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ㆍ 건강ㆍ 인력파견ㆍ 포털 등에서 비즈니스 모델 창출 모색

국내 실버산업에서 서비스 부문은 아직 태동기에 머물고 있다. 90년대부터 실버산업이 유망하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면서 서비스 부문에서도 갖가지 사업모델이 선을 보였지만 아직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 업종’은 없는 실정이다.서울 석촌동에 위치한 (주)콜시터는 실버시터 파견업체다. 실버시터(Silver Sitter)란 노인이 있는 가정에 방문해 돌봐주고 말벗이 돼주는 사람을 뜻한다. 일의 특성상 주부들이 실버시터의 주를 이룬다. 한번 파견될 때마다 받는 서비스 요금은 3시간 기준으로 2만5,000원선.(주)콜시터는 2년 전부터 실버시터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병행하고 있는 베이비시터 파견사업과 비교하면 실적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전체 매출에서 베이비시터와 실버시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9대1 수준. 의뢰 건수도 월 15건 안팎에 불과하다.(주)콜시터 황현숙 사장은 “실버시터라는 개념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파출부나 간병인으로 잘못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며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고 말했다.패키지 여행서비스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코리아월드트래블은 2001년부터 실버 전용 관광상품을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여행지는 중국, 동남아, 일본 등 일반 여행상품과 다르지 않지만 고령인 여행자를 고려해 숙박과 음식을 고급화하고 일정도 여유롭게 잡는다.코리아월드트래블 최동일 사장은 “실버상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이 여러 손님과 함께 다시 찾아주는 비율이 높아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한화투어도 지난해 겨울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롱 스테이’ 상품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롱 스테이는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진 일반 여행상품과는 달리 한곳에서 오래 머무르는 일종의 휴양상품이다. 한겨울 혹한을 피하기 위해 따뜻한 나라로 여행지가 정해지며 비용은 2주 기준으로 1인당 250만원 정도다.한화투어 이도련 상무는 “지난해 처음 출시해 봤는데 홍보가 미흡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의전화가 많았다”며 “올 겨울부터는 이 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여행업계도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에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과반수가 55세 이상 고령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을 위한 상품구성에는 한계가 있다.이상무는 “실버세대만을 위한 상품구성으로는 ‘롱 스테이’가 첫 시도였다”며 “고령자 위주로 여행상품을 구성하면 젊은 사람들은 물론 노인들도 싫어한다. 기존 상품과의 충돌 없이 노년층에 맞는 상품을 특화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효도관광 전문업체를 표방하고 있는 코리아월드트래블조차도 실버 여행상품의 비중이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결혼정보업체 선우는 지난 96년부터 매년 5월이면 ‘효도미팅’을 개최하고 있다. 혼자가 된 할아버지, 할머니의 건전한 만남을 주선하는 자리다. 실제로 결혼에 성공하는 커플이 탄생하는 등 이벤트로서는 성공했지만 수익모델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회사 내부의 시각이다.선우 이웅진 사장은 “신청하는 노인들의 남녀비율이 2대8 정도로 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고, 특히 한국인은 정서적으로 노인을 공경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향후 10년 안에 실버 재혼을 비즈니스 모델화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의 재혼에 대한 자녀들의 거부감도 무시 못할 장애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한편 운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한 운동처방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버타운 전문업체인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자체 시설을 이용, 노인들의 운동능력을 측정해 개인에게 맞는 운동방법을 알려준다. 운동부하, 근관절, 체성분 검사와 함께 전문가의 운동처방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은 15만원 정도. 정기적으로 6개월 동안 운동하는 것을 관리해 준다.INTERVIEW 김택환 노후닷컴 본부장“장기적 안목으로 노인 포털 구축 중”‘노인들을 위한 노인들의 포털’을 지향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노후닷컴’이 그 주인공. 건강, 재테크 등 노후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커뮤니티, 쇼핑몰 등이 노후닷컴이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다.노후닷컴은 의료법인인 송도병원의 한 사업부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대부분 사이트들이 인터넷환경에 능숙한 젊은 세대를 소구 대상으로 하는 데 비해 노후닷컴은 40대 이상 연령층을 주 대상으로 설정했다.오픈한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그동안 실적은.예상대로 아직 고전 중입니다. 인터넷 환경에 익숙지 않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까닭에 확산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당초 사업계획을 세울 때도 단기간에 승부가 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내다보고 노인 포털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하지만 일단 회원이 되면 로열티가 매우 높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현재 1만5,000여명의 회원이 있는데 많은 회원이 매일같이 방문해 흔적을 남기는 마니아층으로 활동합니다.인기 있는 서비스는 무엇인지.현재까지는 건강정보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큽니다. 회원들의 연세가 높은 만큼 한두 가지 질병은 갖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커뮤니티 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컴퓨터, 여행, 친목 등 다양한 주제별로 동호회가 결성돼 활동 중입니다.국내 실버산업의 현황을 어떻게 보는지.노인인구는 늘고 있고, 이들의 소득수준 또한 높아지고 있어 실버산업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는 태동기에 불과합니다. 그 이유는 경제력을 갖춘 노인인구가 아직 많지 않고, 설령 경제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돈 쓰는데 자식들 눈치를 보는 것이 우리 어르신들의 특징입니다.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향후 사업 전개방향은.인터넷을 통해 노인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바꾸어 나가는 활동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즉 노인들이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거래하고,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장을 마련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