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소득지원체계 · 건강검진 서비스 손질… 정부 복지지출 늘려야

행복한 미래에 대한 당위성에 대해서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막연하게나마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풍부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각종 문화생활을 향유하면서 행복한 노년생활을 이룰 것이라는 각자의 미래상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들은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 없이 이루어진 ‘바람직한 노년상에 대한 합의’일 뿐 고령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합의와 지향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 상태다.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를 넘어서면 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2000년에 7.2%를 기록하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였고, 2019년에는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 노인인구로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들어서게 된다. 2026년에는 그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 사회가 2019년쯤에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해 보는 것은 고령사회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는 것과 같다. 고령사회에는 경제ㆍ사회ㆍ문화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2019년 고학력 노령인구 15% 육박우선 노인인구의 양적 변화를 살펴보자. 2000년의 7.2%였던 노인인구 비중은 2019년에는 14.4%로, 2026년에는 20.0%로 크게 증대된다. 노인의 교육수준도 높아져 현재 74.5%가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이고 고등학교 이상의 졸업자는 14.9%에 불과한 반면, 2019년에는 고졸 이상 노인이 증가해 전체 노인의 4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또 정보지식 습득능력 면에서도 현세대 노인들에 비해 고령사회의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컴퓨터 사용능력 증대 등 새로운 정보 습득능력이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2019년에 노인세대를 구성하게 될 현재 40~59세 연령층의 컴퓨터 사용능력이 20% 전후인데다 신문구독 및 독서인구의 비율도 높아 새로운 지식의 습득능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미래의 노인세대는 문화 및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가 증대할 것으로 예견돼 문화여가활동도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러한 노인인구 자체의 양적 증대 및 지적 성숙, 그리고 질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해 주는 경제ㆍ산업 기반, 노동시장, 재정, 보건의료, 복지서비스 등의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젊은 시절 저축해 놓은 돈을 연금 등을 통해 노년기에 주로 소비하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민간 저축률은 감소할 것이고, 이러한 민간 저축률의 감소는 경제 전반의 투자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령자일수록 위험기피도가 증가하고 무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주식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 위주의 자산보유를 선호해 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경제 전반을 살펴보면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서로 맞물려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전체적인 취업구조가 노령화되면서 생산성은 둔화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기업들이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직접투자(FDI) 및 해외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전망이어서 국내 무역수지는 급속히 악화될 우려가 있다.이 같은 경제 전반에 걸친 현상으로 인해 조세수입, 사회보장 기여금 등이 감소하게 돼 재정수입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연금수급자의 증가, 노인의료비 지출의 앙등, 노인복지비 지출 증가, 교육비 증가 등은 재정지출의 급증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한편 노인의 양적 증가로 인해 노년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건강보험, 연금체계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 노인은 유병률이 평균치보다 훨씬 높고 장기치료를 요하는 만성질환자가 많아 1인당 의료비가 비노인층에 비해 3~5배 높다. 그리고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자녀 없이 살아가는 노인의 비중이 80년 19.5%에서 2000년 50.9%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노인들은 자신의 소득 혹은 사회적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연금가입자의 수는 감소 추세에 있고 경제활동인구 한 명이 부담해야 할 노인부양비도 크게 증가하여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국가적 측면에서도 재정수입은 감소하는 반면, 지출은 증가해 재정수지는 악화되고, 이는 또다시 경제성장의 둔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산업분야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실버산업이라 불리는 고령친화적 신산업의 비중이 확대된다. 재택의료 및 원격의료시스템, 의료복지정보서비스, 개호서비스, 장기요양서비스, 유전자정보 연구의 성과를 활용한 바이오의약품, 유전자진단 및 치료법, 인공장기 및 조직의 개발 등의 건강ㆍ의료복지서비스부문이 확대되고 다양화되는 중이다.그리고 자산운용대행서비스, 방범 등 안전관리, 기사대행서비스, 인생의 각 단계별로 개조가 용이한 주택, 고령자용 여행서비스, 고령자용 다세대 교류형 레저ㆍ리조트 등의 서비스부문을 뒷받침하는 제조업 분야의 성장 가능성도 예견된다.노동시장의 변화를 살펴보면 출생률과 사망률의 감소라는 인구학적 변화는 노동인구 증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OECD의 2001년 추계에 따르면 경제활동참가율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20년 이후 노동력인구는 감소하고 이에 따라 총생산증가율도 낮아진다.노동인구의 감소 외에도 고령사회는 노동력의 고령화라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고령 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연공서열제에 따라 임금이 높게 책정돼 있어서 기업은 고령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기피하고, 정년으로 고용이 단절되면 근로자의 해고에 대한 규제도 사라지므로 더 이상 고령인구를 고용할 유인이 없어지게 되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그리고 직원의 실제 능력과 상관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연령차별의 관행도 고령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보건복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고령사회에서는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허약한 80세 이상의 후기고령자의 급증이 예상되는데 이들은 다른 연령 계층에 비해 의료서비스 욕구가 높기 때문에 노인의료비의 증가가 예상된다. 그리고 65세 이상 노인의 약 87% 정도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향후 노인인구의 증가는 만성질환 관리대상 인구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만성질환, 부상ㆍ사고 등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하고 생활하는데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기요양보호노인은 현재 약 15% 정도로 인구의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고령사회가 되면 노인인구의 규모 증대로 인해 절대적 복지서비스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노인은 상이한 생애경험을 갖고 있어 다양한 건강상태와 사회경제적 특성을 갖고 있는 집단으로 복지서비스 욕구도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농촌지역의 경우 2000년 고령화율이 14.7%로 도시지역의 5.5%에 비해 고령사회로의 진입속도가 빨라 노인복지서비스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제공 능력은 낮은 실정이다.‘노인인구 소득보장’ 급선무앞서 살펴보았듯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미래에 대한 막연한 상상과는 달리 고령사회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위해서는 현시점에서 어떻게 미래에 대비해야 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사회의 각 분야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고령사회의 환경변화에 대비한 정책방안을 도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중요한 것은 노인인구의 소득보장이다. 정책적 측면에서 노인의 소득보장을 위해서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창출해 주어야 하고, 또 어떠한 방식이든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유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노인인구의 소득창출을 위해 우선 노동시장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고령인구의 노동의욕 고취를 위해 법정퇴직금제도, 공적노령연금제도, 기타 사회보장제도 등 소득지원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 고용안정을 위해 정년연장, 보상 및 인사관리체계 개선, 고용보장규제 완화, 고령 노동자의 임금보조, 연령에 따른 차별적 대우 금지, 임금피크제 실시 등의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그리고 향후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평균 교육수준 향상으로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과 고용 전망은 개선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고령자에 적합한 고용 형태 확산, 평생교육ㆍ훈련체계의 확립, 새로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확대, 공공고용정보서비스의 제공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보건의료부문에 있어서는 건강검진의 확대 및 통합검진체제를 구축하고, 중풍 등 만성질환관리체계 구축, 장기요양시설 및 인력 확보, 공적 장기요양보호시스템 구축 등의 방안 마련을 통해 노인인구에게 건강한 장수사회를 이룰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한편 양적으로 증대하는 노인복지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복지서비스 기반 마련이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 정부의 노인복지서비스 관련 지출의 증액이 필요하다. OECD 주요국 노인복지서비스 지출 수준은 GDP 대비 약 0.18~2.49%(터키, 멕시코 제외)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0.08%에 불과하다. 정부지출의 증대 이외에 객관적 자료에 기초한 종합계획 수립, 사후치료 중심의 서비스 제공에서 예방적 서비스 제공체계로의 전환, 노인의 권익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 환기, 집중적 관심이 필요한 노인집단에 대한 관심 제고 등이 병행돼야 한다.이 같은 제도적 방안이 고령사회에 대비할 수는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을 ‘비생산적’으로 간주하는 부정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경륜과 능력을 발휘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해야만 모든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통합적 사회가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