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았다. 잘 다려진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대문을 나선다. 집을 출발해 처음 상대하는 것은 몸을 곧추세우기도 힘든 마을버스나 지하철이다. 출근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러시아워에는 늘 붐비기 마련이다. 지하철에서는 그저 인파에 휩쓸려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다. 신문이라도 읽을 공간이 있으면 매우 운 좋은 날이다. 행여 지각이라도 할까, 황급히 무리에서 벗어나 회사로 내달린다. 어느덧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힌다.’(‘일하기 좋은 기업’ 중에서)도시 샐러리맨의 고단한 출근길을 상상해 보면 이런 식이다. 일터는 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깨어 있는 시간의 3분의 2를 일터에서 보낸다. 일터는 가정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이렇게 중요한 일터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세계적 조사기관인 TNS는 2003년 초 ‘세계 주요국 직장인 애착도’를 조사, 발표했다. 한국 직장인의 애착도는 조사대상 33개국 중 ‘꼴찌’였다. 이 단적인 예가 보여주듯 한국의 직장인들은 일터에서 마음이 떠나 있다.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전혀 애착을 느끼지 못하는 일터와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건강한 일터로 만들어나갈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답은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일터는 어떤 곳인가. 3가지 키워드를 통해 생각을 모을 수 있다.첫째, ‘사람’이란 키워드다. 일터는 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당연히 사람은 일터에서 중심적 위치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은 그렇게 대접받지 못했다. 지난 세기말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리스트럭처링 리엔지니어링 M&A 아웃소싱 같은 경영기법들은 사람을 고려하지 않았다. 기능적 측면에서만 일터(기업)를 바라봤다. 이 기능을 없애고 저 기능을 축소하고, 혹은 외부에 위탁하는 식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냉정하게 말해서 사람은 기계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건강한 일터는 사람이 중심에 서고, 그 사람이 일을 하기에 좋은 관계 속에 놓여 있는 곳이다. 일을 하기에 좋다는 것은 또 어떤 것인가. 여기서 <포천> 100대 기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대두된다. 이는 일하기에 좋은 <포천>이 선정한 100대 기업을 의미한다. 이들 기업을 매년 선정하는 로버트 레버링은 “일하기에 좋다는 것은 ‘돈을 많이 준다’, ‘스톡옵션제도가 있다’와 같은 차원이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가, 일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가와 같은 것이다. 크게 보면 함께하는 사람이나 업무와의 관계가 얼마나 좋은가를 통해서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포천> 100대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신뢰, 자부심, 재미의 수준이다.<포천>100대 기업 벤치마킹 필요둘째, ‘가치’란 키워드이다. 건강한 일터는 사람이 중심적 위치에서 서로 신뢰하고 업무에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가 아니라 출발이다. 일터는 내부 구성원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기업은 물론 일터가 되고 있는 모든 기업 조직은 외부(고객)를 향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일을 하기 위해 모여든 일터에서 분명한 목표의식을 심어주게 된다. ‘1+1=2’가 되는 것은 기계의 논리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10이 될 수도, 0이 될 수도 있다. 건강한 일터는 ‘1+1’의 결과를 보다 큰 것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이나 업무에 대한 태도가 응집된 곳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어떤 가치를 낳기 위해 일하는가’와 같은 분명한 가치 공유이다.제너럴일렉트릭(GE)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살벌한 구조조정일 것이다. 그러나 GE에서 가장 먼저 배척당한 관리자는 ‘조직의 공유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보다 큰 것을 배워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건강한 일터에는 조직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훌륭한 리더들이 많아야 한다.셋째, 성과란 키워드다. 성과가 최우선이 될 수는 없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일터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성과(이윤)를 창출하기 위한 조직이란 명제에 토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마치 지상과제인 것처럼 적용된다면 일터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 성과를 내기 위해 밀어붙이거나 몰아세우는 성과지상주의가 자리잡게 된다. 결국 사람은 성과를 내는 기계일 뿐이다.건강한 일터는 성과를 내기 위해 사람을 중심에 세운다. 일하기 위해 모인 그 사람들이 일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역점을 둔다. 일하는데 방해가 되는 잘못된 관계, 제도, 관행을 바로잡는다. 여기에 덧붙여 다양한 동기부여의 방안을 설계, 적용한다. 성과를 내기 위해 성과만을 좇아가는 것은 3류 기업의 모습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 일터에서의 관계, 일터의 제도와 업무 관행을 어떻게 일하기에 좋은 모습으로 정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곳이 건강한 일터이며 그런 일터가 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건강한 일터는 결국 PSP(사람(People)ㆍ서비스(Service)ㆍ수익(Profit))의 연결고리에서 근본적인 부분이 보다 더 잘 관리되는 곳이다. 페덱스의 PSP 철학은 AT&T사의 ‘PVA(직원)ㆍCVA(고객)ㆍEVA(회사)’ 모델, 시어즈의 ‘구성원(Employee)ㆍ고객(Customer)ㆍ수익(Profit)’ 모델과 같은 통합적 경영관리와도 유사한 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에게 가장 큰 비중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해 보이는 사실을 놓치게 될 때 일터는 한순간에 건강을 잃고 무너져내린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내로라하는 기업은 사람에 대한 철학을 앞세운다.<포천> 100대 기업들에서 자주 발견하는 인간에 대한 배려(People Care), 국내 대기업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인간존중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철학은 늘 부담스럽게 인식되고 그 결과 액자 속에서만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건강한 일터란 ‘일하기에 좋은 관계, 제도, 관행을 정립한 곳’이란 분명한 정의가 있으며 이런 곳이 추구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인간존중은 일하기에 좋은가를 꾸준히 살펴주는 것이다. 만일 최고경영자가 매일처럼 ‘일하기에 불편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다면 그 기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한 일터로 변모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