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시험을 위해 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독학으로 공부한다면 교재 값만 최소 20만원, 학원수강을 한다면 70만원은 잡아야 한다. 공인중개사시험 6과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과목별로 개념서 1권씩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6과목을 1권으로 공부하도록 기획된 책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과목별로 최소 1권은 구입한다. 교재는 1권당 1만원대부터 3만원대까지다. 6권을 모두 사게 되면 일단 10만원은 훌쩍 넘게 된다. 이밖에도 각종 1만원대의 <모의고사> 교재와 <공인중개사 부동산 용어사전> 등을 마련하면 교재 값으로만 20만~30만원을 들여야 한다.공인중개사 교재만을 놓고 볼 때 출판시장은 약 300억원대에 달한다. 수험서를 내는 출판사는 박문각과 미래와경영, 법률출판사, 키출판사, 청어람 등이 있다.황인수 박문각 영업담당 이사는 “공인중개사 교재를 선보이는 출판사는 현재 30~40여개”라고 설명했다. 교재 전문 출판사들은 일반 독학 수험생만을 잡아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수험서를 대량납품할 수 있는 학원을 겨냥해 출판사간의 치열한 경쟁전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일부 대형학원에서는 자체 제작한 교재로 강의를 진행 중이어서 출판사들은 영업과 마케팅에 몰두하고 있다.독학에 그치지 않고 학원에 다닌다면 투자비용은 올라간다. 학원 수강비는 1, 2차는 묶어서 20만원대 후반에서 30만원대가 보통이다. 1차 시험만은 15만원 안팎, 2차 시험은 10만원대 후반부터 20만원대다. 학원에 다니는 기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데 6개월을 공부하면서 학원에 내내 다닌다면 학원비만 100만~150만원 들기도 한다. 올해 학원가의 특이사항은 ‘추가시험대비반’이 개설됐다는 것. 아무래도 ‘재시험’이다 보니 가격을 낮춰 1, 2차를 15만원 안팎에 묶은 학원들이 생겨났다. 지난해 시험인 15회 시험을 봤던 학원 수강생이 ‘추가시험대비반’에 등록하면 3만원 정도 할인해주는 학원도 있다.학원은 보통 오전, 오후, 야간반으로 구성돼 수강생은 하루에 3~4시간씩 수업을 들어야 한다. 오전과 오후에는 학생이나 중장년층이 주로 수강하고 야간반은 보통 오후 7시부터 시작해 직장인이 적잖게 보인다.2003년 공인중개사시험에 합격한 곽동원씨(30)는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그는 “독학으로 5개월 공부하다 막판 2개월은 학원에 다녔다”며 “평일에는 퇴근 직후인 오후 7시에 학원으로 발길을 옮겨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복습은 주말에 몰아서 했다. 아울러 무료로 온라인 강의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찾아다니면서 학습을 거듭한 끝에 7개월 만에 합격했다. 곽씨가 투자한 총비용은 50만원. 다른 합격자에 비해서 학원을 짧게 다녔기 때문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었다.공인중개사 전문학원과 ‘공인중개사반’을 설치한 학원은 전국적으로 250여개에 이른다. 수험시장의 메카인 노량진의 유명 중개사 학원으로는 한국법학원과 제일고시학원을 들 수 있다. 전통적 학원가인 종로에도 박문각행정고시학원과 새롬행정고시학원 등이 이름을 떨치고 있다. 물론 한해에 합격자를 몇 명 내느냐에 따라 각 학원의 명성은 뒤바뀌게 된다. 이밖에도 중소형 고시학원에 부설로 ‘공인중개사’반을 개설해 수험생 몰이에 나선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형학원들은 서울 이외 지역과 지방에 지사학원을 둘 정도. 한국법학원의 예를 들어보면 서울에는 강남과 목동ㆍ노원ㆍ왕십리ㆍ망우 등에, 지방에는 수원ㆍ인천ㆍ포항ㆍ대구ㆍ부산ㆍ광주ㆍ전주 등 곳곳에 지사를 두고 있다. 김정안 노량진 한국법학원 원장은 “5년 전부터 지사설립을 시작했다”며 “올해는 재시험과 지난해의 어려웠던 시험 때문에 수강생이 30% 줄었다는 특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강생수는 부동산경기와 연동돼 경기가 좋으면 늘고 나빠지면 줄어든다”고 덧붙였다.직접 학원을 찾아가지 않고 온라인 수강을 한다 해도 가격은 오프라인과 큰 차이가 없다. 1차 과목 패키지만 10만원대다. 2차 과목 패키지는 10만원대 후반에서 20만원대, 1ㆍ2차를 묶은 패키지는 40만원대 정도다.기존 오프라인 공인중개사 학원들이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외에도 온라인 전문 사이트들이 점점 더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교육업계의 강자도 뛰어들었다. 온라인 수능교육 시장을 장악한 코스닥 등록기업 메가스터디는 올해 고시 전문 사이트 메가고시(www.megagosi.net)를 오픈했다. 온라인 학원 사업의 형태는 유지하면서 대상 연령층을 상하로 계속 확대시키며 공인중개사 시장에도 뛰어든 것이다. 온라인 인터넷 교육에 그치지 않고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공인중개사 강의를 제공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최근 온라인 교육업체 에듀에버(www.edu ever.com)는 공인중개사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동영상 강의를 인터넷뿐만 아니라 PMP로도 볼 수 있도록 마련했다.TV프로그램에도 공인중개사 열풍이 강세다. 공인중개사 강의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EBS와 한국경제TV, MBN 등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관련 출판사, 학원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프로그램들은 보통 유명 학원강사들이 출연해 시험의 출제경향과 학습포인트를 짚어주는 형식이다.학원에 다니든지 혹은 온라인이나 케이블TV 강좌를 보든지 간에 수험생들이 투자하는 비용은 평균 70만원이다. 여기에 해마다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의 인원을 곱해보면 대략적인 시장규모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줄잡아 1,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INTERVIEW 이렇게 공부했다 - 이해정(2003년 합격자)‘학원 다니며 매일 8시간 매달렸죠’“프리랜서여서 공부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2003년 공인중개사시험에 합격한 이해정씨(28)는 6개월 만에 합격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최근 부쩍 어려워진 시험에 비해서는 비교적 빨리 자격증을 취득한 편이다. “처음에는 혼자 공부를 시작했고 막판 3개월 동안은 학원과 독서실에서 집중적으로 준비했습니다. 고3 수험생처럼 공부했습니다.”2003년 9월 시험을 본 이씨는 그해 3월께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서점을 찾았다. 그녀는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부모님 덕에 일찌감치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교재를 고를 때는 특별히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책보다 ‘내 마음에 드는 교재’로 골랐어요. 교재의 내용구성과 편집이 본인 성격과 취향에 맞아야 공부를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6개 과목별로 1권씩 교재를 구입했던 이씨는 독서실에 등록해서 3개월 동안 독학을 했다. 이후 5월부터는 노량진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주 6회 하루에 3시간 30분씩 학원의 ‘개념정리반’에 등록했어요. 시험 직전인 8월에는 ‘마무리 문제풀이반’을 수강하며 매일 3시간씩 문제만 풀었습니다.” 학원에 다닐 때도 학원수업 외에 독서실에서 하루 4~5시간씩 공부에 몰입했다. 온라인 수강과 테이프 청취는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느낀 이씨는 주로 학원강사가 설명해 주는 개념을 노트에 정리하면서 공부했다. 아울러 ‘무슨 일이 있어도 불합격해서는 안된다’는 굳은 의지로 영화ㆍ뮤지컬 보기ㆍ소설 읽기 등 모든 취미활동은 포기했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자제하고 오로지 시험준비에만 매달린 끝에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었다. “사실 대학교 3학년 때인 99년에도 한달간 공인중개사 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등록했던 것이라 한달 만에 그만뒀습니다. 99년과는 달리 4년 만인 2003년에는 학원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져 있었습니다.”99년에는 학원수강생의 90%가 40~50대였던 반면, 2003년에는 20~30대가 40%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학원 오전반 수업을 들었던 이씨는 “야간반에는 젊은층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공부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독학보다는 학원수강을 권합니다. 특히 법 과목은 법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면 생소하고 어렵기 마련입니다. 시험과목과는 무관한 수학을 전공한 저에게는 학원의 개념정리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이씨는 지금 당장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