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직시하고 자존심 버려야… 노인 취업 훈련과정 이용할 만

최근 청년실업에 이어 노인실업까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노인실업에 대한 정부대책은 청년실업의 그늘에 가려 실종된 지 오래. 환경미화, 재활용품수거 등의 공공 취로사업만이 노인취업의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 민간기업에서는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이광석 인크루트 사장은 “한국의 경우 고령화 사회가 가파르게 진행돼 젊은 세대의 근로만으로 늘어나는 노인층을 부양하는 것 자체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사장은 “노인이 됐다고 무조건 일터에서 몰아내기보다 임금이나 직급을 낮추는 등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지속적인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또한 인크루트는 지난 4월 50대 이상 고령인구의 구직동향을 조사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구직자는 전체 구직자 중 1.4%(3,010명)에 그쳐 30~40대에 비해 구직활동이 현격히 낮았다. 또 50대 이상의 구직자 가운데 영업 및 영업관리직, 기획·마케팅·홍보, 총무·구매, 기술직의 재직 중인 사람들은 왕성한 구직활동을 기록한 반면, 일반사무직은 비교적 낮은 구직활동을 나타내 직종별 구직활동의 차이를 실감케 했다. <표1참조>과거 경력은 잊을 것“일하고 싶은데 마땅한 게 없어. 그래서 여기 나온 거야.”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만난 노인들의 입에서 나온 한숨섞인 하소연이다. 노인복지센터에서 취업교육을 받고 있는 노인들은 자신에게 일자리만 주어지면 직종에 상관없이 무조건 일하겠다는 열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노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직종은 그 열의에 비해 단순노무직으로 한정돼 있고 채용인원 또한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이태영 서울시 중앙고령자취업센터 팀장은 “지난해 두 번의 실버취업박람회를 통해 7,000명의 노인들을 취업시켰는데 이 가운데 3,000명이 한달도 채 못돼 그만뒀다”고 털어놓았다. 이팀장은 “취업에 실패한 노인들의 경우 과거 자신의 화려한 경력만 생각할 뿐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자존심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팀장은 “나머지 노인들은 직업에 불평ㆍ불만 없이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취업을 희망하는 노인들은 현재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고령자취업알선센터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 각 지역 고령자취업알선센터에서는 취업교육부터 취업의뢰까지 전 과정을 무료로 지원하는 취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노동부의 고령자인재은행과 고용안정센터에서도 노인구직을 돕고 있고 대한노인회 또한 전국에 산재한 취업알선센터를 통해 실버 취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표2참조>그러나 노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직종은 단순노무직인 경비원, 보모, 주차관리원, 건물환경관리원, 배달원, 가스충전ㆍ주유원, 가사도우미, 노인도우미 등이다. 이 가운데 할아버지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직종은 단연 경비원이다. 소정의 교육절차를 수료하고 신체검사를 통과하면 아파트, 빌딩, 건설현장 등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무조건은 보통 24시간 근무에 24시간 휴게로 이루어지고 비교적 보수가 높다.보모와 간병도우미는 직종의 성격상 할머니들이 선호하는 직종에 속한다. 일정기간 영유아교육 및 간병교육 등을 받으면 보모와 간병도우미로 활동할 수 있다. 보모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개인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간병도우미는 각 병원 또는 일반가정을 찾아 간병을 하게 된다.최근 들어 어린이집 강사, 환경문화지킴이, 고궁문화해설가, 한문 강사 등의 직종에서도 노인층을 대폭 고용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사회경력과 전문경력을 쌓은 노인들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외국어 번역, 무역사무 등의 전문직종에서도 노인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지자체서 취업교육 받을 것무엇보다도 노인들이 재취업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구인업체들이 노인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는 노인들이 일의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비롯됐다.더불어 노인취업이 저조한 데는 노인 구직자들이 임원급 이상의 전문사무직을 희망하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구인업체들은 경비원, 건물청소원, 물품배달원, 가사도우미, 보모 등 단순노동직에 한해 노인을 채용하고 있어 양측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 것도 노인실업을 부채질하고 있는 원인으로 지적된다.또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55세 이상 노인들은 생활정보지나 파견업체들을 통해 구직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에서 소개하는 일자리 역시 지자체의 고령자취업알선센터에서 공고한 내용을 중간에서 매개하고 있는 것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노인들은 취업수수료를 떼이거나 임시, 계약직 등 비정규직에 머물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노인이 전체 인구의 8%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따라서 정부는 노인들이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취업 지원책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법적 의무조항도 고려해 볼 만하다. 아울러 노인들이 다양한 직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현재 단순노무직에 그치고 있는 취업교육을 다방면으로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한편 오는 6월부터 서울시는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하이 서울교통순찰대’를 발족하고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선다. 하이 서울교통순찰대는 단속권을 갖는 교통지도 단속반과 단속을 보조하는 교통서포터즈로 나뉘는데 55세 이상의 고령층으로 팀을 구성한다. 서울시는 불법 주정차 단속시 운전자와 단속반의 마찰을 노인들의 경륜과 지혜로 푼다는 방침을 세웠다. 따라서 노인순찰대의 성공여부에 따라 노인층의 취업직종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