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부의 정책 탓에 혼란스럽다. 연초에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던 뚝심은 다 어디를 갔는지 자못 궁금하다. 최근 투기지역 등의 규제를 푼 데 이어 내년 초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보 가능성마저 내비치는 등 최근 정부가 중심을 못잡고 흔들리고 있다. 덕분에 내년 시장에 대한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최근 상황으로 유추해 볼 때 규제를 크게 완화할 것이라는 큰 흐름은 비교적 뚜렷해 보인다. 2004년이 규제일변도였다면 2005년은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어 위축된 거래를 활성화하고 동시에 공급확대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2004년 부동산시장을 먼저 정리해 보면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부동산 주변을 맴돌았으며 약간의 틈새만 생기면 자금이 몰리는 투기가 성행했다.올해 부동산 이슈로 주상복합 열풍을 빼놓을 수 없다. 올 초까지 전매제한이 없던 주상복합아파트에 수많은 청약자가 대거 몰렸다. 특히 서울 용산 시티파크는 전국을 투기 열풍에 빠져들게 했다. 청약증거금만 7조원에 달했으며 청약경쟁률은 300대1을 웃돌았다. 열기가 수그러들기 시작한 것은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4월 이후다.시중을 떠돌던 부동자금은 토지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행정수도이전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충청권의 땅값은 급등세를 거듭했다. 충청권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땅 투자 붐이 일면서 땅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각종 주택의 규제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 땅 거품이 심해지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각종 규제로 부동산 거래는 힘들어지고 땅값이 급등하자 건설업체나 시행사, 중개업자 등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업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거래두절로 인해 환금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융권 부실화까지 우려되고 있다.상황이 이쯤 되자 정부는 뒤늦게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어려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지방도시의 투기지역 규제를 푼 데 이어 연말에는 투기과열지구의 규제도 풀 방침을 밝혔다. 완화조치 이후 지방 부동산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지만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미분양은 수요자의 관심 밖이어서 물량해소에 애로사항이 있다.규제완화 효과를 떠나 각종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규제를 푼 것은 그만큼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하다는 위기상황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부동산시장 조기경보시스템 가동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내년에 규제완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분양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내수경기 침체와 가까운 장래에 주택공급 부족이라는 2개의 부메랑을 동시에 맞을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규제완화는 1순위로 꼽힌다.이는 투기과열지구와 주택거래신고제의 단계적 해제로 결론이 난다. 앞으로 모든 주택의 실거래가 파악을 통해 과세 기반이 구축되는 만큼 사용할 정책카드가 많아진다. 무리하게 부동산거래 제한 등의 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부동산 실거래가가 파악되면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시세차익을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데다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전방위 압박의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또 지금은 투기과열지구가 집값 안정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지만 내년부터는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는 투기지역의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투기지역 지정은 집값안정에 그리 효과를 보지 못했다.참고로 실거래가 파악은 집값의 안정효과가 있다는 게 충분히 입증됐다. 실거래가 등 주택거래 내용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으로 2004년 4월 처음 묶인 강남, 송파, 강동, 분당 등 가격 선도지역은 거래두절과 함께 올해가 다 가도록 8개월 가량 지속적인 하락을 보이고 있다.따라서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구는 역할이 바뀔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시장의 침체와 건설사의 운영난을 고려할 때 투기과열지구 규제는 점차 풀거나 완화한다는 시나리오가 합리적으로 여겨진다. 집값은 투기지역 규제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동시에 공공부문의 공급을 늘리기 위한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택공급 실적이 당초 목표에 크게 못미치는 35만가구(8월까지 누계 21만9,000가구) 안팎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공부문의 공급은 올 8월까지 누계가 1만6,000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따라서 내년에는 공공부문의 공급을 늘리는 본격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서울에서는 뉴타운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며 수도권에서는 2기 신도시를 비롯해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여 있는 지역도 추가적인 개발이 전망된다.개발재료가 있는 곳은 가격이 잇달아 오르므로 개발유망지를 눈여겨봐 두는 것이 좋다. 이에 따른 내집마련 계획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2기 신도시 등 입지여건이 좋은 아파트 분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약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춰놓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은 침체를 겪고 있지만 주택수급 상황을 고려해 볼 때 2~3년 후 가격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앞으로 지역 프리미엄이나 학군 프리미엄은 줄어드는 반면, 조망권, 일조권, 공원 등 질적으로 경쟁력에 관심이 높아지고 것이 최근 트렌드이므로 이런 단지를 고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가 회복되면 웰빙에 대한 욕구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내년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지역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보면 △내년에 입주가 이뤄지는 대단지 아파트 △교통여건이 좋아지는 지역 △미분양 아파트 등이다.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면 전세 및 매매물량이 단기간이 급증하기 때문에 급매물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특히 주택경기가 나쁠수록 급매물량은 많아진다.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는 입주시 내야 하는 세금부담만큼 호가를 올려 팔 수 있지만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팔리지 않는 집을 팔기 위해서는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는 곳과 그 주변을 눈여겨봐 두고 발품을 판다면 우량매물을 보다 싼값에 골라잡을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내년에 입주할 단지 가운데 규모가 큰 곳을 열거해 보면 성북구 길음동 길음푸르지오 2,278가구(2005년 4월), 강서구 내발산동 우장산현대홈타운 2,200가구(2005년 4월), 안산시 사동 고잔6차푸르지오 1,800가구(2005년 8월) 등이다.교통여건 개선과 유망지로는 지하철 9호선 라인이 괜찮다. 2002년 4월 착공된 서울지하철 9호선은 서울 한강 이남을 동서로 연결하는 노선으로 수요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다.2007년 개통예정인 지하철 9호선은 서울 강남과 강서, 인천을 잇는 핵심 교통수단이 될 전망이다. 인천 등에서 서울 강남까지 1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강남까지의 출퇴근도 고려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 강서권이나 인천 등의 가격이 상당히 낮은 만큼 교통여건이 좋아지면 가격차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마지막 상품은 미분양이다. 최근 미분양이 많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입지여건이 좋은 아파트마저 미분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높은 분양가 탓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물건 자체의 하자가 아닌 시장분위기 때문에 생기는 미분양의 경우 구입후보에 충분히 올려놓을 만하다. 경기가 좋아진다면 충분히 시세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미분양을 고를 때는 미분양 아파트의 하자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왕이면 장점이 하나 이상 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그리고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미분양을 찾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것은 아파트의 장점, 2~3년 후의 해당지역의 발전 시나리오, 분양가와 시세 등이다.김광석ㆍ유니에셋 리서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