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용품은 초기단계… 7천억 온열치료기 시장은 포화

“계절로 치면 이른 봄이지요.” 국내 실버용품업계에서 하는 말이다. 쌀쌀한 날씨(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봄이 오지 않겠느냐는 것. 실제로 용품, 의료기시장은 이제 시장이 막 형성되는 단계다. 용품은 100여개 업체가 영업 중이지만 대다수가 영세한 편이다. 시장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연간 1,000억원대로 매년 10% 정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대다수 제품이 일본, 러시아 같은 나라에서 수입해 온 것으로 자체 개발능력을 갖춘 기업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의료기도 온열기 이외에는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청기시장이 연간 500억원으로 약 7,000억원 안팎의 온열치료기 시장의 뒤를 이으며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미래를 밝게 본다. 아이디어 제품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다 노인들의 주머니도 점점 두둑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3단 지팡이 인기실버용품시장에는 주로 지팡이, 기저귀, 휠체어, 미끄럼 방지 양말 같은 아이디어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지팡이처럼 이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보조기구는 베스트셀러 제품이다. 자동으로 펴지는 3단 지팡이는 접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인의 체격에 따라 길이를 조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밖에 미끄럼 방지굽과 야광굽이 달린 지팡이, 신세대 노인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색상과 화려한 무늬를 넣은 지팡이도 눈에 띈다. 3만~5만원대의 제품이 주류를 이룬다.보행기와 수레를 겸한 접이식 실버카트도 인기가 높다. 물건을 담는 바구니와 우산꽂이, 의자를 갖추고 있어 산책이나 쇼핑에 유용하다. 가격대는 20만~50만원대다.전동스쿠터도 빼놓을 수 없다. 시속 8km의 속도로 30km를 주행할 수 있다. 가격은 200만원대.아예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용품도 다양하다. 이동식 간이변기는 공기주입식이므로 변기에 앉지 않아도 된다. 엉덩이 밑에 변기를 넣고 공기를 채우는 방식이다.욕창방지 매트리스도 잘 나간다. 이 제품은 수분흡수와 환기 기능을 높여 욕창 발생을 감소시킨다.물 없이 사용하는 샴푸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에게 안성맞춤인 제품으로 노린스 헤어샴푸의 경우 인터넷쇼핑몰에서 3만원에 팔린다.기저귀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으로 꼽힌다. 시중에 20여종이 나와 있으며 가격은 3만~5만원이다. 이밖에 ‘구부러지는 숟가락’은 팔이 틀어졌거나 관절이 불편해 숟가락을 입에 넣을 수 없는 노인에게 요긴하다. 건강한 노인들을 위한 마사지 의자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 (주)렙테크가 내놓은 ‘글로벌 어반’은 월 1,500대가 팔려 주문물량이 달릴 정도다.의료기 제품은 온열치료기, 보청기, 혈압계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온열치료기는 실버세대의 최고 인기제품이다. 세라젬의료기, 미건의료기, 조양의료기 등 50여개 업체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올해 들어 주춤한 상황이지만 99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매년 20%씩 고성장했다. 세라젬의료기는 지난해 650억원의 매출액과 2,0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미건치료기도 500억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수출액은 300만달러.온열치료기 포화상태이들 업체는 국내시장은 포화상태로 보고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할 계획이다. 세라젬이 미국, 일본, 홍콩 등 30개국에, 미건이 20개국에 온열치료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난청 의료기인 보청기사업도 해마다 10%씩 커지고 있다. 20여개 업체가 연간 500억원(6만개) 시장을 놓고 경쟁 중이다. 가격대는 10만~500만원대로 편차가 큰 편이다.복음보청기는 지난 20년간 보청기만 생산해 온 전문업체다. 세계 최초로 20채널 보청기, 디지털 마이크, 손목시계형 리모컨을 개발해 보청기분야 기술개발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이다. 주력제품은 아스트로(100만~150만원)와 맥스(200만~250만원).혈압계는 편리성을 강조한 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한국실버산업이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제품만 25종. 가격은 4만~12만원대다. 휴대용 자기치료기 ‘에드마’는 노인용품 전문업체인 실버스핸드(www.silvershand.com)가 최근 내놓은 신제품이다. 혈액순환과 임파순환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며 가격은 45만원이다.실버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오프라인 점포 중에는 실버스핸드와 렙테크(www.reptech.co.kr)가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실버산업(www.koreatonk.com), 헬스케어(www.caremall.co.kr) 온라인쇼핑몰 등도 눈에 띈다.현장의 목소리 이규연 대화DH대표“제품개발 지원 좀 해주세요”이규연 대화DH 대표(56)는 ‘실버스핸드’라는 브랜드로 300종의 실버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89년 국내 처음으로 노인용품사업에 뛰어들어 불모지를 개척했다. 그러나 15년째 사업을 꾸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시장에서는 고전 중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다행히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03년 매출액 120억원 중 절반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고 한다.이대표는 급속한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실버용품사업이 주춤하는 원인을 문화적인 면에서 먼저 찾았다. “일본은 예방을 우선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치료를 중시합니다. 이러다 보니 예방을 위한 실버용품은 필요가 없어지는 거예요.” 여기다가 ‘늙었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실버산업의 발달을 저해하는 요소로 파악했다. 가령 일본에서 불티나게 팔린 노인신발이 국내에서 고전한 것은 늙은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태도 때문이라는 것.국내 실버용품시장이 주로 수입품 위주로 이뤄진 것도 이대표가 안타까워하는 대목이다. 실버스핸드도 절반이 수입품이다. 국내 수요가 적어 개발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 일례로 “8,000만원을 들여 목욕의자를 개발했지만 손해만 봤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따라서 국산용품의 개발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세제나 기술협조 같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그러나 이대표는 실버용품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향후 6~7년이 지나면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으려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이들의 주머니가 풍성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시장이 점차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집중과 선택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키운다면 국내 최고의 실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앞으로 단순히 용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케어 부문까지 토털로 서비스하는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토털 비즈니스를 통해 ‘실버스핸드’라는 브랜드를 ‘실버업계의 삼성’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