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주택영업 한길…초대형 프로젝트 잇달아 성공시켜

장태일 SK건설 상무(50)는 건설ㆍ부동산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장상무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타공인 마당발. 부동산담당 기자들 사이에서는 핵심을 콕콕 짚어내는 스마트한 취재원으로도 높은 지명도를 자랑한다.최근 장상무는 각 매체 부동산면에 이름을 올리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11월 말에 공급한 부산시 남구 용호동 ‘오륙도 SK뷰’가 부동산시장의 극심한 침체를 뚫고 분양에 성공했기 때문이다.34~93평형 3,000가구로 구성된 ‘오륙도 SK뷰’는 부지 면적만 20만평에 달하는 매머드급 사업. 분양금액이 1조3,000억원이 넘어 대한주택보증의 보증금액 랭킹까지 갈아치웠다. 웬만한 소규모 택지지구와 맞먹는 대형 프로젝트이니 성공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장상무 개인적으로는 지난 6월 재건축담당에서 주택영업담당으로 보직이 변경된 후 처음 맡은 대형 프로젝트라 더욱 부담이 컸을 터. 하지만 그간 쌓아온 대형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란 듯이 성공시켰다.장상무에게 20만평 규모의 초대형 주택건설사업은 이번이 세 번째다. 총 5,327가구로 국내 최대 규모 단지인 ‘SK북한산시티’, 현대건설, 동아건설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5,150가구 규모의 ‘남산타운’이 모두 20만평 프로젝트. 그의 지휘아래 입찰부터 시공, 입주까지 마친 단지라는 것도 공통점이다.특히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는 단일업체가 개발한 재개발 단지로는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여태 유지하고 있다. 95년 재개발사업부문을 맡아 9년간 한우물을 파면서 ‘재개발사업의 미다스의 손’이라 불린 게 무리가 아니다.“한 사람이 20만평 규모의 큰 프로젝트를 세 번이나 해봤다는 건 대단한 행운입니다. 아마 건설업계에서 유일할 겁니다. 이번 부산 사업이 성공한 것도 기쁘지만 내 이력에 초대형 프로젝트 경험을 또 하나 추가했다는 것도 기쁘기 그지없습니다.”장상무는 20여년 동안 주택영업 한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굉음 가득한 공사판을 누비는 건설사 영업담당’의 거친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조용히 의견을 청취한 후 조율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지장’(智將) 스타일에 가깝다. 특히 부드러운 언변과 정연한 논리,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 등을 확인하고 나면 ‘건설맨’ 또는 ‘영업맨’에 대한 선입관은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적극적이면서 친화력 있는 성격이라고 할까요.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몸담은 분야의 발전을 위해 쉴새없이 뛰었지요. 특히 상대방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일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조율하는 것에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경로에서 ‘업계 대표’ 역할을 해 온 것도 그런 데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합니다.”실제로 그는 정부 지자체와 업계 사이는 물론 조합이나 시행사 등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탁월한 조율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건설사의 꽃은 영업, 영업은 곧 결과를 예측하는 통찰력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의견조율’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보면 역지사지와 조율하는 습관이 절로 생기게 된다”는 그는 이런 ‘특기’를 각종 모임활동으로도 연계시키고 있다. 건교부나 서울시 주택 관련 자문위원회에 참여, 정책 입안 등에 활발한 의견을 내는 한편 한국주택협회, 도시정비포럼 등 10여개 유관기구에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특히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건주연구회는 지난 96년 설립된 건설주택업계 전문가 모임으로 막강한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모임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모임의 전신인 건지회 시절부터 주도적 역할을 해 온 끝에 85명의 내로라하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한 까닭이다.“건주연구회는 업계 전문가들의 횡적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큰 모임입니다. 건설업계와 관계 공무원, 언론 등의 대표 전문가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ㆍ연구하면서 보다 나은 해결 방법을 찾아 왔지요. 주택정책에 영향을 미친 케이스는 수도 없습니다. 규제완화나 제도개선 등 각 분야의 입장과 이해가 다른 문제도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면 좋은 방향을 찾을 수 있어요. 건주연구회를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이 한층 높아지는 경험을 여러번 했습니다.”하지만 워낙 여러 의견에 관심을 두고 논쟁을 즐기는 스타일이다보니, 간혹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긴다. 정부와 업계의 조율자 역할을 하다 보면 양쪽으로부터 “소속이 헷갈린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그는 “논리력과 실행력을 적절히 혼합하다 보니 주변에서 나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평가를 내린다”면서 “그러고 보면 나는 중도파인 모양”이라며 활짝 웃었다.장상무가 영업을 비롯한 대내외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배경에는 타고난 성격과 함께 여러 부서를 두루 거친 남다른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81년 SK건설(옛 선경건설) 기획실에 입사한 이래 주택사업팀, 건축개발사업팀, 재개발영업팀 등을 거친 그의 경력은 보통 건설사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것. 다양한 경험과 하나에 매몰되지 않는 유연성 덕분에 특화영역인 주택영업이나 외부 자문활동, 연구모임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하지만 누구나처럼 장상무에게도 일을 배우던 신입사원 시절의 ‘아픈 경험’이 존재한다. 주택영업 초보시절, 성공을 확신했던 입찰에 실패한 후 절망했던 경험이 있고 거액의 계약에서 실수해 상사에게 무참히 ‘깨진’ 적도 있다. 웃음기를 머금으며 과거를 회상하던 그는 “그당시는 말할 수 없이 괴로웠지만, 지나고 보니 훌륭한 트레이닝 기회였다”며 “강하게 키우려 했던 당시의 상사들에게 언제나 고마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장상무의 부지런함과 철저한 자기관리는 학업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모델하우스 오픈 일정을 지키기 위해 일분 일초를 아껴 쓰고 수시로 비행기를 타고 오가야 하는 바쁜 일정에서도 허투루 넘어간 법이 없다. 한번 시작한 일은 최선의 결과를 맺고야만다는 ‘지독함’이 학업에서도 예외가 아닌 셈.장상무는 지난 91년 회사의 지원으로 건국대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에 진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올 초부터는 강원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석사논문 <민간임대주택산업의 활성화 방안>은 최우수 논문상을 받는 한편, 임대주택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 부장 승진 때 제출한 논문 <재개발사업의 수익성 제고 방안> 역시 사내 최우수 논문으로 채택돼 ‘학구파’라는 명성을 재확인시켰다.그간 여러 업체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그는 “사람을 중시하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SK의 기업문화가 좋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고 최종현 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사람이 곧 기업(人乃社’)이라는 한결같은 인재경영관이 자신의 철학과도 잘 맞는다는 설명.항상 정부정책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장상무는 주택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강남 재건축 문제는 판교개발과 서울 저밀도 재건축이 완료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대안 없는 재건축 묶기는 문제를 연장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특히 외환위기 이후 주택금융대출 규모가 지나치게 확대돼 ‘업체 부도-은행 위기-개인 파산’의 도미노 위기 가능성에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장상무는 “주택정책의 연착륙은 세밀한 타임스케줄 상에서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각계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유연한 공무원상’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최근 장상무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뉴타운, 민간택지 등 도시개발사업에 관해 박사 논문을 쓴 후 은퇴 후에는 강단에 설 계획. 이미 각 대학의 특강을 통해 강의 경험도 상당수준으로 쌓았다.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구상하고 있다. 장상무는 “일만 하느라 가정에 소홀한 게 언제나 마음에 거리낀다”며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털어놓았다. 대안학교를 세워 교육학을 전공하는 두 아들, 아내와 함께 훌륭한 인재를 키워보고 싶다는 것도 장상무가 꾸고 있는 ‘작지만 큰 꿈’이다.약력: 1954년 경북 봉화 출생. 91년 건국대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78년 SK글로벌 입사. 81~94년 선경건설 기획실, 주택사업팀, 건축개발사업팀 근무. 95~2002년 재개발사업 담당. 2002년 재건축담당 상무. 2004년 6월 주택영업담당 상무. 건주연구회 명예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