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멘토 확산…라이프코치는 세계적 트렌드

10년차 직장인 김미연씨(32)는 올해 초 한 인터넷 모임에 가입했다. 미혼인 김씨는 지난해부터 재테크에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중에 나와 있는 몇 권의 재테크 서적을 꼼꼼히 읽어 봤다. 하지만 만족할 수 없었던 차에 그중 한 책의 저자가 인터넷 모임의 운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이곳에서 사례를 통한 재테크 정보를 볼 수 있었던 김씨는 당장 회원으로 등록했다. 가입한 뒤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모임 사이트에 들러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이 그녀의 중요한 일과가 됐다. 김씨는 여기서 얻은 것이 비단 ‘재테크 기술’만은 아니라고 말한다.“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에 사이트에 들어가 봤죠. 그런데 모임 회원들끼리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제자가 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주고받는 정보도 기술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삶의 철학에 관한 것이 많아 가입하게 됐습니다.”‘부자 배우려면 부자 만나라’최근의 멘토링 열기는 기업이나 교육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특정 조직 내부가 아닌 개인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멘토링이 적용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부자열풍이 대표적이다.‘10억 만들기’로 대표되는 부자열풍은 단순히 부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데 그치지 않았다. ‘부자와 어울리는 법’, ‘부자와 친해지는 법’을 주내용으로 내세운 책과 강의가 쏟아져 나왔다. 부자를 꿈꾸는 개인들에게 또 다른 부자, 말하자면 ‘한국형 멘토’가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실제로 부자들의 특징이 ‘멘토가 있다’는 점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발간된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의 저자 혼다 켄은 이 책을 통해 ‘백만장자에게는 인생의 스승인 멘토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백만장자에게 멘토가 있냐고 묻자 세 명 중 한 명이 멘토가 있다고 대답했다’고 적어 놓았다.최근 부자 관련 서적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형 땅 부자들> <한국의 부자들> <이웃집 부자들> <부자들의 저녁식사> 등 제목부터 부자를 닮고 싶어 하는 독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부자열풍의 시초가 됐던 <한국의 부자들>의 경우 저자가 부자들을 인터뷰해 돈 번 노하우를 담는 방식으로 구성한 책이다. 이 책은 지난해 최고의 실용서로 꼽힐 만큼 인기를 모았다. 부자들의 조언을 원하는 독자들의 요구(Needs)가 컸음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이 책은 부자들의 인생철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부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저자 한상복씨는 “요즘처럼 어디나 지식이 퍼져 있는 시대에는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독자들이 책을 통해 자기 철학을 세운 뒤 생활패턴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장기적인 변화로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깨달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한씨 스스로가 책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책 속에 등장한 주인공 몇 명과는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며 지혜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고.각종 인터넷 모임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활동 중인 부자 되기 모임은 수십여개. 다음이나 프리챌 등 포털사이트에 생겨난 이러한 종류의 모임은 대개 회원끼리 돈 버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평가해주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모임에 소속된 사람들의 활동은 멘토와 멘티, 즉 스승과 제자 역할과 흡사하게 나타난다.이 같은 인터넷 모임의 하나인 ‘선한부자’(http://cafe.daum.net/fq119)의 경우 운영자 조상훈씨가 ‘개인의 부자 되기가 아닌 국가 전체의 발전에 설립목적을 두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모임의 흐름도 그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 3만5,000여명에 달하는 회원들끼리 정보와 도움말을 공유해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추구하는가 하면 올해 초부터는 조씨가 아예 멘토링을 정례화하자고 나섰다.그는 올해 초 선한부자스쿨이라는 정기모임을 신설했다. 10년간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온 덕에 갖게 된 여러가지 돈 버는 노하우를 본격적으로 회원들에게 전수하기 위한 오프라인 모임을 만든 것이다.여기에 최근에는 정식으로 멘토모임을 런칭하기에 이르렀다. 4월 초에 만든 ‘넥스텝리더십스쿨’은 15명 안팎의 대학생 회원과 조상훈씨가 매주 토요일마다 모이는 또 다른 모임이다.한 번에 3시간씩 진행되는 정기모임에는 독서토론과 함께 회계사, 한의사 등 각계 전문직 종사자들의 강의시간이 마련된다. 이 같은 모임을 결성한 이유에 대해 조씨는 “재테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무언가를 시도할 때마다 ‘6개월만 내가 이걸 빨리 알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었다”면서 “후진을 키우기 위해 ‘도제시스템을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을 모집한다’고 아예 정식으로 공고를 냈다”고 말했다.그는 선한부자 모임의 성격에 대해서도 “단순히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 아니다”면서 “자신이 가진 유용한 정보를 숨김없이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재테크 대명사로 떠오른 프라이빗뱅커(PB) 역시 고객의 멘토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산을 관리해 주는 역할을 하는 만큼 투자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재테크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PB는 ‘집사’로 불릴 정도로 고객의 개인정보까지 공유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정신적 교감도 이뤄질 수 있다. 한 외국계 은행 PB는 “투자를 할 때 왜 그렇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지 고객을 납득시키려면 세계경제 상황과 투자상품의 구조를 함께 설명해야 할 때가 많다”면서 “그러다 보니 ‘내 분야가 아니라서 잘 몰랐는데 새로운 정보를 많이 얻게 돼 기쁘다’며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코칭도 신종산업으로 등장멘토링은 자기계발과도 연결된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코칭(Coaching)이 새로운 산업군으로서 고개를 들고 있다.코칭은 말 그대로 남을 이끄는 일을 말한다. 즉 운동선수가 코치를 필요로 하듯 일반인에게도 코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칭과 멘토링은 약간의 의미 차이는 있지만 ‘조언자’의 역할을 한다는 차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코칭은 리더십에 대해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이 남을 이끄는 일에 한계를 느끼면서 새로운 경영키워드로 자리를 잡았다.국내에서는 아직 도입 초기단계지만 이를 사업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초 문을 연 ‘지식을 나누는 사람들’은 멘토링을 비롯해 책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 고객이 원하는 지식을 중개해 주는 회사다. 예컨대 멘토링을 원하는 개인고객이 있을 경우 멘토링 관련 회사를 소개해 주거나 코칭을 원하는 고객에게 코칭 관련 회사를 연결해 주는 식이다.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멘토링이지만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명심해야 할 사항도 있다. 본래 조직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멘토링이다. 따라서 개인이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관계’에 관한 것을 간과하기 쉽다. 대가성이 아닌 선심성 차원에서 후진을 키울 수 있는 끈끈한 인간관계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개인이 일상에서 멘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해야 한다. 또 멘토링의 성공요건 중 하나는 개인의 적용 자세다. 배움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단단히 다지는 것이 개인이 멘토링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노하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