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양승득 편집장차별화. 갤러리아백화점을 이끄는 김정 한화유통 사장(61)이 지난 99년 취임 이후 6년간 하루도 잊지 않고 되뇐 화두이다. 김사장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유통업계의 골리앗과 맞서 싸워야 하는 ‘다윗’의 입장이었다. 그런 그에게 ‘차별화’는 유일한 승부수나 마찬가지였다. 갤러리아가 명품백화점의 선두주자로 우뚝 선 것은 그의 차별화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속도를 늦추지 않을 태세다. 이제는 강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쉽게 넘볼 수 없는 입지를 구축했건만, 다시 한 번 과감한 변신에 나섰다. 최근 압구정점 패션관을 명품관으로 리모델링해 국내 최초로 백화점 전체를 명품관으로 꾸민 것이 대표적이다. ‘빅3’ 백화점들이 명품매장을 늘려나가자 또다시 멀찌감치 달아난 셈이다.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뚝심이 돋보이는 대목이다.‘차별화’는 그의 프로필에서도 묻어난다. 그는 66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65년 한ㆍ일 국교 정상화 직후였다. 당시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미국으로 떠났으나 그는 ‘일본에 대한 집중연구가 필요하다’며 일본행을 고집한 것이다. 76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는데, 학위주제가 ‘경영조직에서의 컴퓨터 역할’이다. 컴퓨터라는 용어도 생소한 시기에, 이질적인 주제를 과감하게 다룬 것이다.이후 국책연구소의 연구원과 한화그룹 일본지사장을 거쳐 99년 유통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강자들의 세력다툼이 치열한 강호에서 독자영역을 구축하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호방한 성격으로 직원들과의 술자리를 즐기는 그는 “계속 도전할 것”이며 “도전은 늘 성공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압구정점 패션관을 명품관 ‘웨스트’(WEST)로 재개점한 배경은 무엇입니까.최근 명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백화점업계가 명품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추세입니다. 이러다 보니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졌던 갤러리아 명품관과 일반 백화점 명품매장간의 차별성이 약화됐습니다. 여기다가 기존 명품관인 ‘이스트’(EAST)의 영업면적이 부족해 브랜드를 추가로 유치하거나 브랜드별 매장면적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번에 개관한 ‘웨스트’는 네덜란드의 세계적 건축가 벤반버클씨가 내ㆍ외관을 설계했습니다. 외벽에는 4,330개의 유리디스크를 부착하고 LED 조명으로 다양한 색상과 무늬를 연출하는 등 최고의 인테리어를 추구했습니다.매장 내부는 층별로 색상과 조명을 달리했으며 루이비통, 구치 등의 명품을 입점시키면서 국내 최초로 명품관 전문백화점이 탄생한 것입니다. 갤러리아백화점이 90년 초반 명품관으로 고급백화점 시대를 열어 차별화를 꾀했다면 다시금 명품관 전문백화점으로 업계를 리드한 것입니다.경기 침체기라 ‘웨스트’ 개관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지 않았습니까.오랜 경기침체로 인해 유통업계 전체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기에 회사 안팎에서 걱정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웨스트’ 개관은 이미 2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다시 한 번 차별화를 꾀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획기적인 프로젝트입니다. 갤러리아백화점이 외벽에 손을 댄 것은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지만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한 일입니다.”서울역사에 입점한 갤러리아 콩코스점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입니다. 최고를 지향했지만 고객접점이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콩코스점의 마케팅 방향이 애초에 KTX 이용 고객과 인근 오피스 고객을 대상으로 잡았지만 현재 KTX 이용률이 예상과 달리 저조한 탓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하지만 워낙 입지가 좋기 때문에 좀더 노력한다면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역사 내 백화점이라는 점을 감안해 상권 내 거주고객, 오피스 고객, KTX 이용고객 등 3가지 유형별로 고객을 구분해 타깃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KTX를 이용하는 유동고객 요구에 맞는 시즌 행사를 실시하고 고객집객력이 높으면서도 브랜드에 대한 가격저항력이 거의 없는 대형 이벤트를 유치하는 데 힘쓸 것입니다.한화스토아를 매각하는 등 백화점 전문업체로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이른바 ‘빅3’의 벽을 어떻게 넘을 생각입니까.우리나라 백화점은 발전단계상 성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따라서 신규출점이 가능한 배후상권을 가진 곳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초기 개발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출점을 해도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백화점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존 점을 차별화해 활성화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압구정점은 비교우위가 뛰어난 명품점으로, 나머지 점포들은 지역 1번점으로 발전시켜 특화시켜 나갈 것입니다.회사 비전에 부합하는 사명변경 계획은 없습니까.한화유통이라는 사명이 명품백화점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듣곤 합니다. 더군다나 한화스토어를 매각했기 때문에 한번쯤은 검토해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룹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입니다.신규 백화점 출점 계획은 어떻습니까.우리는 점포 수를 늘리는 문제에 늘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일부 지방 백화점을 대상으로 2000년 동양백화점을 인수한 것처럼 M&A를 통해 점포를 늘릴 계획입니다. 천안 아산신도시가 조성되는 것에 맞춰 출점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특히 천안시는 한화그룹의 근거지역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다 도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출점이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중장기 비전을 들려주십시오.‘빅3’ 백화점과 경쟁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차별화입니다. 앞으로도 이를 고수해 나갈 것입니다. 서울에서는 명품관을 더욱 강화하고 지방에서는 ‘1번점’ 전략으로 갈 것입니다.해외 명품브랜드가 국내에 진입하는 관문이 바로 우리 갤러리아 명품관입니다. 자부심과 책임감을 앞으로도 지켜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지방점 3곳은 명실상부한 지역 ‘1번점’으로 키워나갈 것입니다. 천안점은 이미 주차타워를 신축했고, 수원점은 증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10년 후 한화유통은 국내에서 고급 백화점의 대명사로 규모보다 질을 중시하는 백화점으로 한층 더 커 있을 것입니다.사업다각화 계획은 없는지요.사장 직속 부서로 신규사업개발팀을 두고 있습니다. 이 조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신규사업을 검토 중입니다. 백화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문을 대상으로 사업성을 확인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의류전문점, 브랜드 사업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평소 직원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합니까.백화점은 다른 어떤 업종보다 인력에 의존하는 업종입니다. 구성원의 능력에 따라 영업성과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은 주어진 메뉴에 따라 조립을 하면 되지만 백화점은 고객을 설득해 상품을 판매하고 사후관리를 계속해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항상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프로세일즈맨으로서 자신을 만들어갈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동시에 철저한 목표의식을 강조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최근 기업의 추세인 윤리경영의 생활화를 주문합니다.와인 기사 작위를 갖고 계실 정도로 와인애호가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일본법인장 시절 자연스럽게 와인을 접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와인이 유행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4년 전부터 와인숍인 ‘에노테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큰 폭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2003년 1월 프랑스 생테밀리옹 와인협회에서 주는 ‘생테밀리옹 쥐라드 프류돔’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와인은 생활을 활기차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술이라는 생각입니다.약력: 1943년 서울 출생. 62년 경기고 졸업. 66년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68년 일본 조치대 경제학 석사. 76년 일본 조치대 경제학 박사. 77년 국제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84년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86년 골든벨상사(한국화약그룹) 도쿄지사장. 97년 주일 한국기업연합회 회장. 99년 한화유통 대표이사(현) △상훈: 96년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취미: 등산 △주량: 와인 1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