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경영 위한 인프라 완비…매년 1조씩 매출 늘려

“기업의 성공여부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얼마나 적응을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현대모비스 박정인 회장이 추진해 온 경영방식은 이 한 마디로 잘 축약된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많은 기업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 박회장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순명료한 명제를 사업구조조정에 적용했다.박회장은 자동차부품 전문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모든 회사 역량을 집중했다. 부품, 소재가 최종 완성차의 품질과 가격수준을 결정하고 부품 자체 설계능력 확보 및 첨단부품 개발이 차세대 자동차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를 위해 현대 및 기아차 AS부품사업을 인수ㆍ합병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냈다. 부품제조부문에서도 당시에는 생소했던 모듈화 방식을 도입해 자동차 생산방식의 혁신을 선도했다. 과감한 기술투자 확대와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면서 2001년에 매출 2조원에서 출발해 매년 1조원씩의 추가 매출을 달성하며 세계적인 대형 부품전문회사로 성장했다.2000년 자동차부품 전문회사로 변신하고, 현대모비스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박회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임직원의 역량을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는 사명정립과 비전제시. 그는 ‘취약한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해 완성차업체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정립하고 임직원에게 ‘2010년 자동차 부품업계 글로벌 톱10 진입’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결과 현대모비스는 불과 4년여 만인 2003년에는 매출 5조3,000여억원을 달성해 세계 자동차부품업계 27위 업체로 급성장했다.비전제시와 함께 박회장은 회사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평소 중역과 부서장들에게 “업무의 3분의 1은 부하육성에 투자하라”고 말할 만큼 박회장은 ‘인재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인재채용에는 국경이 없다는 자세로 임직원 및 대학생 해외배낭여행, 해외단기 파견제도, 토요강좌 등 다양하고 신선한 교육프로그램과 함께 개인학습과 조직성과를 연결시켜 주는, 활성화된 지식경영조직을 갖췄다.박회장은 또 효율적인 IT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스피드 경영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박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된 스피드 경영시스템은 현대모비스의 모든 업무와 경영여건을 IT화된 업무방식으로 변화시켰다. 전사 전자경영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올해로 벌써 4년째. 화상회의시스템과 전자결재시스템, 화상전화 및 세미나, 메시지통합시스템 등과 같은 첨단화된 경영시스템이 없다고 생각하면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현대모비스 직원들에게는 손에 익은 시스템으로 정착됐다.자동차 부품업체로 거듭나면서 박회장의 고민 중 하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부품시스템 전체의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 박회장은 해답을 ‘모듈화’라는 새로운 방식의 도입에서 찾았다. 모듈화는 부품업체가 설계ㆍ개발 및 조달ㆍ생산 등의 책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완성차업체와 모듈업체간의 역할 재정립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 생산방식이었다.현대모비스는 단기간 집중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모듈부문의 기술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 및 기아차에 섀시모듈 250만대, 운전석모듈 170만대, 프런트 엔드모듈 60만대 수준의 모듈단위 공급능력을 갖추게 됐다. 또 이 3가지 모듈에 대한 자체 설계능력을 보유하는 것은 물론 중국, 미국, 슬로바키아 등에 동반 진출하면서 세계적인 모듈전문업체로 성장했다.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연구개발부문에서 박회장이 채택한 ‘빅 푸시’(Big Push)전략이 주효했다. 캐시카우인 AS부품사업으로부터 확보한 여유자금을 과감하게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했고, 첨단기술 경쟁으로 리스크가 큰 자동차 전자기술 개발에도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국내 부품업체로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연구개발체제를 구축하면서 부품업체 연구소의 새로운 전형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현대모비스는 모듈전문연구소인 ‘기술연구소’와 자동차 전기, 전자부문 전문연구소인 ‘카트로닉스 연구소’를 구축해 연간 1,000억원 이상씩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현대모비스는 올해 경기침체와 환율급락 등 악화된 대내여건 속에서도 6조2,000억원의 매출과 6,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내부 동적역량과 사업부문 혁신강화 작업이 근간이 돼 ‘지속가능경영’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현재 추진 중인 중국, 미국, 슬로바키아 모듈공장 건설 및 운영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현재 전세계 주요 거점에 구축하고 있는 10개의 물류거점도 내년에는 주요 권역별로 18개까지 확대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또 GM, 포드 등 해외 완성차업체에 모듈단위 OEM 수출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현대모비스가 다임러크라이슬러에 2006년부터 연간 1,800여억원에 달하는 ‘컴플리트 섀시모듈’을 세계 최초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도 앞으로 현대모비스의 통합 모듈부품 수출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약력 : 1943년 충북 출생. 70년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85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졸업. 96년 고려대 노동대학원 수료. 78년 현대정공 이사. 84년 상무이사. 85년 전무이사. 92년 부사장. 97년 대표이사 사장. 99년 한국철도차량공업협회장. 2000년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 2002년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회장(현)돋보기 사회공헌활동 ‘굿’국내외서 ‘사랑의 나눔운동’ 전개박회장은 ‘빅 컴퍼니’(Big Company)’보다 ‘굿 컴퍼니’(Good Company)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의 외형성장 못지않게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견실한 회사 육성을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하는 것은 물론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어느 분야에서건 타 기업들보다 한 발 앞서가는 ‘Better Company’가 돼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현대모비스가 전사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사적으로 ‘나눔의 기쁨운동’을 전개하고 대학생들에게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지난해부터 ‘아름다운 재단’과 연계, 임직원들이 모금한 기금과 회사 지원액을 모아 매년 1억원을 기부하고 1년에 두 차례 재활용품수집 행사를 벌여 수천점의 물품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고 있다. 각 본부별로도 ‘1가구 돕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특히 현대모비스가 기부하는 기금은 교통사고 유자녀들의 고등학교 졸업시까지의 장학금으로 지급되는 등 교통사고를 당한 가족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으로서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나눠 보자는 취지에서다.모비스의 ‘사랑의 나눔운동’은 국경을 넘어 해외 현지법인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중국 현지 모듈공장인 장쑤모비스 직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염성시 정부에서 운영하는 아동복리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1994년 개원한 이래 외국인이 이 아동복리원을 방문한 것은 모비스가 처음이었다. 장쑤모비스의 사회봉사활동은 현지언론인 염성대중보(鹽阜大衆報)에서 ‘사랑을 나누는 마음에 국경은 없다’(南犬 愛心沒有國界)라는 제목으로 1면에서 소개되기도 했다.이밖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턴사원제 운영, 농구대회 개최, 대학생 주재기자 및 사이버애널리스트 운영, 논문공모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사회참여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