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전문대 도입 늘어…"장기 프로그램화 필요" 지적도

스승 멘토와 제자 텔레마쿠스의 관계는 오늘날 대학교수와 학생의 관계와 유사하다. 스승 멘토는 제자 텔레마쿠스에게 수학, 철학, 논리학으로 지(知), 정(情), 의(意)를 가르쳤고 이는 현대의 대학 교육에서도 다르지 않다. 멘토링을 실시하는 데 최적의 터전이 바로 대학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실제로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수백년 동안 일대일 멘토링의 일환인 개별지도 시스템(Tutorial System)을 운영하고 있다. 담당교수를 멘토로, 학생을 멘티로 하는 이 제도는 매주 일정한 시간에 교수와 학생이 만나 진지하고도 열띤 토론학습을 갖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 덕분에 옥스퍼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다는 평을 듣는다.미국의 대학에서도 멘토링은 활발하다. 류재석 멘토링코리아 대표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 MBA 출신 중 86%가 멘토링제도가 있는 기업을 선택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재학생들에게 멘토링 활동을 적극 권장하기 때문. 또 개인의 역량 개발과 조직 활성화에 멘토링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국내 대학들은 이제 막 멘토링에 관심을 두고 도입을 서두르는 단계다. 몇몇 대학들이 2~3년 전부터 도입을 시작했고 교내 혹은 산학협동 차원으로 다양화 되고 있는 추세.특히 지방대에서의 멘토링제도 도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취약하고 취업률이 낮은 맹점을 멘토링으로 극복한다는 목적에서다.지난해 초부터 멘토링을 도입한 대전보건대학의 경우 도입 이전에 비해 취업률이 23%나 상승하는 효과를 보았다. 전교생을 선후배 멘토링으로 엮는 한편 150쌍을 산업체와 연결해 실습과 강의, 인간적 교류를 하도록 한 결과 이 같은 기록을 낸 것.이 대학 교수 5명은 멘토링코리아의 지도사 과정을 수료하는 등 대학 차원의 관심과 투자도 대단하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상진 교수는 “이강오 학장이 직접 멘토링 도입을 권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전하고 “프로그램 품질과 목표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앞으로는 로드맵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경북 경산시 대경대학의 경우 지난해 3월 본격적인 멘토링제도를 도입했다. 이전까지 멘토링제도와 유사한 전담 지도교수제를 통해 진로 및 취업지도를 하던 데서 교수, 산업체, 선배 멘토를 학생과 직접 연결시켜 상호교류하도록 보완한 것. 김정목 호텔조리과 교수는 “지난 1년간 운영한 결과, 졸업생 취업률이 전년도에 비해 18% 올랐으며 멘토링제를 도입한 8개 학과 졸업대상자 797명 가운데 740명이 직장을 구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강릉영동대학은 재학생들끼리 멘토링을 통해 선후배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학습효과도 높이는 효과를 보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 대학은 1차로 40명의 선후배를 멘토-멘티로 연결해 대학생활, 학습조직, 특정재능 개발 등 세 분야로 나눠 운영했다. 하기종 교수는 “첫 시행이라 학생들이 생소해 하고 프로그램 개발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1차 시행 결과는 만족스럽다”고 밝히고 “앞으로 지역사회, 기업체, 교수, 졸업생 등을 멘토로 임명해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4년제 대학 중에서는 여대를 중심으로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취약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돕고 학생 개개인의 경쟁력 향상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숙명여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 CEO와 학생을 연결하는 멘토 프로그램을 가동, 좋은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멘토로 참가하는 기업인의 면면이 화려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현봉 삼성전자 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김진형 남영L&F 사장, 차석용 해태제과 사장, 김영경 신화전자 사장 등이 멘토로 참여하고 있으며 대기업 과장, 대리 등 검증된 커리어를 가진 주요 실무자들도 포함돼 있다. 강정애 취업경력개발센터장은 “CEO의 멘티들이 공모전에 입상하고 해당 기업의 인턴으로 채용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고 “성공적인 사회진출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꼭 필요한 여성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멘토링을 도입했다”고 덧붙였다.이화여대는 예비대학생을 선배와 연결시켜 끈끈한 관계를 맺도록 하는 멘토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수시합격생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캠프를 개최하면서 재학생 멘토가 일상을 함께 하는 방식.이밖에도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는 동문 등 외부 후원자와 대학원생들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빅 브라더스’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아주대는 대학원생들이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부생 멘티를 가르치는 ‘튜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인하대는 고시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을 실시 중이다.그러나 국내 대학들이 도입하고 있는 멘토링제도는 체계적인 장기 프로그램보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멘토링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한 전문대학의 교수는 “벤치마킹을 하려고 해도 대상이 없다”고 말하고 “멘토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벤트성 ‘유사 멘토링’이 아닌 선진화된 프로그램이 대학마다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INTERVIEW / 김진형 남영L&F 사장과 숙명여대 제자들“우리는 아버지와 딸” 멘토링으로 윈-윈‘비비안’으로 유명한 회사 남영L&F 본사는 요즘 생기발랄한 여대생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한층 활기차졌다. 김진형 사장이 숙명여대 멘토 프로그램의 멘토로 참여하면서 4학년생 18여명이 제자로 들어왔기 때문.김사장은 지난해 11월 유통ㆍ마케팅 분야 멘티를 10명 뽑았다. 당시 경쟁률이 3대1이었을 정도로 멘토의 인기가 높았다고. 지난 3월 공식적인 멘토링 기간이 끝났지만 10명 가운데 5명은 인턴으로 일하면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디자인 분야의 멘티 8명이 바통을 이어받아 김사장과 인연을 맺고 있다. 학생들로서는 유명 CEO의 멘티가 되는 행운뿐만 아니라 취업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아 금상첨화다.이들은 학교와 회사에서 만나 강의와 대화시간을 가진다. 간혹 식사와 운동을 함께하며 친밀감을 높이기도 한다. 1기 멘티인 진유진씨(의류학과)는 “처음에는 대하기가 어려웠지만, 분식점에서 떡볶이로 저녁을 함께 먹은 뒤로는 아버지처럼 편해졌다”고 말했다. 김사장도 “멘티들은 내 딸들”이라고 말하고 “젊은 세대와의 대화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며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