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1위 BMW 바짝 뒤쫓아…혼다, 올해 2천대 판매 자신

2000년 3월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 중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한 도요타는 탄탄대로를 씽씽 달리고 있다.도요타의 한국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도요타는 1966년 신진자동차를 통해 크라운과 코로나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가 70년대 초 곧바로 철수했다. 중국이 ‘한국 및 대만과 거래하는 기업의 진출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그로부터 20년이 훨씬 지난 96년 도요타는 진세무역을 통해 미국산 아발론을 팔며 한국시장을 살폈다. 당시 아발론의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자동차 가격이 비싼데다 반일(反日)감정 등으로 237대 판매에 그쳤던 것.이후 도요타는 한국시장에 LS430, ES330, IS200, RX300 등 렉서스 4인방을 투입했다. 이들의 시장진입은 성공적이었다. 렉서스는 한국에서 시동을 건 지 2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BMW를 제치고 국내 수입차업계 1위로 올라섰다.이후 렉서스는 지난 3월까지 단 한 차례만 BMW에 1위 자리를 내줬을 뿐이다. 한국토요타는 지난해 전년 대비 27% 증가한 3,772대를 판매해 93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한국토요타는 이중 46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이 9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한해에 회수해 간 것이다. 올 들어서도 렉서스는 4월까지 1,589대가 팔려 올 판매목표(4,500대)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점쳐진다. 도대체 이 같은 렉서스의 괴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한국토요타는 출범과 함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인의 감성에 호소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어버이날 및 추석을 맞아 운영한 ‘효도차’, 일본 가정에서 6주간 연수하는 ‘한ㆍ일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인문학 지원 학술 프로그램, 산학협력, 암센터 발전기금 지원 등. 자동차전문가들은 “이 같은 프로그램들이 반일감정을 억눌러 한국인들이 도요타를 단순히 일본 자동차 메이커가 아닌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지난해 대대적으로 불어닥친 ‘도요타 배우기’ 열풍도 렉서스 판매를 부채질했다. 실오라기 같은 흠집도 용납하지 않는 도요타의 경쟁력 배우기는 한국인들에게 렉서스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분석이다.지리적으로 가까워 애프터서비스(AS)용 부품공급이 손쉬울 것이라는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자동차전문가들은 보고 있다.한국토요타는 향후 더욱 공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경기도 분당 및 인천에 딜러를 세워 모두 7개로 늘리고 내년에는 2개를 더 신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할부금융 등을 지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올 연말부터 가동하고, 렉서스 트레이닝센터 및 차체ㆍ도장공장도 연내에 200억원을 투입해 지을 계획이다.혼다·닛산 5월 나란히 한국 입성일본 2위 자동차 메이커인 혼다는 5월10일 한국법인 혼다코리아의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진출을 공식선언했다. 혼다는 지난 94년 대우자동차를 통해 3,200cc급 대형승용차 레전드(한국 브랜드 ‘아카디아’)를 소개한 바 있다.혼다는 도요타마저 경계하는 경쟁력 있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이다. 오기소 이치로 한국토요타 대표는 “혼다는 젊은 세대의 의견을 수용해 디자인을 채용하고 파격적인 가격전략을 펼치는 게 강점”이라고 치켜세웠다.혼다가 국내에 내놓는 차종은 어코드(Accord)2.4와 3.0시리즈. 어코드는 지난 76년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140개국에서 1,220만대가 팔린 혼다의 베스트셀러카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어코드는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어코드를 기본으로 하되 일본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어코드와는 별개의 모델로 일본 공장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차종이다. 올해 판매목표는 2,000대.지난 4월 일본 도쿄 아오야마 혼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후쿠이 다케오 사장은 한국 기자들에게 “중형차는 값싸고 성능 좋은 한국차도 많은 차종이어서 그동안 적지 않은 고민을 해 왔다”며 “외국출장을 다녀본 한국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어코드가 가장 친숙하고 낯설지 않은 자동차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혼다코리아는 초기 시장공략을 위해 당분간 ‘노마진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어코드 판매가격을 2.4의 경우 3,400만~3,500만원, 3.0 V6의 경우 3,900만~4,000만원대로 책정했다. 현대자동차의 그랜저XG가 2,500만~3,000만원대에 팔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형승용차시장에서 국내 자동차회사들과의 한판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다.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어코드는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대형세단으로서 기존 세단과는 달리 ‘스포티세단’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며 “연말에는 레저형차 ‘CR-V’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혼다코리아보다 3일 늦게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한국닛산은 일단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를 내세워 한국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케니스 엔버그 한국닛산 대표는 “소형차를 제외한 모든 차종을 선보이되 중ㆍ대형급에 비중을 둘 계획”이라며 “초기에는 닛산자동차만 판매하는 독점딜러 3~5명을 모집,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67쪽)닛산은 르노삼성을 통해 선보인 맥시마(SM5)와 블루버드실피(SM3)가 인기를 끌어 이미 한국시장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닛산은 르노삼성의 영업 및 AS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다른 수입차회사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제롬 스톨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특히 “한국 수입차시장에 진출하는 닛산을 돕는 방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혀 수입차회사는 물론 국내 자동차회사들을 긴장시킨 바 있다.수입차비중 가파르게 오를 듯한국에 속속 들어오는 일본차들은 국내 자동차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김영은 BMW 이사는 “그동안 제한적이었던 수입차시장을 크게 확대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홍보이사도 “앞으로 배기량 3,000cc급 이상의 중ㆍ대형차시장을 중심으로 수입차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실제 도요타의 판매 급신장에 힘입어 국내 자동차시장(승용 및 다목적)에서의 수입차 비중은 2001년 0.7%에서 2002년 1.3%, 지난해 1.5%로 확대됐다. 따라서 혼다와 닛산의 한국진출로 수입차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자동차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수입차의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내수성장에 제동을 걸게 된다.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KAIDA) 전무는 “일본차는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아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특히 혼다 어코드는 BMW나 벤츠 같은 프리미엄 시장보다 국산 중ㆍ대형차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따라서 국내 자동차회사 및 수입자동차회사들이 한국에 상륙하는 일본차들을 맞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돋보기 현대자동차 및 BMW ‘일본차를 막아라’현대, ‘중·대형 전용매장 설치’…BMW, ‘5개 차종’ 선봬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수입차업계 1위인 BMW는 한국에 대거 진출하는 일본차들을 맞아 대응전략을 발빠르게 구사하고 있다.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국내 자동차 메이커 사장단은 지난 3월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더라도 일본차에 대한 관세(9%) 인하 조치는 일정기간 유예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일정 기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이와 함께 현대자동차는 중ㆍ대형차에 대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경쟁력을 한층 높인 대형차를 조기에 생산할 예정이다. 특히 올 상반기 내 서울, 강남 등 고급차 수요가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중ㆍ대형차 전용의 별도 매장 및 전시장을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또 이들 매장의 영업사원에 대해 친절교육, 제품 관련 전문지식 등을 강화하는 한편 중ㆍ대형차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품질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BMW는 5~6월에 5개의 신모델을 국내에 투입한다. 다양한 차종으로 일본차와 정면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먼저 혼다와 닛산이 한국진출을 선언하는 5월 7시리즈 엔트리 모델인 730i와 SUV(스포츠유틸리티비히클) X3를 내놓는다. BMW는 730i 투입으로 7시리즈 전 모델을 확보하게 됐다. 6월에는 컨버터블 645Ci, 5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545i, Z4 등 3종을 선보인다.BMW는 이에 앞서 지난 4월 기자들에게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 위치한 부품물류센터를 공개했다. 연건평 1,800평에 달하는 부품창고에는 4만1,200여 품목의 부품들이 비치돼 있다. BMW 관계자는 “늘어나는 차종으로 부품보유량이 매년 40%씩 증가하고 있다”며 “6월에는 창고면적을 2,700평으로 900평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BMW는 부품물류센터 외에 지난해 5월 ‘1일 40대 연간 1만대’까지 통관이 가능한 차량물류센터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