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광풍 없다'…고소득 실수요자 위주 시장 재편

용산 시티파크의 청약결과는 대한민국 주상복합아파트의 청약사를 다시 썼을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의 기대에 ‘200% 이상 부응했다’고 할 정도로 시장에 미친 여파는 컸다.아파트 619가구(시행사분 10가구 제외), 오피스텔 141실 분양에 이틀 동안 24만9,538명이 신청했고, 청약증거금은 6조9,192억원이나 몰렸다.남아돌아 아무도 안 찾는 ‘찬밥’ 신세인 오피스텔 분양도 괄목할 만한 청약성적을 올렸다. 141실 모집에 무려 3만442명이 청약, 216대1을 기록한 오피스텔은 100% 계약을 마무리해 당초 ‘70~80% 계약’이라는 예상을 무색케 했다.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시티파크 청약 후 몰아닥친 ‘후폭풍’이다. 우선 시티파크에 붙은 프리미엄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업계 관계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상황. 현재 로열층으로 분류되는 72평형의 프리미엄은 4억원을 호가하고, 50~60평형대 로열층 매물도 3억원의 웃돈이 붙은 상태다.‘시티파크’류의 주상복합아파트의 청약 선전도 후폭풍이 가져온 결과다. 서초구에 55가구 규모로 분양된 주상복합 동일하이빌은 청약경쟁률이 20대1을 기록하면서 계약률 100%를 달성했고, 강남구 도곡동에 분양된 ‘극동 스타클래스’ 역시 지난 4월1~2일 아파트 96가구에 대한 청약을 접수한 결과 평균 2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지방에서도 주상복합의 선전이 눈에 띈다. 대성산업이 대구 상인동에 분양한 대성 스카이렉스는 총 386가구에 5,700여명이 몰려 15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고, 대전 문화동에 선보인 쌍용파크리젠시도 청약경쟁률이 14대1을 넘어섰다.시티파크 오피스텔 분양 호성적에 고무된 여타 오피스텔 분양예정 업체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시티파크로 한껏 달아오른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에 편승해 분양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그 이유다.이들이 분양실적을 높이기 위해 강조하는 테마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과 주거기능을 강화해 ‘아파트 같은 오피스텔’이라는 ‘아파텔’로 정리된다.오피스텔의 경우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업무용으로 분류돼 일반아파트 청약에 따른 규제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매도 자유롭다는 점을 부각하겠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또, 전용률을 70%까지 끌어올려 아파트만큼 주거기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평면도 아파트와 유사해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는 컨셉이다.이런 마케팅 포인트를 강조하면서 분양에 나서는 아파텔은 4월에만 서울, 수도권에서 10곳 4,659실에 달한다. 먼저 두산건설은 경기도 부천에 ‘두산 위브더스테이드’ 31~69평형으로 이뤄져 있으며 30평형 기준으로 분양가는 평당 780만원선이다.지하철 4호선 안양 범계역 인근에서 공급되는 ‘평촌 대림아크로타워’도 오피스텔 1,080실의 대규모 단지다. 전용률이 75%를 넘어서 주거공간 활용을 넓혔다는 평가다.주상복합 판도변화 불가피시티파크가 가라앉은 주상복합 분양시장에 불을 지핀 것은 사실이지만 열기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대다수 업계 전문가가 회의적이다. 제도변화에 따라 주상복합 분양이 더 이상 단타 시장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정부는 주택법 개정을 통해 3월30일 이후 분양되는 주상복합의 경우 분양권 전매를 금지시켰다. 또 주상복합도 20가구 이상이면 일반아파트처럼 청약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분양을 하도록 해 시장을 실수요 위주의 시장 재편을 꾀할 계획이다.<부동산뱅크> 양해근 실장은 “주상복합 분양권의 전매가 힘들게 될 경우 가수요가 크게 줄어 거품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청약통장에 대한 ‘5년 당첨자 1순위 배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주상복합에 1순위 통장을 사용하려는 사람이 적어 청약 열기는 가라앉을 것” 이라고 예측했다.주상복합 규제에 따라 전매가 가능해 반사이익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아파텔’도 한계점이 있기는 마찬가지다.스피드뱅크 안명숙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공급과잉, 양도세 부과시 주택인정, 경기침체 등 트리풀 악재에 발목이 잡힌 오피스텔이 시장 타개책으로 내놓은 게 주거기능을 강화한 아파텔”이라며 “거래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짝 특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앞으로 주상복합 시장이 공개청약과 전매금지 대상에 포함되면서 시티파크와 같은 청약 열풍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수요자들이 막대한 분양가와 1순위 통장 활용이라는 부담을 안고 청약에 섣불리 나설 리 없기 때문에 향후 초고층 주상복합 시장은 고소득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재편이 불가피하다.그렇다고 ‘이제 주상복합아파트도 한물 갔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뭔가 색다른 주거문화를 선호하는 잠재적 고소득 수요층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현대식 대규모 주상복합의 경우 분양가보다 웃돈이 더 많이 오르는 등 투자성도 겸비한 상태”라며 “발전 전망과 고급 수요층 등의 여건만 맞추면 장기적으로 고소득 투자자에게 이만한 투자처도 없다”고 말했다.반면 ‘아파텔’은 철저하게 입지가 뛰어난 상품만이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파텔이 반사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역세권을 끼고 부대시설을 잘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도심 주변에 위치해 수요층이 탄탄한 곳에 한해서만 인기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돋보기 주상복합 고공비행 분석‘노블레스 커뮤니티’ 형성 인기 폭발2002년 11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입주로 시작으로 국내 주택시장에 새 지평을 연 초고층 주상복합은 분양가보다 높은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대박’ 아파트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실제 현재 입주 중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47평형은 분양가 3억4,000만원에 웃돈만 분양가의 2.5배 붙은 10억5,000만~12억원선이고, 타워팰리스와 쌍벽을 이루는 삼성동 아이파크도 한강조망이 가능한 55평형 남향층 시세는 분양가 7억3,185만원에 7억8,815만원의 웃돈이 붙어 15억원선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이는 강남권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2차 48평형은 분양가 5억9,000만원에 프리미엄이 1억~2억5,000만원이 붙어 7억원 이상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이런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가격 강세에 대해 업계에서는 고급 주거 형태를 원하는 고소득 수요층의 이해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신개념 주거문화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한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경제력을 갖춘 40~50대의 경우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원스톱 리빙이 가능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늘었다”며 “이 공간 안에서 ‘노블레스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결과적으로 가격 급등세로 연결됐다” 고 말했다.반면 이런 초고층 주상복합의 매매가 강세에 대해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초고층 주상복합의 수요는 대략 1만~2만명선인데 90년대 이후 지어진 주상복합의 수는 이를 초과하고 있어 사실상 수요층의 한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몇몇 입지가 뛰어난 초고층 주상복합을 제외하곤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감수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