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내는 최고경영자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최고경영자는 무엇이 다를까? 2004년 ‘올해의 CEO’에 선정된 최고경영자는 적어도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다. 불황이 깊어갈수록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 최고경영자가 각광받는 것은 당연한 일. ‘베스트 CEO’로 선정된 최고경영자들은 비전, 리더십, 글로벌역량 항목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규모는 작아도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 기업들의 최고경영자가 주로 뽑혔다. ‘주목받는 CEO’로는 내수 기반의 전통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선정된 20명이 대다수 윤리의식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올해의 CEO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CEO’에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등 5명이 뽑혔다.자산순위 국내 3대 그룹인 삼성, LG, 현대차 등의 주력기업 최고경영자가 나란히 1~3위까지 차지하며 위용을 한껏 과시했다.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경영인으로 2001년 이후 4년 연속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그것도 함께 뽑힌 4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아 난공불락의 아성을 구축했음을 보여줬다. 윤부회장은 1차에서 42명의 추천을 받아 2위(29명) 그룹을 압도했을뿐더러 2차에서도 재무성과, 인사ㆍ조직 효율성, 리더십, 글로벌역량에서 최고 점수를 받으며 여유롭게 추격을 뿌리쳤다.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선정되며 LG그룹의 자존심을 지켰다. 무엇보다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올 3분기까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한 것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 1차에서 29명의 추천을 받았고 2차인 재무성과, 리더십, 글로벌역량 항목에서 4점 이상(5점 만점)의 점수를 얻으며 랭킹 2위에 올랐다.김동진 현대차 부회장도 지난해 이어 ‘올해의 CEO’에 올라 ‘스타 CEO’로서의 발판을 다졌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세계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 들어 10월까지 수출물량이 전년 동기보다 11.6% 증가한 89만6,000여대, 금액은 18.3% 증가한 92억달러를 기록했다. 1차에서 29명의 추천을 받았으며 2차에서는 비전과 글로벌역량 항목에서 호평을 받았다.김승유 하나은행장은 금융권 출신으로 유일하게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충청(98년 6월), 보람(98년 9월), 서울(2002년 9월)을 잇달아 흡수합병하며 하나은행을 국내 선두그룹에 끌어올린 리더십과 비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선정됐다. 그가 행장으로 취임한 96년 총자산은 8조7,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 11월 말 현재 93조원으로 10배 이상 덩치를 키웠다.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2002년 유상부 전 회장에 이어 포스코 최고경영자로서는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경영실적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3분기까지 누계 매출액이 14조여원으로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14조4,000여억원)에 거의 육박한 수준이다. 1차에서 25명의 추천을 받았고, 2차에서는 재무성과와 윤리의식에서 뛰어난 성적표를 받았다.베스트 CEO올해 ‘베스트 CEO’는 김순택 삼성SDI 사장, 김범수 NHN 사장,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 서경배 태평양 사장, 구학서 신세계 사장 등이 선정됐다. 이중 김범수 사장과 박정인 회장이 처음으로 ‘베스트 CEO’에 오르며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로 거듭났다.김순택 삼성SDI 사장은 ‘올해의 CEO’ 진입에 가장 근접한 ‘베스트 CEO’다. 2002년 ‘베스트 CEO’에 진입해 올해까지 연속으로 올랐다. 게다가 2003~2004년 연속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해는 1차에서 추천인수가 7명에 그쳤으나 2차에서 ‘올해의 CEO’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특히 비전에서 4.75점을, 재무성과ㆍ리더십ㆍ글로벌역량 등 3개 항목에서 4.5점을 획득했다.김범수 NHN 사장은 재무성과(4.40)와 글로벌역량(4.40)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베스트 CEO’ 소리를 듣게 됐다. 인터넷업계 최초로 올 반기 매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고,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이미 지난해를 뛰어넘었다. 특히 주요 인터넷 조사업체의 사이트 점유율, 순 방문자수 조사에서 1위에 올라 다음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인터넷 포털 1인자에 오른 것이 그가 ‘베스트 CEO’로 뽑힌 원동력이 됐다.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주목받는 CEO’에 오르더니 드디어 올해 ‘베스트 CEO’로 업그레이드됐다. 박회장은 과감한 R&D투자와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면서 2001년 이후 해마다 매출이 1조원씩 늘어나는 고성장을 이끌었다. 이에 글로벌역량(4.60), 비전(4.60), 재무성과(4.40), 리더십(4.20) 등 여러 항목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서경배 태평양 사장은 유일한 재벌가 2세 CEO로 2000년 이후 5년간 한번도 이름이 빠진 적이 없다. 2000~2001년에는 ‘주목받는 CEO’로, 2002년에는 ‘올해의 CEO’로, 2003~2004년에는 ‘베스트 CEO’로 뽑혔다. 96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대표이사로 취임한 서사장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브랜드 마케팅에 사활을 걸면서 국내 최고의 화장품회사로 키웠다. 재무성과, 주주중시경영, 비전, 리더십, 글로벌역량, 윤리의식 등에서 4점 이상을 받았다.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윤리경영의 전도사’답게 윤리의식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인 4.5점을 기록하며 ‘베스트 CEO’에 올랐다. 할인점시장을 평정한 것은 물론 롯데를 밀어내며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선 그는 올해 신용카드사와의 불협화음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시 구학서’라는 소리를 들었다.주목받는 CEO‘주목받는 CEO’는 ‘베스트 CEO’나 ‘올해의 CEO’로 자리를 옮길 인물들이다. 한마디로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가 높은 최고경영자그룹이다.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김선동 에쓰오일 회장, 양덕준 레인콤 사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신헌철 SK(주) 사장, 강덕수 STX조선 회장, 송문섭 팬택앤큐리텔 사장, 이상윤 농심 사장 등이 2004년 ‘주목받는 CEO’에 뽑혔다. 이중 양덕준 레인콤 사장이 단연 눈에 띈다. MP3플레이어로 시장을 석권한 레인콤은 99년 회사설립 이후 5년 만인 올해 매출액 4,650억원과 순이익 553억원을 예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내년에는 8,000억원대의 매출을 바라볼 만큼 성장성이 무한한 기업으로 키웠다. 양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반도체 비메모리 마케팅 및 수출담당 이사를 역임했다.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도 내년에는 ‘베스트 CEO’ 진입이 유력한 최고경영자 중 한명이다. 이사장은 이번에 선정된 20명 중 유일하게 워크아웃기업 대표를 맡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종합상사는 죽었다’는 말은 정설이었다. 제조기업의 수출역량이 강화되고 인터넷 등으로 정보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종합상사의 역할이 다한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소리를 하면 곤란하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종합상사 본연의 업무인 수출로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바로 그 지휘자가 이사장인 것이다.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신헌철 SK(주) 사장도 언제든지 한단계 점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 2001년 ‘베스트 CEO’, 2002년 ‘주목받는 CEO’로 이름을 올렸던 황회장은 삼성이 배출한 대표적인 금융CEO로 올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LG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등 우리금융지주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올해의 CEO’ 진입도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SK(주)의 신사장은 재계 4위권의 SK그룹 CEO들 중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인물로 올해 사상 최고의 경영실적, 투명경영의 실천 등을 인정받아 ‘주목받는 CEO’에 올랐다. 내년 초로 예정된 소버린과의 지분경쟁을 무난하게 처리한다면 스타CEO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올해의 CEO’ 5명(28~37P)과 ‘베스트 CEO’ 5명(38~47P)은 가나다순으로 소개했습니다.돋보기 ‘올해의 CEO’ 이렇게 선정했다재무성과·비전·리더십 등 9개 항목 평가‘2004년 올해의 CEO’ 조사는 <한경비즈니스>와 세계적인 인사전문 컨설팅회사인 타워스페린이 공동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리서치 전문기관인 M&C가 맡았다. 일대일 면접조사와 e메일 조사를 병행했다. 조사대상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120개사의 최고경영자로 잡았다. <한경비즈니스>가 해마다 5월 경영실적(시가총액, 매출액, 순이익)을 바탕으로 발표하는 ‘한국 100대 기업’ 선정방식에 따라 상장사 상위 100개 기업, 코스닥 등록 상위 20개사 등 모두 120개사를 뽑아 이들 기업의 CEO를 1차 후보 리스트에 올렸다.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최고경영자로 활동하는 경우 전문경영인을 후보로 삼았다. 조사는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추천위원들을 상대로 1차와 2차로 나눠 모두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학계, 연구소, 언론, 증권사, 경제단체,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활동하는 추천위원 120명을 선정해 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다.1차 조사는 추천위원들에게 조사대상 CEO 120명의 명단과 참고용으로 소속회사의 경영지표를 보내 5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120명 이외의 CEO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첨부 경영지표에는 2003년 7월1일부터 2003년 6월30일까지의 매출액과 순이익 외에 2004년 6월30일 기준 시가총액, 그리고 주주경영 중시여부를 평가하는 TSR(Total Shareholder Return) 수치를 제시했다. 1차 조사에는 추천위원 가운데 모두 67명이 응했고 조사결과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CEO는 모두 44명으로 나타났다.2차 조사는 이들 4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차 조사 때 응답한 추천위원이 다시 참여했고, 1인당 3~5명의 CEO들을 평가하도록 했다. 이는 1명의 CEO가 서로 다른 추천위원 4명 이상으로부터 평가를 받기 위해 도입한 방식으로 보다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평가는 추천위원들이 자신이 평가할 CEO를 3개 부문(양적평가, 질적평가, 개인적 역량), 9개 항목에 걸쳐 각각 1~5점을 주도록 했다. 9개 항목은 양적평가에서는 재무성과와 주주중시경영을, 질적평가에서는 인사ㆍ조직의 효율성, 이사회와의 관계,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비전 등을, 개인적 역량 평가에서는 리더십, 글로벌역량, 윤리의식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최종집계는 1차 점수(50점 만점)와 2차 점수(50점 만점)를 합산했다. 1차 점수는 추천인수가 추천인(64명) 대비 5% 미만이면 10점, 5~10%는 20점, 11~20%는 30점, 21~50%는 40점, 51% 이상은 50점을 주는 방식으로 했다. 2차 점수는 양적평가(25점 만점), 질적평가(15점 만점), 개인적 역량(10점 만점)을 합산해 산출했다. 마지막으로 1차와 2차를 합친 총점(100점)이 높은 순으로 1~5위는 ‘올해의 CEO’, 6~10위는 ‘베스트CEO’, 11~20위는 ‘주목받는 CEO’로 선정했다. 단 순위는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