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혁신운동 GE도 벤치마킹 … 2010년 세계 톱3 목표

기업간의 기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엔지니어 출신 CEO의 등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자연스러운 일로 자리잡았다.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엔지니어 출신 CEO 가운데 한 명이다. 한국 최고의 전자회사에서 R&D의 핵인 기술연구소장을 거쳐 최고경영자에 올랐지만 정작 그에게는 해외유학 경험은커녕 석ㆍ박사 학위도, 해외근무 경력도 없다. 그 흔한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조차 다녀본 일이 없다. 공부가 싫어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몸을 뺄 여유가 없을 정도로 늘 바쁜 부서에서 뛰었기 때문이다.“아는 것이 힘이라는 이야기는 틀린 것입니다. 진짜 힘은 실행하는 것이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입니다”는 그의 지론이 기업인으로서 ‘인간 김쌍수’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그의 성공비결은 강한 실행력과 끈질긴 승부근성, 긍정적 사고로 압축된다.“실행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위험합니다. 존재하는 것이 자칫 실행된 것으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듯한 계획만 세워두고 실행은 하지 않으면서 마치 모든 걸 다 이룬 듯한 포만감에 젖을 수 있습니다.”김부회장은 “실행이 힘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가 생각하는 실행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행 없는 계획도 위험하지만 성과 없는 실행은 낭비라는 생각이다.지난해 10월 취임 당시 “현장에서 70%를 보내겠다”고 선언한 것도 실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보여주기 위해서다. 실제 그동안 김부회장의 일정을 LG전자 홍보팀이 분석한 결과 사업장 시찰 17%, 연구소 국내현장 5%, 해외현장 20%, 외부 비즈니스 미팅 27% 등 현장근무 비중이 69%를 기록했다.김부회장은 창원공장의 리빙웨어SBU장(상무)을 맡고 있던 1995년 ‘3BY3’운동을 시작했다. 3년 안에 생산성을 3배로 올리고 각 부서에서 30%의 핵심인력을 선발해 TDR(Tear Down Room)를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TDR 요원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는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혁신적이고 실행가능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실험하는 데 몰두했다. ‘과연 이게 될까’ 하는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은 대단한 성과를 거둬 GE 같은 세계적인 회사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나섰을 정도였다.“강한 실행력을 위해서는 끈질긴 승부근성이 필요합니다.”김부회장은 직원들에게 “추구할 목표가 있을 때는 반드시 달성한다는 의지로 우직하게 도전하고, 경쟁을 해야 할 때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그의 회사생활을 돌아봐도 이 같은 끈기가 엿보인다. 입사동기들은 서울 본사 근무를 바랐지만 김부회장은 현장을 좋아해 부산공장 냉장고 생산라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현장직원들을 홀대하는 분위기에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어려운 무뚝뚝한 성격과 직선적인 말투로 승진이 번번이 늦어졌지만 그저 우직하게 앞만 보고 나갔다.지난 76년 냉장고 기반 기술개발에 착수하면서 설날 연휴에도 집에 가지 않고 신형 냉장고 위에서 밤을 새웠을 정도로 자기 일에 매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일본기업에서 들여온 우레탄 발포어 최신설비를 한국형으로 개조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냉장고사업부 초대 연구소장을 거쳐 세탁기사업부로 옮긴 뒤에도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정을 바꾸고 개선하는 끈질김을 잃지 않았다. 그가 공장장을 맡은 지 2년도 지나지 않아서 세탁기사업부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있듯이 겉으로는 부드럽게 보일지라도 내면에 그 누구보다 강한 승부근성이 있어야 합니다.”김부회장은 직원들에게 “항상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 몸의 건강을 유지해 정신력의 바탕으로 삼는 사람, 어떤 일이든 스스로 판단해서 신속하게 결정하고 자신의 일을 능동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돼줄 것을 당부한다. 의연하고 꿋꿋하게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혼을 살라 열정적으로 도전하면 안될 일이 없다는 것이다.“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생각만 많고 실행을 주저하는 사람에게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말이죠. 시작이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을 ‘긍정적인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실천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일을 대하는 태도도 중요한 것입니다.”김부회장은 윗사람이 뭘 시키면 절대로 “못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무슨 일이든 겁 없이 도전해 온 것이다.지난 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백색가전사업에 미래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김부회장은 이 같은 우려를 일소하고 오히려 최고급 제품에 과감하게 투자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냈다.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지난해 6월 김부회장을 중국 후진타오 주석 등과 함께 25명의 ‘아시아의 스타’로 선정했다. 이 잡지는 “LG전자는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비용효율적인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김쌍수 부회장은 LG전자를 세계 톱3 전자업체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김부회장의 꿈은 2010년까지 LG전자를 세계 3대 전자ㆍ정보통신업체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기존의 주력사업에서 1등을 달성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이동단말기와 디지털TV, PDP, LCD 등에 승부를 건다는 구상이다.김부회장은 이를 위해서 직원들에게도 라이트 피플(Right People)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길, 앞만 보고 우직하게 한 길만 보고 열심히 가는 사람’이 그가 말하는 라이트 피플이다.김쌍수 LG전자 부회장약력 : 1945년생. 69년 한양대 공대 졸업. 69년 금성사 입사. 84년 LG전자 냉장고 공장장. 93년 상무이사. 96년 리빙시스템 사업본부장(상무). 98년 부사장. 2000년 디지털 어플라이언스(DA) 사업본부장. 2001년 사장 승진. 2003년 대표이사 부회장(현). △수상: 93년 석탑산업훈장. 99년 가전업계 ‘신지식인1호’(산업자원부). 2000년 6시그마 혁신상 대통령상. 동탑산업훈장돋보기 부하직원들이 본 리더십한번 믿으면 끝까지 신뢰김쌍수 부회장은 35년간의 현장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소탈하고 솔직한 스타일의 리더십을 구사한다. 부하직원들이 평가하는 김부회장의 리더십스타일은 간결한 것을 좋아하고, 권위의식이 없으며, 신뢰를 중시한다는 것 등으로 요약된다.김부회장은 불필요한 미사여구나 화려하게 꾸민 문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은 낭비라고 보기 때문이다. ‘보고는 간결하게’가 그의 주문이다. 설명을 직접 들으면 되지, 부하직원들이 보고서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업무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이다.그는 또 “권위는 있어야 하지만, 권위의식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위의식은 위에서 강요하는 것이고, 권위는 아래에서 자발적으로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말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하고 정확하게 말하고 명확하게 지시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다’는 것이 그의 성격이다. 부하직원은 물론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중시한다. 신뢰를 얻으려면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김부회장은 한번 신뢰한 사람이 간혹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를 거울삼을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준다. 그가 믿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CEO의 자질은 예측력’이라고 말하는 김부회장은 평소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서 스스로 준비를 갖추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잠깐만 시간이 생겨도 독서를 하거나 경영자료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