한해 2,00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국내 게임업계의 기린아다.2004년은 CEO 취임 3년 만에 ‘올해의 CEO’에 진입한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김범수 NHN 사장이 ‘베스트 CEO’에 뽑힌 것이 눈에 띈다. 특히 김범수 사장은 게임업계의 영웅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을 밀어내고 벤처업계 CEO로는 유일하게 10명 안에 포함되는 영광을 안았다.전체적으로 벤처기업 CEO의 비중이 높았던 2000년 한해를 제외하곤 전통적 대기업, 우량기업의 CEO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2000년 말부터 이어진 경기불황으로 인해 신규사업 기회의 확대가 제한적이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영실적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CEO들이 각광받았다. 세월이 흘려도 경영이익을 내는 것이 CEO의 첫 번째 임무임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