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저금리 시대다. 예금금리만 놓고 보면 이미 3%대로 떨어졌다. 만기가 돼서 찾을 때 여기에서 다시 이자수익의 16.5%가 이자소득세로 빠져나간다. 예금자들이 손에 쥐는 것은 쥐꼬리만큼도 안되는 셈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라고 얘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가인상을 감안해 볼 때 누가 봐도 은행에 돈을 넣어놓고 있으면 손해인 셈이다.금융상품만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던 부동산도 이제는 한물 갔다는 평을 듣기에 충분하다. 이미 행정수도 이전 위헌판결로 충청권이 된서리를 맞았다. 이제 투자자들이 기댈 곳은 서울 등 수도권밖에 없지만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이마저 여의치 않다. 여기저기서 ‘이제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도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주식시장은 또 어떤가.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언제 반등할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고, 2005년의 주가 역시 오리무중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전반적으로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리고 이를 다시 어딘가에 묻는 ‘선순환식 투자’가 매우 어려운 시기인 것이다.최근 들어 세테크(세금을 덜 내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재테크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투자를 통해 돈을 벌기보다 세금을 덜 내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을 사고팔거나 상속 또는 증여를 할 때는 어떤 방법을 쓰느냐에 따라 수억원의 돈이 왔다갔다하기도 한다.월급으로 생활하는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각종 서류만 잘 챙겨도 연말정산 때 수십만~수백만원을 돌려받는다.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세금만 아껴도 엄청난 돈을 버는 셈이다. 이제 누가 뭐래도 ‘세테크=재테크’인 것이다.그렇다면 세테크의 핵심은 무엇일까. 다름이 아니라 바로 정보다. 아는 것에 비례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똑같은 경우라도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주 적게 내는 사람도 있다. 세금에 대한 지식의 차이 때문이다. 김상문 세무사는 “세금이야말로 아는 것이 돈”이라고 강조한다.일단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제나 비과세 정보를 꿰고 있어야 한다. 이는 대부분의 세금이 공제나 비과세제도를 두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런 것이 있는지 모르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누가 찾아와서 알려주지도 않는다. 자신이 직접 관련 정보를 알고 있어야 절세가 가능하다.세금우대제도도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금우대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한정적인데다 개인별, 상품별 한도가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평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연말의 소득공제는 직장인들에게 절세의 꽃이다. 잘만 활용하면 월급을 한번 더 받는 효과가 난다. 영수증을 열심히 챙기고 공제받을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이용하면 국세청으로부터 수백만원의 목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소홀히 하거나 서류를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이 돈은 그냥 허공으로 날아간다.상속세나 증여세도 절세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려주는 방법에 따라 세금이 천양지차다. 강남 부자들을 중심으로 현금보다는 부동산으로 상속하는 것이 크게 유행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최근 들어 변액유니버설보험이 상당한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간혹 재벌들의 상속세가 회자되는 경우가 있다. 상속액수는 엄청난데 세금을 너무 적게 내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여기에도 재벌들의 효과적인 절세가 숨어 있다. 최대한 합법적으로 덜 내기 위한 방법을 총동원, 세금을 아끼는 것이다.절세는 탈세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절세는 주어진 환경을 잘 활용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덜 내는 것이지만 탈세는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므로 불법이다. 소득공제를 예로 들면 정상적으로 서류를 제출해 소득공제를 받으면 절세지만 허위서류를 제출해 세금을 돌려받으면 이는 분명히 탈세다. 절세와 달리 탈세는 국가의 적이다.절세를 잘하려면 정부의 세제개편에도 눈을 크게 떠야 한다. 해마다 발표되는 세제개편안을 잘 살펴보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세테크 요령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발표된 세제개편안을 보면 2005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신용카드 사용액과 현금영수증을 합쳐 산정되기 때문에 현금으로 계산할 경우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놓아야 소득공제 혜택이 커진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절세는 곧 돈이다. 다시 말해 절세를 잘한다는 것은 돈을 잘 번다는 것과 통한다. 원종훈 세무사는 “절세가 가능한데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돈을 국가에 헌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신이 부담하는 세금에는 어떤 것이 있고, 이 가운데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