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삼양사, 웅진 등 대표적…두산, 그룹 차원에서 공들여

멘토링이 기업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확산조짐을 보이더니 올해는 너도나도 도입에 나섰다. 시작 단계이기에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멘토링 전문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한 기업이 지난해부터 급증한다는 점에서 빠른 확산속도를 짐작케 한다. 멘토링코리아(대표 류재석)의 경우 컨설팅한 기업수가 2002년 5개에서 2003년 30개로 늘어났고, 올해는 50곳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멘토링의 개념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단지 신입사원의 적응을 위한 차원이었다. 최근에는 인재개발의 툴(Tool)로 발전했다. 이는 세계적 흐름이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 조직에서 가장 강력한 인재육성 툴은 멘토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산업교육협회도 2003년 보고서에서 “멘토링은 기업의 지식경영과 학습조직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지 <포춘>선정 500대 기업 중 75%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멘토링을 도입한 국내기업들은 아직 군대의 ‘후견인 제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로 ‘후견인제’, ‘브라더제’, ‘지도사원제’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곳들이다. 이들 기업은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임직원이 많을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인재육성 전략 차원에서 제도를 도입, 큰 성과를 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도입한 지 불과 2~3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완전히 정착한 것은 아니지만 효과를 피부로 느낄 만큼 결실을 거둔 곳들이다.반도체업체인 하이닉스는 멘토링제도 도입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01년부터 메모리연구소 2,000명의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이후 전체적인 직무능력이 나아진 것은 물론 경영실적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단순후견인제도 효과 없어이는 그동안 수차례 수정을 거쳐 만든 ‘(역량 기반) 멘토링 시스템’을 특허출원할 만큼 온힘을 쏟았기에 가능했다.하이닉스도 도입 초기에는 실패를 거듭했다.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이러다 보니 전문지식의 전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체계적 프로세스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소동을 겪었다. 동기부여가 안돼 멘토와 멘티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도 못했다.김용환 인사기획팀장은 “멘토도 불완전한 사람인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며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 멘토와 멘티를 연결한 것은 오히려 양쪽 모두에게 스트레스만 쌓이게 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후 하이닉스는 인텔, 휴렛패커드(HP) 등의 선진기업들을 벤치마킹, 단순 커뮤니케이션에서 역량개발 중심으로 전환, 자체 프로그램까지 개발할 정도로 앞서나간 것이다.뉴코아 인수로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랜드는 멘토링 도입도 성공리에 이뤄냈다. 2001년 도입한 이랜드의 멘토링제도(KRSㆍKeyman Reproducing Systemㆍ핵심인력 재생산)는 선배사원인 멘토에게 다소 버거울 정도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후배사원인 멘티의 육성을 위해 2년간의 로드맵을 직접 작성하고, 그 기간에 후배사원의 단계별 목표와 성장 측정 지표를 설정해 점검하며, 상황에 따라 장ㆍ단기 계획을 세우고 수정한다.또 한달에 한번 이상 교류의 시간을 갖고, 이를 기록해야 한다. 이 기록물은 승진심사에 제출하는 필수 서류 중 하나이다. 따라서 멘토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패션브랜드 언더우드의 영업부서장인 정선문씨는 요즘 멘티인 김성국씨를 보면 흐뭇하다. 애초에 김씨를 4년 내 영업부서장으로 성장시키는 목표를 정했는데, 기대한대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올해 목표는 전라도 지역 영업 총책임자로 키우는 것. 정부장은 “지금 3년째로 후배사원이 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보람”이라며 “내가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됐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키워 놓았기에 브랜드 안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KRS 시행 이후 2001년부터 입사 후 1년 내 퇴사율이 이전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고 한다.삼양사는 COO(최고운영책임자)인 김원 사장이 직접 나서 멘토링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김사장은 멘토링 발대식 때마다 참가해 <경영자는 이렇게 공부하라>(미야자키 가가야키 지음)는 책을 직접 나눠주며 진행과정도 일일이 챙긴다.삼양사의 특징은 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는 점이다. 먼저 ‘안정된 생활유도’라는 테마로 6개월간, 이후 ‘직무역량 향상’으로 6개월간을 운용한다. 멘토는 삼양사 인재 풀에서 행동규범이 바르고 리더십을 소유한 자로 해당 멘티와 10년차 이내인 직원을 선정한다.평가는 멘토링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월 단위로 하고, 이를 모아 최종 평가를 한다. 월 단위 평가를 통해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커플은 ‘이달의 멘토링 챔피온’으로 선정해 문화상품권 10만원어치를 포상한다. 2단계 멘토링이 끝나면 최종 평가가 이뤄지는데 1, 2차 심사를 통해 최우수 커플 1팀과 우수 커플 2팀을 뽑는다.굴삭기 등 산업용 기계를 생산하는 동양기전은 지난해 9월 멘토링을 도입, 현재까지 유지율 100%를 자랑하며 멘토링 도입 기업 중에서도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멘토링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만든 ‘동양 멘토링 위원회’가 멘토를 선발하고 커플을 맺어주며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2003년 9월 신입사원 19명을 대상으로 제1기 멘토링을 시작한 이래 경력사원과 생산부문으로 나눠 제 2, 3기를 잇달아 출범시켰다.멘티와 멘토 동시 만족2001년부터 멘토링을 도입한 시스템통합(SI)업체인 포스데이타는 10%가 넘던 퇴직률을 1.8%까지 낮췄다. 포스데이타의 멘토링은 멘토가 멘티의 스폰서 역할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입사원 발령과 동시에 임명된 멘토는 업무는 물론 이성문제, 인생상담에 이르기까지 일대일로 밀착 지도한다. 멘토는 멘토링운영위원회에서 선발하며, 3년 이상의 회사 경력을 가져야 자격이 주어진다.두산은 그룹 차원에서 멘토링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피플세션(People Session)이라고 이름을 붙인 두산의 멘토링은 지난해 연초에 선포한 뉴 스타트(New Start)의 ‘2G 전략’에 뿌리를 두고 있다. ‘2G전략’은 구조조정과 두산중공업 인수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두산이 채택한 미래비전이다. ‘사업의 성장’(Growth of Business)과 ‘사람의 성장’(Growth of People)이 그것이다. ‘사람의 성장’의 핵심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바로 두산의 멘토링이다. 아직 시작단계에 있으며, 향후 집중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정수기 판매업체인 웅진코웨이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일대일 멘토링 과정을 진행 중이다. 웅진은 3개월간의 프로그램 중 첫 단계인 결연식이 독특하다. 게임 형태로 진행되는 결연식에서 멘토는 멘티의 3가지 특징이 적힌 쪽지만으로 자신의 상대를 고른다. 해마다 멘토와 멘티의 일기와 편지글을 모은 <멘토링 다이어리 모음집>도 발간한다.이밖에 삼성테크윈, 삼성SDS, 산업은행 등도 조직관리와 직무능력 개발에 멘토링을적극 활용하고 있다.멘토링은 멘티뿐만 아니라 멘토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삼성테크윈은 14%(2002년)의 이직률이 6.3%(2003년)으로 뚝 떨어졌다. 멘토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70% 이상이 ‘긍정적’이라며 멘토링제도를 지지했다.INTERVIEW / 류재석 멘토링코리아 대표“핵심인재 개발 최적의 수단”류재석 멘토링코리아 대표(64)는 ‘멘토링’이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지난 98년 2월 멘토링 컨설팅업체를 설립,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전에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류대표는 ‘핵심인재 5%를 10%로 늘리고 문제사원 10%를 5%로 줄이는 방법이 뭘까’ 하는 화두로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멘토링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멘토링은 인재개발의 훌륭한 수단으로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최근 멘토링 도입 기업이 늘어나는 배경은.2002년 매킨지가 ‘21세기 인재개발 전략으로 멘토링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국내기업들이 바빠졌습니다. 인식이 바뀐 것입니다. 이전에는 멘토링을 그저 신입사원의 조직 적응을 도와주는 수단이나 분위기 조성용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인재육성 전략으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휴렛패커드(HP)나 인텔은 이미 경영 화두를 멘토링으로 가져가겠다고 밝혔습니다.인재육성 차원에서 멘토링의 강점은 무엇인가요.일대일은 가장 효과적인 교육수단입니다. 국내기업의 인재개발은 대그룹, 중그룹(팀장제도), 소그룹(코치) 형태로 변화해 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나온 것이 바로 일대일 멘토링입니다. 이 세상에 일대일만큼 강력한 교육수단은 없습니다.멘토링을 도입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도 있는데요.아직 우리나라의 기업 멘토링은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단순히 신입사원의 조직적응이나 조직원간의 관계 정립 차원에서 진행되는 멘토링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유사 멘토링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치밀한 프로그램 없이 대충 선배와 후배를 연결시키는 것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한마디로 옛날 버전입니다.그럼 성공하려면 어떻게 합니까.단순히 업무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곤란합니다. 멘토링은 리더를 만들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리더를 키우겠다, 핵심인재를 기르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반의 시스템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상호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