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오디오북 시장이다. 오디오북은 말 그대로 MP3파일이나 CD, 테이프 등에 담긴 책으로 성우나 저자가 낭독한 형태로 돼 있다. 따라서 책 읽을 시간이 없거나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의 경우 효과적으로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은 최근 시작된 위성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서비스에서 비롯됐다.위성DMB 서비스는 지난 5월1일 비디오 채널 7개, 오디오 채널 20개로 본방송을 시작했다. 한달 만에 가입자 4만명을 돌파하는 등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손안의 TV’라는 광고 컨셉이 무색할 정도로 오디오채널에 관심을 갖는 이용자들이 많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오디오북 채널이 청취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얘기다.이 채널은 ‘책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이나 책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오디오로 책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단순낭독 중심이었던 초창기 오디오북 형식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해 목소리와 음악을 적절히 활용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는 게 프로그램 공급업체 TU미디어콥 관계자의 설명이다.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이 채널에 서비스 가입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DMB서비스 이용자들의 모임인 DMB유저닷컴(www.dmbuser.com)에는 벌써부터 ‘오갈 때마다 오디오북이랑 영어ㆍ중국어 회화 채널 끼고 살려고요’ 같은 이용후기가 올라와 있다.대형서점의 대명사인 교보문고도 지난해 가을 9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디지털콘텐츠사업부를 신설하고 오디오북 서비스에 적극 나선 상태다. 교보문고는 올 1월부터 ‘다운로드샵’(http://dl.kyobobook.co.kr)을 마련하고 오디오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교보문고관계자는 “MP3플레이어가 ‘워크맨’과 CDP 시장을 잠식하면서 새로운 디지털음악시장이 생겨난 것처럼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음성위주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서비스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오디오북은 어학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사실상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도는 서구사회에서 더 높은 까닭에 영어로 된 오디오북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도서박람회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세계도서전에서도 ‘오디오북’은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오디오북 매출액이 10% 늘었으며 100여개 독일 출판사가 이 도서전시회의 오디오북 전시에 참가했다.미국의 경우 오디오북이 전체 출판시장의 10%를 차지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오디오북업체 오더블닷컴(www.audible.com)은 97년 설립된 이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지난해에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낭독한 <마이라이프>를 판매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같은 외국의 오디오북 제품은 어학 열기를 타고 국내 대형서점에서도 진열ㆍ판매되고 있다.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은 ‘북텔러’라는 새로운 직업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북텔러란 한마디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아직 초기 시장인 까닭에 우리나라 오디오북은 탤런트나 개그맨 등 유명인을 내세운 경우가 많다. 스타마케팅으로 대중적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 대표적인 오디오북업체인 유미디어드림(www.5d5book.com)의 경우 최수종, 신애라 등 연예인이 낭독한 동화 등을 판매한다. 이 회사에서 판매 중인 알퐁스 도데의 <별>은 최근 뮤지컬과 영화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배우 조승우가 낭독한 오디오북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미국, 오디오북이 출판시장 10% 차지오디오북은 넓게 보면 전자책 범주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전자책은 컴퓨터 파일 형식으로 제작돼 전용 단말기나 컴퓨터를 통해 볼 수 있게 한 출판물을 말한다. 오디오북처럼 한때 국내에서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성장 정체기를 맞은 수익모델이다.우리나라에서 독자들이 전자책을 처음 접한 것은 99년이다. 바로북(www.barobook.co.kr)이라는 전자책업체에서 처음으로 무협소설과 판타지소설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 이후 와이즈북(현 북토피아ㆍwww.booktopia.co.kr) 등 여러 전자책 전문업체가 등장했다.하지만 전자책시장은 예상외로 침체된 모습을 보여 왔다. 콘텐츠와 기술, 디지털저작권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만 성공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IT 벤처 열기가 뜨거웠던 2000년대 초반에는 기술적 문제에만 관심이 집중됐을 뿐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해 시장이 한계를 맞았던 것이다.따라서 전자책 관련업계에서는 올해야말로 전자책시장이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전자책업계 모임인 한국전자책컨소시엄(EBK)은 올 초 회원사를 대상으로 ‘전자책 산업실태 및 2005년 시장전망’을 조사,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자책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 내년에는 1,4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국내 단행본 출판시장 규모인 1조7,568억원의 7%에 해당하는 수치다. 결국 올해가 전자책시장 성장의 원년이라는 이야기다.특히 모바일북, 즉 유비쿼터스 시대에 걸맞은 ‘u북’이 인기를 얻으리라는 분석이다. 그간 전자책시장의 정체 원인 중 하나가 낮은 단말기 보급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동통신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요즘이야말로 전자책업계에는 호기인 셈이다. 특히 PMP(Personal Multimedia Player), 위성DMB 등의 첨단 서비스가 있는 한 시장발전을 저해한 ‘작은 디스플레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 여기에 PC와 이동통신기기간의 동조화(Sync)가 이뤄지면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u북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 지난해 모바일북 시장규모만 보더라도 2003년 10억원에서 30억원대로 3배 뛰었다.e북에서 u북으로 ‘진화’전자책 콘텐츠의 수도 지난 2년 사이 대폭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자책 콘텐츠수는 10만여종에 달한다. 2003년 4만5,000여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이중 문학은 11%, 장르문학은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어분야 콘텐츠수도 부쩍 늘었다.지난해 북토피아는 네이버와 손잡고 도서본문검색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에 책제목과 저자명 등 단순정보만 검색 가능하던 것과 달리 책 안의 본문 내용까지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 같은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바로 전자책업계가 웃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1인 미디어로 불리는 블로그가 마케팅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요즘 출판계 역시 전자책을 활용해 블로그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새로 책을 출간하면서 동시에 블로그를 개설해 책 내용을 구매 전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블로그마케팅은 입소문마케팅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출판업계의 블로그마케팅은 ‘펌’ 문화가 바탕이 되는 것으로 당연히 전자책이 근간이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최근 이 같은 전자책시장의 재조명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포인트 중 하나는 이들 전자책을 종이책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초기 전자책시장의 부진은 전자책이 종이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기존 종이책 출판업계가 콘텐츠 제공을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로그마케팅에서처럼 전자책이 오히려 종이책의 홍보수단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쌍방향 정보시대를 맞아 정제된 디지털 콘텐츠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는 요즘이다. 따라서 전자책시장의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다만 다른 디지털 콘텐츠업계와 마찬가지로 지식재산권 보호 등 동반되는 문제점에 대한 관심의 끈도 놓지 말아야만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을 전망이다.INTERVIEW 오재혁 북토피아 사장‘신세대는 종이책보다 전자책에 익숙’“기술적 인프라는 다 갖췄습니다. 이제 u북 시대를 열어야죠.”오재혁 북토피아 사장(37)은 “어디서든 볼 수 있고 멀티미디어 기능도 있는 전자책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강조했다. “북토피아의 제휴 출판사가 800곳에 이릅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기술적 문제는 말할 필요도 없죠. 이미 신세대들은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친숙하게 생각합니다.”삼성전자에 근무하던 중 사업을 계획하다 전자책이라는 독특한 아이템을 생각하게 됐다는 오사장은 사업 초기에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기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점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초기에는 무협소설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위주로 일부 얼리어답터에게 인기 있는 사업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인기가 있는 경제ㆍ경영 전자책이 인기를 얻는 등 일반 독자에게도 친숙한 회사가 됐다는 자평이다. 오사장은 “현재 북토피아의 회원은 120만명으로 하루 접속 인원만 5만명”이라고 자랑했다.그는 올해를 기점으로 전자책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전자책의 성공은 단말기 등 또 다른 시장을 부차적으로 함께 키워낼 수 있으리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그는 “일부 대기업에서도 전자책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귀띔했다. 올해 그의 관심은 ‘u북’에 쏠려 있다. 6월 말부터는 SK텔레콤을 통해 우선 모바일북 서비스부터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조만간 길거리나 지하철 등에서 ‘모바일 내 서재’를 통해 책 본문을 찾아보게 될 날이 올 겁니다. 생각나는 문장 하나 찾으려고 온 서재를 다 뒤져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