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등장한 신종족 중 대표주자는 단연 웰빙족이다. 증권가 리포트에 ‘웰빙주’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로 웰빙은 시대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메트로섹슈얼족이나 싸이족도 마찬가지다. 이 세 종족을 대상으로 홍보ㆍ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는 관계자의 얘기를 통해 신종족의 특징을 살펴봤다.웰빙족 - 엘리스 시 휴레스트웰빙클럽 홍보팀장“공략하기 좋은 대상 아니야”“웰빙이란 게 월급의 단 10%라도 자신을 위해 투자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지난 5월 서울 명동에 문을 연 휴레스트웰빙클럽은 말 그대로 본격적으로 웰빙족을 겨냥한 헬스클럽이다. 이곳의 홍보를 총괄하는 엘리스 시(시명옥) 팀장(40)은 “우리나라에서 ‘웰빙족은 VIP층’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진 것 같다”며 “하지만 이것이 마케팅 활동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시팀장은 “적은 돈이라도 자신의 취미나 여행 등 생산적인 투자 차원으로 쓸 수 있으면 그게 웰빙족”이라며 “웰빙을 부자들만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웰빙클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고급이미지를 풍길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시팀장은 “그래도 20대 초반 소비자는 웰빙을 다르게 받아들인다”며 “따라서 20~30대 여성을 주요 홍보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일단 직접 만나서 홍보하는 게 제 전략입니다. 개인적인 용무로 명동을 지나치더라도 회원과 마주칠 때마다 일일이 인사하고 이벤트를 설명합니다.”여기에 각종 모임에 나가 시팀장 스스로를 알리는 것도 그녀가 하는 중요한 홍보활동이다. 웰빙족에게는 입소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그녀가 휴레스트웰빙클럽의 잠재소비자로 판단하는 ‘웰빙족’은 ‘예쁜 사람’이다.“얼굴이 예쁜 게 아니라 자기 스타일을 잘 갖춘 사람에게 주목합니다. 자신을 위해 단 20분이라도 더 많이 투자한 사람이라면 나를 위한 투자에 돈도 아끼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그녀가 꼽는 웰빙족 등장의 이점은 대화의 어색함을 깨기(Ice breaking)가 좋다는 것이다. ‘웰빙족=럭셔리층’이라는 오해 덕분에 명동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고급의 느낌을 풍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마케팅부서의 일원으로서 웰빙족이 공략하기 좋은 대상만은 아니다.“우리나라 사람은 큰돈은 잘 쓰면서도 진정한 웰빙을 위한 투자는 아깝게 생각합니다. 웰빙을 위해 따로 돈을 쓰는 게 이상한 모양이에요.”그래서 웰빙족의 흐름도 “나를 가꾸기 위한 게 아니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으로 변해간다”고 평가했다.“마케팅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시팀장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게 마케팅인 만큼 새로운 종족에 대한 이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그녀는 요즘 ‘싱글족’에 관심이 많다. “싱글라이프는 웰빙의 발전된 형태”라는 시팀장은 단순히 혼자 사는 의미가 아닌 자신이 삶의 주체가 돼서 개념 있게 사는 삶을 싱글라이프라고 주장했다.메트로섹슈얼족 - 황의건 오피스h 대표“정의 내릴 수 없는 게 특징”벤츠, 모엣샹동, 아디다스, 라코스테, 빈폴옴므 등을 홍보하는 PR매니저 황의건 오피스h 대표(36)는 “한국남자는 원래 멋부리는 데 관심이 많다”고 전제한 뒤 “다만 메트로섹슈얼족의 등장으로 마케터가 편해진 것뿐”이라고 신종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메트로섹슈얼족은 다분히 마케팅 용어로서의 성격이 강하지만 한때 유행했던 여피족, 보보스족보다 발전된 개념임에는 분명합니다.”그에 따르면 메트로섹슈얼족은 도심 속에 살며 패션과 트렌드를 읽는 날카로운 시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해가는 사람이다. 따라서 VIP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 활동과 메트로섹슈얼족 대상 마케팅이 직접 연결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예컨대 몇 년 전만 해도 성능에 대한 설명으로 대신했던 자동차 마케팅이 메트로섹슈얼족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감성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샴페인과 패션업종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가 수입차 브랜드 벤츠 홍보에 참여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시대흐름 때문이라는 얘기다.메트로섹슈얼은 여성성을 포함한 개념이기도 하다.“가수 비가 대표적인 메트로섹슈얼족입니다. 마른 몸매에 근육이 있고 ‘무대에 설 때 여자옷을 입는다’고 인터뷰를 통해 얘기한 적이 있죠. 결국 요즘 몸과 관련된 제품이 잘 팔리는 것도 메트로섹슈얼족의 등장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는 메트로섹슈얼족을 뷰티제품 관련 개념으로 한정지어 생각하는 소비자도 많다.황대표는 메트로섹슈얼족의 등장배경에 대해 “남성 소비자가 주도하던 시장이 포화상태가 돼 기업이 여성 소비자에게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여성 관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커져버리자 다시 남성 소비자를 새롭게 조명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그가 생각하는 메트로섹슈얼족의 정의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음’이다. 다름을 인정해주는 것이 메트로섹슈얼족 대상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업계를 불문하고 메트로섹슈얼족을 한 카테고리로 묶어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이것이 “사회가 신종족에 주목했을 때 나타나는 오류”라고 본다.“고객사에 홍보전략을 설명할 때 ‘타깃이 메트로섹슈얼족’이라고 한마디만 하면 되니까 편리하죠. 그래도 역시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그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이제 마케팅 담당자라면 소비자지도를 들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완벽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싸이족 - 정재우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월드전략팀장‘P세대’가 선도계층…일시적 유행 ‘No’지난 99년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시스템다이어리에서 기본 컨셉을 따왔다. 미니홈피는 싸이월드의 ‘관찰법’이라는 내부방침에 따라 신촌 일대에서 20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켜본 후 만든 서비스다. 관찰 결과 너 나 할 것 없이 젊은 여성은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면서 메모를 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에 사진까지 붙이고 다니는 데서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실제 미니홈피는 낙서를 할 수 있는 갤러리, 일기를 쓸 수 있는 게시판,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사진첩 등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싸이족으로 불리는 미니홈피 이용자 중에는 단연 20대 초반의 여성이 많다는 게 싸이월드측의 얘기다.정재우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월드전략팀장(36)은 “디지털기기에 능숙하고 자기노출과 사회참여가 활발한 19~24세의 P세대가 싸이족의 선도계층”이라며 “개인에 대한 자의식이 강하고 표현에 인색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기획의도와 잘 맞아떨어져 20대 사이에 크게 유행한데다 디지털카메라 열풍으로 시너지 효과까지 났다”는 정팀장은 “문화상품이다 보니 또래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 20대 사이에 싸이족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사실상 20대 인구의 92%가 싸이월드를 이용하고 있어 20대 시장은 포화상태다. 이제 싸이월드의 미래를 결정짓는 관건은 다른 연령대의 싸이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이에 대해 정팀장은 “싸이족의 정의가 반드시 연령에 좌우되지는 않는다”고 말을 이었다.“30대의 경우 익명으로 글을 쓰는 PC통신에 익숙해 미니홈피에 글 쓰는 일이 익숙지 않을 뿐입니다. 싸이월드는 닉네임이 아닌 ‘실명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글을 보기만 하고 쓰지는 않다 보니 확산속도가 느린 겁니다.”10대 역시 의외로 이용률이 낮은데 이는 여유시간을 허락지 않는 생활패턴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방학을 겨냥한 특별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올해 등장한 다른 신종족과 싸이족은 차이가 있다는 게 정팀장의 말이다.최근 싸이월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초기수용자 사이에는 싸이월드를 떠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반적인 이용자의 삶이 늘 많은 자극이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용자들이 흥미를 잃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페이퍼서비스를 시작했다. 생각의 공유를 통한 새로운 관계형성을 돕겠다는 시도다. 조만간 새로운 클럽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정팀장은 최근 10대 싸이족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주관이 뚜렷하고 또래의 결집력이 커서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싸이월드측은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수출도 고려하고 있다. P세대, 특히 10대 싸이족은 전세계적으로 같은 성향을 보인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