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계 화두는 ‘내수 회복’에 집중돼 있다. 그나마 호조를 보였던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갈 것인지,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 중심의 IT제조업이 성장을 계속할지도 관심거리다.2005년 경제는 2004년의 연장선에서 예측할 수밖에 없다. 2004년은 2003년부터 이어진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 영향 탓에 큰 폭의 내수 감소와 정체를 겪었다. 자동차, 섬유 등은 2년 연속 10% 이상 큰 폭의 내수 감소를 감내해야 했고 조선, 일반기계, 철강, 가전 등도 내수 증가세가 3%를 밑도는 부진을 보였다. 그나마 섬유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여 내수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다.2005년 전망에 대해 각급 기관과 연구소는 이구동성 ‘성장세 둔화’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2004년을 견인했던 수출도 증가율이 둔화되고 내수 회복 전망도 희망처럼 밝지 못해 오히려 ‘2004년보다 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환율하락 지속 여부까지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수출업종의 걱정이 가중되고 있다.하지만 회색빛 전망 속에서도 장밋빛을 띠는 분야는 언제나 따로 있기 마련. 전망주체에 따라 의견차가 나긴 하지만 자동차, 조선, 통신기기 등은 2005년 호조를 보일 업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기업 경쟁력 향상이 예상되는 하반기에 주가지수가 1200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또 불황을 반영한 초저가 트렌드와 감성에 포인트를 맞춘 소프트 지향의 마케팅 트렌드는 여전히 강력한 파워를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자본 창업시장에서도 ‘싸고 품질 좋고 건강에 좋은’ 아이템이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자동차ㆍ전자ㆍ조선 ‘파란불’대한상공회의소는 전자, 자동차 등의 업종이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부진을 면치 못했던 건설, 섬유 등은 새해에도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주요 업종별 협회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로,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라는 데 의의가 있다.대한상의가 내놓은 ‘주요 업종의 2004년 실적 및 2005년 전망 조사’에 따르면 내수 회복 기대와 중국ㆍ동남아 등지로의 수출증가 등에 힘입어 전자, 자동차 등의 업종이 2005년에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자동차의 경우 안정적인 노사관계와 수출호조에 힘입어 7.6% 성장을 보인 데 이어 2005년에는 디젤승용차 출시, 유가 하향 안정세 기대 등으로 내수가 다소 회복(4.5% 증가 예상)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내수 부진을 상쇄하고도 남았던 수출은 환율하락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3.4%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전자 부문도 디지털 신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 소득세 및 특소세 인하, 선진국의 경기 회복 등에 힘입은 2004년에 이어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특히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회복 기대로 내수와 수출이 각각 9.9%와 16.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이밖에 3년 이상의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조선과 선진국 경기회복, 중국 등 개도국의 투자수요 증가, 관련산업의 생산설비 확충 등에 힘입은 일반기계 분야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증권가에서는 2005년에 안정적인 펀더멘털 여건과 개선된 수급요인, 한국 기업 경쟁력 향상에 대한 평가 등을 감안해 종합주가지수가 2004년에 비해 크게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조선, 해운, 화학, 제약업종이 연중 지속적으로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쳤으며 항공, 유틸리티, 자동차, 건설업종 등은 부진한 경기에서 회복기를 맞는 업종으로 꼽았다.LG투자증권도 은행, 자동차, 항공, 제약, 제지업종이 2005년에 호황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은 경기침체에 따른 중소기업대출 실질 연체비율 상승이라는 부담요인이 있지만 영업이익 면에서 괄목할 신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사상 최고 이익을 실현한 자동차산업도 신차 출시 효과, 수출시장 딜러수 증가 등에 힘입어 영업실적이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이밖에 유틸리티, 통신서비스, 조선, 광고ㆍ미디어는 회복국면에 접어들 산업으로 분류했다.산업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는 석유화학 분야도 호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부터 석유화학 내수가 회복되고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내수 1.2%, 수출 14.1%, 생산 1.8% 증가가 산업연구원의 예상치. 삼성경제연구소도 를 통해 수출을 기반으로 한 석유화학산업의 성장을 전망했다. 특히 중국의 공급부족 상태 지속과 고유가 현상 지속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도 호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저가ㆍ웰빙 트렌드 ‘유효’업종 전망 못지않게 중요한 게 트렌드. 소비 트렌드를 그때 그때 감지해 미리 준비하는 기업만이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아무리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라도 도태될 위험에 처하는 게 현실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면 서서히 죽을 뿐(Deep Change or Slow Death)’이라는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기업문화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2004년 소비 트렌드는 △저가 △소프트 지향적 △젊은 취향 등으로 정리된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전략연구실 연구원은 “2004년을 풍미한 히트상품의 공통점은 세가지 트렌드에 기반하고 있다”고 밝히고 “2005년에도 불황이라는 키워드에서 기인한 트렌드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효용을 중시하는 소비패턴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특히 저가 화장품이나 매운 음식처럼 불황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주는 상품이 여전히 주목받고 비타500처럼 기분전환과 웰빙을 함께 겨냥한 상품도 득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싸이월드처럼 자기 표출과 현실 스트레스에서의 해방이 동시에 가능한 상품도 주목받는다. 이연구원은 “히트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이어져 온 트렌드를 분석, 미래를 예측해 봐야 할 것”이라며 “단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제품은 트렌드에 만족한다 해도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소자본 창업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창업컨설턴트들은 ‘저가’ ‘웰빙’ 등을 주제로 한 아이템을 2005년 추천 업종으로 권하고 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 소비자가 선별소비 쪽으로 돌아서지만, 적어도 2005년까지는 저가에 건강에 좋고 품질도 괜찮은 상품이 열풍을 이어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장은 “2004년 메가 트렌드였던 웰빙의 경우 양적 공급에서 질적 변화로 시장이 옮아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무작정 웰빙으로 포장하는 비즈니스는 생명이 다했다”고 지적했다.추천 아이템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가격파괴 피부ㆍ비만관리실, 저가 생활용품점. 불황에 키워드를 맞춘 두 업종은 2004년 하반기부터 바람몰이를 시작해 도입기를 지나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기계를 이용한 다이어트방의 경우 비용이 1회 1만원 안팎이어서 기존 전문점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라고 밝히고 “여성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를 선택하면 특별한 기술이나 종업원 없이도 성공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도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저가 생활용품점은 소비 위축기에 주목받는 창업아이템”이라며 “구색을 다양화하고 품질을 높이는 게 성패의 관건”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영업난에 허덕이는 기존 자영업자 상당수가 업종전환을 모색, 창업시장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강병오 FC코리아 소장은 “과당경쟁 상태인 외식업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창업 또는 업종전환을 할 수 있는 업종이 주목받는 한편 경쟁도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