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앞에서는 세월도 비켜가는 듯하다. 3박4일간 이나모리 카즈오 명예회장은 지장(智將)이자 고매한 철학자의 면모를 한껏 드러냈다.한쪽에서는 ‘경영의 달인’에 걸맞게 경영해법을 내놓았고, 때로는 젊은이들에게 국경을 뛰어넘는 미래 비전을 흔쾌히 제안했다. 직접 가방과 원고를 챙길 만큼 소탈한 모습의 이나모리 회장은 언제나 미소를 머금으며 한국 인사들에게 진한 감동을 심어줬다. 고 우장춘 박사의 딸인 부인 이나모리 아사코 여사를 비롯한 일행을 주변에 소개하며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와의 만남에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는 재계 관계자도 적잖았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방한일정을 화보로 담아봤다.11월21일 부산에 입국한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장인인 고 우장춘 박사의 기념관을 들른 후 이튿날인 22일 KTX편으로 서울에 와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영접을 나온 본지 김형철 사장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점심 무렵 도착한 이나모리 명예회장 일행은 곧바로 서린동 SK그룹을 찾았다. SK 초청으로 마련된 오찬회동에서 이나모리 명예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2시간 가까이 다양한 화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SK를 떠난 일행은 한국경제신문사를 방문했다. 신상민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최근의 달러하락이 염려스럽다”고 말했고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내년 교세라 경영계획을 ‘1달러=100엔’으로 잡았다”고 소개했다. 사진은 방명록에 평생의 좌우명인 ‘경천애인’을 남기는 모습.오후 4시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전경련에서 공식강연회를 가졌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기업은 대의명분을, 리더는 인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부인 이나모리 아사코 여사를 비롯한 방문단.강연 후 롯데호텔에서는 이나모리 명예회장을 환영하는 만찬회가 열렸다. 40여명의 재계 CEO가 참석한 가운데 예정시간을 훨씬 넘긴 후에야 끝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명예회장은 강연회에서 밝히지 않았던 속 깊은 소회를 털어놓으며 여러 번 박수갈채를 받았다. 왼쪽 사진은 건배를 제의 중인 이나모리 명예회장. 오른쪽 위 사진은 건강기원을 위한 건배와 박수 장면. 오른쪽 아래는 방한소식을 다룬 <한국경제신문>을 보고 흐뭇해하는 이나모리 명예회장.방한 3일째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과 대담을 나눴다. 늦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피곤을 잊은 채 양국의 각종 현안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