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가 가수 보아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일본에서 407억원의 음반판매를 기록하며 전체 3위를 기록한 보아는 그 자체로서 문화 아이콘이자 움직이는 문화기업이라고 칭할 만하다. 문제는 철저히 준비하고 기획을 한다 해도 보아 같은 성공사례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이런 점에서 보면 제도권 밖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해 세계대회를 휩쓸고 있는 신세대 문화게릴라들의 활약은 눈부시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장래는 역시 직접적인 경제가치를 얼마나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놀고 즐기는 문화로 끝나서는 이를 확대, 재생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한때가 아무리 화려해도 밥벌이조차 할 수 없다면 개인의 불행인 것은 물론 이를 뒤이어줄 인력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현재 영화나 음반, 드라마 등이 아시아 각국에서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 데 비하면 아직 마술이나 브레이크댄스의 경제효과는 미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최근 프로팀의 출범, 전문기획사의 설립 등 비즈니스화 노력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어 수년 내에 빠른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된데다 세계적으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보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하지만 이에 앞서 극복해야 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내부역량 면에서 보면 프로게이머의 경우 게임시장의 성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적인 한계다. 게임업체들이 운영하는 팀에 소속되는 것 이외의 직업모델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90년대 후반 게임시장 침체기 때의 붕괴를 다시 경험할지도 모른다. 마술산업 역시 청소년을 상대로 마술책과 용품을 판매하는 정도의 사업은 이미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달해 있다. 마술용품업체인 매지안의 김경수 실장은 “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뛰어든 신생업체들이 많은데 이들이 별로 돈을 벌지 못했다”며 다른 비즈니스모델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시장 등 다른 영역과 제휴해 시장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아직 프로화 초기단계에 있는 비보이도 내부역량을 강화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갬블러 김정대 리더는 “비보이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시장을 키우지 못한 탓이 크다”며 “취미활동이 아니라 전업으로 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장르를 개척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한편으로는 제도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정부는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지만 아직도 문예진흥기금 등 공적 지원이 전통예술 등에 편중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제도권 밖의 신세대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박조원 책임연구원은 “제대로 사회화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규범을 체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통해서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정규학교 프로그램과는 다른 특수목적학교 등의 설립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