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운전면허증에 비유됐다. 거저먹는 시험 중 하나라는 의미에서였다. 실제로 어렵지 않게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이 적잖았다. 따겠다고 작정하면 약간의 수고만으로 충분하다는 얘기까지 떠돌았었다. 이랬던 게 9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죽어라 공부해도 붙을까 말까’ 한 고시수준으로 탈바꿈했다. 응시자가 몰리면서 합격률 조절을 위한 난이도가 부쩍 높아진 결과다. 최근에는 ‘복덕방 면허’라는 식의 평가절하도 아예 사라졌다.시험은 1·2차로 나뉜다. 1차는 부동산학개론과 민법·민사특별법 2과목이다. 이 시험은 만 2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누구나 응시 가능하다. 5과목 모두 40문항씩 출제되며, 유형은 객관식 5지 선택형이다. 시험 당일 오전에 1차, 오후에는 2차가 치러진다. 1차 합격자에 한해 2차 과목을 채점한다. 만약 1차는 붙었는데, 2차에서 불합격하면 다음 시험에서 1차는 면제다. 합격점수는 과락 40점에 총점 60점 이상의 절대평가다. 단 선발인원이 미리 공지된 경우 총점을 많이 얻은 순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시험은 매년 1회 치르는 게 보통이다. 참고로 오는 5월22일 치르는 15회 추가시험은 특별한 케이스다.5과목 중 4과목이 법률이다. 때문에 법학을 공부한 사람이 유리하다. 경제학을 경험한 응시생은 부동산학개론에서 비교우위에 있다. 응시생의 상당수가 1차를 집중 공부하는 까닭에 1차에서 과락은 별로 없다. 재미있는 건 여성은 부동산학개론을, 남자는 민법을 어려워한다는 게 강사들의 전언이다. 5과목 중 제일 어려운 건 역시 공법이다. 민법에 익숙한 사람들조차 과락을 걱정할 만큼 합격의 최대 복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법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말까지 있다. 워낙 개정되는 부분이 많은데다 분량까지 적잖기 때문이다. 판례 문제가 많아 예문을 읽기도 벅차다는 푸념이 많다. 반면 중개업법령ㆍ실무는 보너스 과목이다. 점수가 잘 나와 평균을 올리는 전략과목으로 알려졌다.수험기간은 천차만별이다. 사람에 따라 최소 2~3개월에서 많게는 3~4년 이상 걸린다. 준비기간은 연령에 얼추 비례한다. 젊을수록 짧고, 40~50대일수록 재수ㆍ삼수가 보편적이다. 합격자들에 따르면 최소 6개월은 필수다. 여유롭게 짜도 10개월은 걸린다는 게 정설이다. 부동산학개론 강사인 오기열씨는 “가령 30대 주부라면 처음 2개월은 용어이해, 다음 4개월은 내용숙지, 마지막 4개월은 문제연습ㆍ취약점 보완에 배정하는 게 합리적이다”고 말한다.학원 커리큘럼을 따라가도 소요시간은 비슷하다. 박명주 강사(중개실무)는 “강의를 기준으로 이론 2번에 문제 1번, 그리고 모의고사 1번을 끝내면 적어도 8~9개월이 필요하다”며 “직장인 야간반이라면 여기에 1.5배를 곱해야 한다”고 밝힌다. 합격자들의 경험담도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재작년 합격한 박진수씨는 “교재를 적어도 2~3번은 봐야 한다”며 “수업 듣고 복습에 문제풀이ㆍ모의고사까지 커버한다면 거의 1년은 걸린다”고 전한다. 물론 대전제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법대를 나왔다면 기간단축이 가능하다. 반면 1차만 합격했다면 자연스레 1~2년이 걸린다는 결론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장기 수험생이 부쩍 늘어났다.난이도는 어떨까. 시험문제는 나날이 어려워지는 추세다. 공부를 꽤 했다는 응시자조차 ‘듣도 보도 못한 문제’라고 불평이다. 특히 지난해(15회)시험이 그랬다. 응시자 조은정씨는 “어려운 정도가 아니었다”며 “얽힌 실타래처럼 문제를 꽈 40문제 중 반도 못 풀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중간에 포기하고 나간 사람도 많았다. 한마디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셈이다. 물론 절대평가의 특성상 인원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시험문제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부러 틀리게 하려고 함정문제를 제출하는 이유다. 실제로 상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사라졌다. 법령문제의 특징을 충분히 활용해 서로 연관짓거나 비교하는 문제가 최근 많이 늘었다.난이도보다 힘든 건 부족한 시간이다. 대략 1문제당 1분이 적절한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5지 선다형 객관식인데다 예문이 길어 헷갈리기 일쑤다. 대충 준비해서는 문제를 읽다가 시간이 종료된다. 많은 이들이 종료 직전 5~10문제 가량을 찍은 건 이 때문이다. 다만 올해(15회 추가)부터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각 과목당 10분씩 시간을 늘리기로 해서다. 난이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응시자가 많아 합격률 조절이 불가피한 까닭에 당분간 고난이도 문제가 다수 출제될 것이란 의견이 적잖다. 반면 일정자격을 갖췄다면 모두 합격시키겠다는 정부 의도를 이유로 한층 쉬워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바람직한 난이도는 상중하 각 30ㆍ40ㆍ30%다. 오기열 강사는 “실제로는 중상 80%에, 하가 20% 전후”라며 “어렵다는 해에는 상만 30% 이상 출제된다”고 분석한다.문제유형은 꽤 유동적이다. 과목당 40문제는 7회부터 정착된 분위기다. 정작 중요한 건 지문길이와 출제빈도다. 지문길이는 최근 상당히 복잡하고 길어졌다. 애매모호한 표현까지 일부 발견된다. 15회를 보면 70% 이상이 까다로운 판례ㆍ사례문제였다. 법조문을 묻는 단순한 문제는 거의 없다. 게다가 매년 관련법령이 바뀐다고 볼 때 최신자료ㆍ서적을 참고하는 게 필수다. 응시자가 더 힘들어하는 건 출제빈도다. 가령 부동산학개론 중 투자론은 11회까지 1~4문제 나왔던 게 12회부터 8문제가 출제돼 응시자의 허를 찔렀다. 또 입지론은 평소 1~2문제였던 게 15회 때 6문제나 출제됐다. 수험전략 자체를 흔드는 셈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2년마다 한번씩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온다는 설도 있다.돋보기 족집게 강사 3인의 합격 ‘십계명’오기열 강사(부동산학개론, 전부협 컨설팅 지도교수)1. 부동산학개론에도 로열부분이 있다 = 출제비중 높은 곳에 몰두하라.2. 핵심단어와 연상사례를 연결ㆍ기억하라 =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화하라.3. 미괄식 문제유형을 역이용하라 = 문제의 마지막을 먼저 읽어 시간을 아껴라.4. 계산문제를 즐겨라 = 계산문제가 7~8문제 전후로 출제되는 경향이 있다. 계산문제 자체를 자신만의 비법으로 공략하라. 출제 가능한 계산문제는 많지 않다.5. 일차적으로 상식을 동원하자 = 부동산 현상은 현실적 상황을 기초로 한다.6. 새로운 유형ㆍ내용일수록 정답은 가까이에 있다 = 부동산학개론은 새 유형의 문제가 2~3개 정도 출제된다. 이런 문제일수록 정답은 쉽다. 당황하지 말고 문제 속 실마리나 지식을 활용하자.7. 문제연습은 목적이 있다 = 맞힌 항목수보다 틀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푼다는 점을 상기하자.8.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 평소에는 시험시간을 10분 정도 부족하게 설정해 연습하자.9. 문제 푸는 순서에도 신경을 써라 = 대략 30번 전후부터 앞으로 푸는 게 좋을 수도 있다.10. 자신감을 가져라 = 평소대로 하면 나만은 붙는다는 자신감으로 최종정리 및 시험에 임하라.박명주 강사(중개업법령ㆍ실무, 구로 대일고시학원)1. 강의는 듣지 말고 같이해라 = 강의 때 흥얼거리고 반복하라.2. 학습은 눈이 아닌 손ㆍ머리로 하는 거다 = 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그려라.3. 학습계획을 세우고 성취감을 즐겨라 = 달성기간ㆍ점수를 정해 성취감을 갖는 게 좋다. 학원일정만 따라가선 곤란하다.4. 출제경향을 무시한 공부는 시험에 통하지 않는다 = 판례나 중개실무 등은 다른 과목과 연계하거나 최근 경향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자칫 문제의 뜻도 모르고 시험이 끝날 수 있다. 과거 문제 출제 유형을 챙기는 게 좋다.5. 출제빈도가 높은 것보다 내가 모르는 게 더 중요하다 = 시험당락은 자주 틀리는 문제가 결정짓는다.6. 내용은 암기보다 이해 중심으로 접근하라 = 이해가 선행돼야 내용암기도 효율적이다.7. 모의고사를 보는 게 유리하다 = 시험공부와 함께 시험장에서의 대응도 중요하다.8. 정독만이 대안은 아니다 = 정독도 중요하지만 시험 특성상 반복학습이 효과적일 수 있다.9. 결단력을 갖고 문제를 풀어라 = 시험장에 들어간 이상 문제는 다 풀고 나와야 한다.10.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 = 시험을 망치는 건 대부분 1~2문제가 부족해서다. 단 1문제가 합격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바람직하다.이재국 교수(<부동산공법> 저자ㆍ서일대 건축학과)1. 단순암기에서 벗어나라 = 법을 이해하고 일반원리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2. 미시보다 거시적 접근이 낫다 = 각 법률의 전체적인 흐름과 체계를 정리하자.3. 핵심부분은 깊이 있게 공부하라 = 부동산공법 문제는 해마다 어려워지고 있다.4. 최종점검은 소법전을 활용해 마무리하자 = 문제의 보기들은 대부분 법조문을 토대로 구성된다.5. 마무리는 문제를 푸는 게 바람직하다 = 기출문제의 정확한 분석에 의한 학습방법이 안정적이다. 이후 가능한 많은 문제를 풀어 응용력을 키우자.6. 출제비중이 높은 항목을 챙겨라 = 시험범위가 넓고 출제확률이 높은 곳을 집중공략하자.7. 그 다음은 건축법이다 = 기술적인 요소가 많아 법을 이해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8. 연관성이 있는 부문을 집중 정리하라 = 관련이 있는 법률끼리 비교ㆍ정리하는 게 좋다.9. 헷갈리는 부문도 비교 정리하라 = 특히 시행절차에서 유사한 내용과 혼동하기 쉬운 내용이 많다.10. 농지법, 산림법, 산지관리법은 마지막에 접근하자 = 모든 법들이 정리된 후 손을 대는 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