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지방대 출신 20대 여성의 절도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서울에 올라와 일자리를 찾았지만 여의치 않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자 편의점에 들어가 우유를 훔치다가 걸려 결국 쇠고랑을 찼던 것. 특히 사건의 주인공이 젊은 여성인데다 ‘장발장식’ 생계형 범죄라는 점에서 충격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유발시켰다.어디 이뿐인가. 청년층(15~29세) 가운데 취업이 안돼 고민하다가 자살했다는 뉴스도 자주 들린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실업 때문에 겪는 고통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통계청의 고용동향 조사에 따르면 최근 청년실업은 최악의 상황이다. 조사 시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무려 45만명에 육박한다. 실업률로도 8.8%를 기록(3월기준), 전체 실업률 3.8%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여기에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청년층까지 넣으면 100만명에 근접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지금의 청년실업 문제는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차적으로 극심한 경기침체 외에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생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새로운 산업시스템 역시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하지만 청년실업과 관련, 일각에서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젊은이들의 ‘두 얼굴’이 청년실업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학력 실업자들은 이를 외면한 채 조건 좋은 대기업만 고집한다는 것.특히 이 같은 구직과 구인 간의 불일치 현상은 많은 중소기업 일자리가 남아도는 현실과 직결된다는 지적이 많다. 치열한 구직난 속에서도 오히려 구인난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한기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무는 “최근 조사결과 중소기업들의 일자리 부족 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기존의 청년실업자들이 기대치를 좀 낮춰 중소기업에 들어간다면 생산현장의 구인난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청년실업은 개인의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고 국가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이 된다. 정권택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영국, 독일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청년실업 문제로 사회 전체가 휘청거린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문제를 푸는 데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실업문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곪아터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여기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범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이를 의식한 듯 최근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의지가 강한 만큼 기대할 만하다는 의견도 많다. 한갑수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등 실업문제를 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구직자들도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자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